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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Feb 07. 2024

이럴 때, 나이 들었다는 걸 깨 닫는다.

열정~열정~열정~

가만있어보자.. 내가 올해 몇 살이지...

음? 왜지? 왜 벌써 이 나이지? 나 아직 준비가 안 되었는데.


오늘도 세상 귀찮은 커피를 사러 다녀왔습니다. 집에 와서 씻고선, 글을 하나 올려볼까 싶어, 브런치 로그인을 한 뒤 문득 드는 생각. 왜 갑자기 생각이 난 건지는 모르겠어요.


40대 중반을 향해 정말 열심히도 달리고 있는 내 나이. 정말 미스터리 하죠. 이 글을 보시는 분들 대부분 아마 이 생각하실 겁니다.

아직 난 철없는 20대의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한데, 몸뚱이는 이렇게 나이 들었을 줄이야.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다시금 나이를 살짝 잊게 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보던 티비나 SNS에서 연예인들이 출연합니다.

어이구, 저분도 이제 나이 들은 게 태가 나네.


그러고선 갑자기 몰려오는 이유 모를 불안함.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을 봅니다. 뭐야,

아.. 나도 나이 먹었네.


그 연예인분의 혈기왕성하고 아름답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읊조린 한 마디에 정신이 들어 나를 보니, 그분만큼 나이를 먹은 한 중년의 남자가 있네요.


세월을 거스를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것이죠.

아름답게 늙자! 나이는 숫자일 뿐! 따위의 구호를 썸네일로 만들어놓은 유튜브 영상 등을 보면서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현실로 다가옵니다. 나도 이젠 정말 40대 중반의 중년이라는 단어가 어울릴법한 외모를 가지게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오늘 편평 사마귀와 관자놀이에 흡사 검버섯(?)처럼 자리 잡은 것들을 제거하러 피부과를 갑니다. 아내의 적극추천으로 예약을 잡았거든요. 그러면서 마음 한편에 드는 생각.


내 젊은 시절이 어땠지?

물론, 지금도 젊은 나이입니다만.. 30대 시절은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았어요. 소름 돋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나의 20대는 이런저런 이벤트가 많았습니다. 나이별로 이랬구나, 저랬구나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30대를 돌이켜 추억해 보니, 회사를 열심히 다닌 건 맞는데 딱히 기억에 남는 게 없습니다.


30대 시절 그 10년이 통째로 물에 담갔다가 뺀 시금치처럼 축져저 사이사이에 있는 것들이 보이질 않더라고요. 씁쓸함이 밀려오며, 그래도 일은 열심히 했잖아. 내 청춘을 다 바쳐 열심히 일을 했으니 지금의 내가 있는 거 아니겠어? 따위의 생각으로 위로해보려 하지만, 그래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속 공허함. 통째로 어딘가에 묻혀버린 30대 나의 10년.


정말 딱히 생각나는 게 없네요. 그저 데스크, 야근했던 기억, 미친 듯이 일 했던 기억, 밤샘 후 퀭한 눈으로 늦은 아침 퇴근해서 씻고 잔 기억. 딱 그 정도. 한편으로는 서글프기도 합니다. 30대에는 그 나이대에서만 할 수 있는 게 있었을 텐데. 일도 일인데, 젊은 시절 아까운 줄 알고 조금은 인생을 즐기려고 해 볼걸. 하고 말이죠.


4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은, 이렇게나마 나에 대해 글로 남겨보면서 더 나이를 먹고 60살, 70살이 되었을 때 이 글들을 보며 추억에 잠길 수 있을 거 같아요. 퇴사를 하면서 마음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것도 한 몫했고요.


아직도 제가 잘한 건지 조금은 혼란스럽습니다.

일만 하며, 철저히 절약하며, 연봉만 좇았던 그 시절이 맞는 것인가.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잘 보이지도 않는 그 무언가를 위해 가고 있는 지금이 맞는 것인가.


아직도 철이 덜 든 건가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나는 왜 다른 사람들처럼 그저 무난하게 회사 다니며 살지 못하는 걸까라는 생각도 하고요. 그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갖은 핑계를 대는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 보고요.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지금 와서 후회하면, 정말 마지막 남은 그 무언가 조차도 날리고 무너질 거 같거든요.


그저 기분 좋게 오늘 편평 사마귀 제거하고 오렵니다. 말끔해진 얼굴로, 조금은 젊어진 얼굴로 그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따위의 구호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오늘도, 내일도 즐겁게 살아보렵니다.


물론, 피부과 비용은 저의 퇴직금일부로 충당했기 때문에 아내에겐 당당합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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