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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Feb 13. 2024

퇴사하니, 돈 만원이 아깝다.

비트코인아, 살려주라 좀.

꼭 보내. 절대 잊지 마. 그거 꿀꺽하면 안 돼. 알지? 언제 보낼 거야. 딱 말해. 아니 지금 그냥 보내라고(ㅋㅋ)


어제는 아내와 돈 만원을 가지고 한창을 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돈 만원.

이번에 아버지가 큰 병을 앓으셨는데 다행히 수술도 잘 마무리되어 어제 병원에 아내와 갔었어요. 입원해 계신 병실에는 들어가지 못해서 층 내 대기실에서 인사를 드렸죠.


대뜸 한 번도 그런 적 없던 아버지가 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내어 주십니다. 저 만 원. 아내 만 원.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결혼 후 단 한 번도 아내에게 천 원짜리 한 장 주지 않던 분이 웬 일로? 사이좋게 만 원씩 받아 들고는 집으로 왔죠.


아.. 근데 이거 은행에 입금해야 하는데. 귀찮다.

저는 현금을 쓰지 않습니다. 현금영수증 하는 것도 귀찮고. 그저 은행계좌에 넣어두고 체크카드를 쓰는 게 편하더라고요. 반면에 아내는 현금을 가지고 다니며 잘 사용합니다. 이건 또 저와는 다르네요.


나한테 줘~ 내가 출근하면서 은행가게되면 내 통장에 입금하고 보내줄게~

실눈을 뜨고 나를 보며 아내가 던진 한 마디. 믿음이 가질 않습니다.(ㅋ) 왠지 모르게 꿀꺽할 거 같습니다. 지난번 5만 원 내기했을 때도 주지 않은 전적이 있어서 그럽니다. 5만 원 빵을 했는데, 본인이 진 걸 인정하지 않습니다. 결국 못 받았어요.


꼭 보내. 절대 잊지 마. 그거 꿀꺽하면 안 돼. 알지? 언제 보낼 거야. 딱 말해. 아니 지금 그냥 보내.(ㅋㅋ)

지금 통장에 돈 있을 테니 먼저 만 원을 보내라고 했습니다. 그저 장난을 치며 가재미눈을 뜨며 실실 대는 아내. 아니, 진심이었어요. 진짜 만 원이 아쉬웠어요. 놓치기 싫었습니다. 만 원이면 벤티 아메리카노가 대략 6잔입니다. 3일간의 제 백수생활을 책임져줄 아주 큰돈입니다.(저 하루 두 잔씩 마셔요.)


결국, 이체받지 못하고 돈을 건네었어요. 오늘 안에 준다는 약속을 받아내고선.


만 원이 뭐라고 이러나 싶네요. 예전 직장 생활할 때는 건방지게도 만 원, 그리 큰돈이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물론 아끼고 절약하는 습관은 있었지만 큰돈이라는 생각을 안 했습니다. 이제는 그 돈 만 원 때문에 진심을 담아 아내에게 재촉하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띠링, '입금 10,000 원 기업 XXX'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만 원이 입금되었네요. 아메리카노 6잔을 득한 순간입니다. 기분이 좋네요. 앞으로 삼 일간은 내 돈 안 쓰고 커피 사 마실 수 있어요. 근데요. 이게 정상인 거잖아요? 만 원도 큰돈입니다. 예전의 저라면 그저 큰 생각 없이 여겼던 돈인데, 지금의 저에겐 당시 십만 원의 가치로 다가옵니다.


백수생활이 좋을 때도 있고, 예전 회사 다닐 때가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회사에선 차장님 소리 들으며, 나름 떵떵(?) 거리며 지냈는데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점보단 장점이 훨씬 큰 지금이 압도적으로 좋긴 합니다. (퇴사를 장려하는 사람은 아니니, 퇴사는 많은 심사숙고를 하고 결정하셔야 해요.)


입금된 만 원을 바라보며 예전의 그나마 회사의 일원으로서 일하던 때를 떠 올리며 글을 써봅니다.

비트코인이 더 많이 올라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마이너스 35프로에 머물러 있는 저 녀석들이 시간이 흘러 큰 역할을 해 주어야 할 텐데 말이죠.(마이너스 70프로 였는데 많이 올라온 겁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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