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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Feb 04. 2024

나도 모르게, 느끼고 싶었던 우월감.

위선 떨지 말고, 그냥 입 닫고 들어줍시다.

백수라 걱정해 주는 사람들아. 라고 발행했던 글이 있습니다. 나름 일침을 가한다며 발행한 글.

혼자서 열심히 거울보고 쉐도우 복싱했던 글.


자아성찰을 해볼까요. 과연 나는 그런 적이 없었나? 가슴에 손을 얹고 그런 적 없었나?


내 지인이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걱정과 위로를 전하지만 속으로는.. 글쎄요. 정말 진정으로 가슴 아파하며 걱정과 위로를 한 걸까요?


그래도 나는 저런 일이 없으니, 다행이다. 아직은 내가 그래도 쟤보다는 괜찮게 살고 있다.

따위의 생각을, 사람이라면 하게 됩니다. 동시에 난 쓰레기인가 라는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고요.


저도 예전을 돌이켜보면, 저랬던 적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어휴', '어떻게 하냐', '힘내 인마'.


괜스레 내가 그래도 저 사람보다는 잘 살고 있다는 상대적 우월감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잘못된 거 아닙니다. 본능적으로 이렇답니다. 제 의견이 아니고요. 전문가들이요. 원래 그런 거랍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흔해빠진 위로랍시고, 이런저런 말을 흘리질 않습니다. 그냥 들어줍니다. 뭐라 하든 그저 침묵하며 들어줍니다. 힘든 일이 생긴 상대방은 할 말이 많겠죠.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위로가 될 겁니다.


나름 죄책감을 피할 수도 있는 방법이며, 진중한 녀석이다라는 이미지도 심어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친구 녀석 중에 주식을 하던 녀석. 아파트 분양을 받고 대출이 있었어요. 대출을 꽤나 많이 했고, 그 빚을 갚고자 나름 열심히 살던 친구. 평소엔 적은 금액으로 주식투자를 하더만. 코로나 시절, 주식이 꽤나 오르던 그때. 는 눈팅만 하더니. 내림세로 돌아서니, 그제서야 들어갑니다.


평소 하던 금액보다 더 많이 돈을 챙겨 들고. 물론, 60프로를 날렸습니다. 1억을 투자해 4천만 원을 남겼으니 주식투자로는 '대실패'를 한셈이죠. 힘들어하는 녀석을 달래준답시고 술을 한잔 기울입니다.


나 : 어쩌냐 인마. 어휴. 그럼 그 돈은 대출받은 거야?

그 : 그렇지. 내가 1억이 어딨냐. 조금 모은 돈이랑 신용대출에 마이너스통장 조금 썼지.

나 : 어휴... 기운 내 인마.

그 : 기운이 나겠냐..... 후...

나 : 이제 와서 어쩌겠어. 이미 일은 벌어졌는데. 일단 좋은 생각만 하고. 재수 씨한테는 꼭 말해.

그 : 그러게 말이다. 이걸 어떻게 말하냐 그래.. 어휴...

나 : 힘들겠지만, 결국 다 지나갈 거야. 힘내자 인마. 잘 될 거야.


저런 말을 하며 소름 돋게도 무슨 생각을 한지 아세요? 옆 테이블에 제육볶음이 나온 걸 보며, 내일 점심은 제육을 먹을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났습니다. 술집 벽에 붙어있는 시계를 보며, 막차시간 맞춰 나가야 하는데.

따위의 생각도 스쳐갑니다.


위로한답시고 불러놓고선, 말은 저리 하면서 머릿속으로는 다른 생각이 스칩니다.

그 친구가 알면 참 실망할 거 같습니다.


저 날, 집으로 와 샤워를 하면서 내가 이랬구나를 다시 상기하며, 죄책감을 느끼고.

앞으로는 그냥 입 닫고 듣기만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뭐.... 저만 이런 건가요?(아니라 해주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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