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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Feb 05. 2024

월급 105만원. 적금 80만원.(홍석천 님과 사진)

연봉 1500만 원이 말이 되냐.

오늘은 저의 사회초년생 시절. 눈물겹고 짠내 나던 시절을 얘기해 볼까 합니다.

앞선 글에서 밝힌 것처럼 저의 사회생활 첫 시작은 소기업 계약직이었어요.


연봉 천오백만 원. 세금 떼고 실수령액 105만 원가량.

아무리 16년 전 이라고는 하지만. 그때 웬만한 알바보다 못 벌었습니다. 당시 팀장이 첫 출근한 날 저에게 한소리거든요.


웬만한 알바보다 월급이 적을 텐데, 그저 돈 벌면서 일 배운다 생각해.

맞습니다. 제가 취업 전 호프집 알바할 때 130만 원 받았거든요. 너나 해라 인마. 난 안할란다. 라고 하고 싶었지만, 제 능력을 수긍해서 저 월급으로 3년 다녔습니다.


105만 원이 입금되면 바로 80만 원은 적금으로 넣습니다. 나머지 25만 원으로 한 달을 사는 거죠. 끔찍하게 아꼈어요.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되도록  갔습니다. 술을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굳이?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정확히 금액을 나누어 썼습니다.

신용카드 15만 원. 체크카드 10만 원.


철저했던 저의 소비패턴 통제. 카드는 전달 1일부터 말일까지의 금액이 청구되도록 날짜를 조정.

한 달간 사용금액을 파악하기 위해서죠.


카드를 긁으면 날아오는 문자, 올 때마다 사용 금액을 계산했어요. 25만 원이라는 한 달 사용금액에 맞추기 위해 눈물겨운 사투를 벌입니다.

담배를 끊었어봐. 당시 한 갑에 2500원. 하루 한 갑이면 한 달 7만 5천 원을 다른데 썼을 텐데. 아쉽지만 못 끊겠는 걸 어쩝니까. 하하하하.


점심. 첫 취업 후 일정기간은 회사동료들과 친해지기 위해 같이 점심을 사 먹었습니다. 이 정도면 되었다 싶을 때부터 도시락. 다음 주 한 주간 먹을 도시락을 소분해서 미리 싸서 냉장고에 넣어둡니다. 바쁜 아침 출근시간 그것만 쏙 빼들고 갈 수 있게 말이죠.


치킨 먹고 싶은 거 참았습니다. 옷을 좀 사고 싶어도 참았습니다. 신발은 찢어질 때까지 신었습니다. 언제나 구두 한 켤레, 운동화 한 켤레, 슬리퍼 한 켤레만 유지했습니다.(물론, 삼선 슬리퍼죠.)

특히 옷은 정말 안 샀습니다. 싼 거라도 사면 최소 5년 이상은 입습니다. 트레이닝복 위주로만 입었어요.


사진 하나 보고 가실까요.

아래 왼쪽 사진은 현재도 이너웨어정도로 입는 카라티. 오른쪽 사진은 저 29살 때, 홍석천 님과 찍은 사진 속 카라티. (저때, 파스타 먹으러 이태원 갔다가 길거리에 마주쳐 사진 찍었어요. 석천 젊은 거 보소.)

20대 후반, G마켓에서 2만 원 조금 넘는 금액으로 샀었어요.

제가 40살이 넘었죠? 20대 후반에 산 저 옷을, 아직도 입습니다.(ㅋㅋ) 못 버리겠네요.

아끼던 버릇이 남아서 그런 건가, 아니면 아직도 모자라다 생각해서 그런 건가. 잘 모르겠습니다.

오래된 옷이라도 내가 편하고 좋으면 그저 좋더라고요. ㅋ.


3년 간 105만 원을 받던 시기를 보내고, 이후 150만 원. 180만 원. 250만 원. 이후로도 쭉, 받는 월급이 많아졌을 때도 소비습관은 딱히 변하지 않았습니다. 20대 후반, 왠지 짠내 나던 시절이 문득 그리울 때도 간혹 있습니다.


아, 저 정도까지는 는 마세요. 의 질이 많이 떨어집니다. 그래도 저렇게 시작한 사회생활 덕분에 어느 정도 몸에 베인 소비습관이 현재도 어느 정도 이어지고 있음에 감사함도 느낍니다.


소비에 따른 상대적 기쁨과 행복감의 농도가 짙어지거든요.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어떤 사람이 5만큼 행복하다면, 저는 10정도의 행복감을 느낄겁니다.


물론 가뭄에 콩 나듯 10의 행복을 느끼는 저와 달리, 그 사람은 5의 행복을 저보다는 자주 느끼긴 하겠쥬?

빈도의 차이는 생각 못 했군요.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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