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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구름 Sep 07. 2020

평생직장 모델 (1)


고려장 설화가 있다. 가계에 보탬이 되지 않는 늙은 아비를 지게에 짊어지고 깊은 산속에 버린다. 지게도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생각해 두고 온다. 이때 동행했던 아들이 빈 지게를 짊어지고 내려온다. 이유인 즉, 아버지가 늙게 되면 지게로 갖다 버려야 하기 때문이란다. 큰 깨달음을 얻은 아이의 아버지는 자신의 늙은 아비를 다시 데리고 온다. 어릴 적에는 돌봄을 받는다. 성인이 되면 많은 것을 성취하고, 나를 돌봐주었던 부모를 돌본다. 나이가 들면 내가 키운 아이들에게 돌봄을 받는다.


직장생활도 가족 간의 관계처럼 평생 함께 할 수 있을까? 평생직장 모델이 가능할까?


평생직장 모델은 위의 그래프와 같은 모형에 기반한다.


W (급여): 기업에서 제공받는 모든 가치의 합이다. 월급뿐만 아니라, 다양한 복지 혜택들도 포함한다. 간단히 급여라고 표시하자. 일반적으로 급여는 직급과 연차가 올라갈수록 조금씩 오른다.  

K (생산성): 직원들이 기업에 기여하는 모든 가치의 합이다. 생산성이라고 부른다. 생산성도 입사 이후 꾸준히 증가한다. 입사 초기에는 생산성 증가속도가 급여의 증가속도보다 빠르다. 나이가 들면 점점 감소한다.


배움의 시기: a구간에는 회사로부터 돌봄을 받는 시기이다. 보통 신입사원의 단계라고 보면 이해하기 편하다. K < W의 관계이다.
성취의 시기: b구간은 회사위해 돈을 벌어다 주는 단계이다. 동시에 a구간의 신입사원들을 키우고, c구간의 선배들을 돌본다. 직장생활에서 우리가 맞이하는 정점의 시기이다. 새로운 프로젝트는  성공을 거두고, 후배들에게도 존경을 받는 리더가 된다.
돌봄을 받는 시기: 나이가 들면 높아지는 급여만큼 생산성이 따라오지 못하는 c구간이 찾아온다. 회사와 후배로부터 돌봄을 받는 시기이다.


은퇴는 언제 해야 하는가? 만약 t2시점에, 회사로부터 쓸모없게 되었을 때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필요는 없다.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기업이 돈을 벌게 하는 것이 우리가 일하는 목적은 아니다. 그것은 '불공평'하다. 인간은 공평을 추구하는 본성이 있다. 불공평하다고 판단하면 직원들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고려장처럼 쓸모 없어진 직원들을 골짜기에 버릴 계획을 가진 회사에 어떻게 충성할 수 있으랴.


그래프에 선 A를 하나 더 그어보자.


A (대안 가치):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인생을 즐길 때에 누릴 수 있는 가치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놀고먹기'위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다. 단기적으로 행복할지 몰라도 인생 전체의 큰 그림을 생각하면 젊을 때 '놀고먹는' 가치가 주는 효용은 크지 않다. (요즘 시대에서는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A는 나이가 들면서 꾸준히 상승하게 되고, 죽음과 가까워졌을 때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종종 '이 돈 받고 일해서 뭐해, 죽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라는 이야기를 할 때이다. 그림으로 따지면 W와 A가 만나는 지점이다.


전통적인 평생직장 모델은 은퇴 시기에 회사로부터 돌봄을 받는 c의 구간을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대체로, W와 A가 만나는 지점에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그때는 대략 a + c ≅ b과 같은 방정식이 성립한다. 과거엔 60세정도 였고, 평균수명이 높아지면서 그 시기는 더 늦춰지고 있다. 전통적인 평생직장 모델에서 한 개인이 회사에 입사해서 ‘배우고, 성취하고, 보살핌’을 받는 균형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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