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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May 12. 2024

회사의 핵심 같은 소리 하고 앉았네. 니 뭐 되나?

그저 울타리 안에서는.

내가 퇴사할 때 후임들에게 해준 말이 있다.

'일 열심히 하는 거 좋다. 근데 이거는 꼭 기억해라. 너희들이 하는 일이 엄청 중요한 일이라거나, 그로 인해 나는 중요한 사람이다라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 생각보다 너희는 기업의 입장에서 하찮은 존재이며 너희를 대체할 사람들은 널리고 널렸다. 나이가 들수록 그 대체할 수 있는 인간들의 레인지는 점점 넓고 커진다. 꼭 그것을 명심하고. 생각보다 너희는 회사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이며, 생각보다 너희들이 하는 일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너희들 옆에 있는 동료들. 그 인연이 언제까지 갈 거 같은가. 생각보다 그 인연. 쉽게 끊어지고 수명은 짧다. 너무 큰 기대를 하며 동료를 바라보지 말고 직장 내 인연보다는 가족들에게 더 큰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라. 그게 남는 장사다.'

제목으로 어그로 좀 끌어보고자 한 의도였는데, 그로 인해 다소 기분이 불편했다면 먼저 사과드리고 글을 이어나가도록 하겠다.


자, 당신이 나름 직장에서 평판도 나쁘지 않았었고, 주변인들에게 인싸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찾는 이들이 좀 있었다 치자. 그리고 일도 어느 정도는 인정받을 정도로 하고 있다고 치자. 그렇게 10년, 20년을 넘게 다니다 50살 초중반이 되거나 빠르면 40대 후반에 퇴사를 하거나, 또는 퇴사를 당했다고 하자.


'아, 나는 그래도 사회생활 나쁘지 않게 했어. 그간 지냈던 동료, 선배, 후임들과 퇴사 후에도 연락하며 술이라도 한 잔 하며 그렇게 지내야지'


"매우 큰 착각이다."

직장생활을 15년 이상 오래 했거나, 이직을 많이 해보셨거나 한 분들이면 바로 아실 거다.


16년을 회사를 다녔다. 5개 회사를 다녔다. 다녔던 회사마다 마음이 잘 맞는 그런 동료들이 있었다.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퇴근 후 술 한잔 기울이며 스트레스를 풀어주던 사람들. 내 힘든 일이 몰릴 때 부탁하지 않아도 작은 것이나마 챙겨주던 동료들. 당시엔 고마웠다. 이 인연이 길게 갈 줄 알았다.


하지만 경험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딱, 거기까지만이다.


그 울타리를 벗어나면 모든 인연은 그 즉시 끊어진다. 아니, 즉시 끊어지지 않더라도 길지 않은 시간 내에 끊어진다. 아슬아슬한 실타래로 연결되어 있던 그것이 울타리를 벗어나면서 쉽게 '툭' 하고 끊어져 버리는 것이다. 정말 진짜 진심으로 친했던 사람이어도 끊어지게 된다.


내가 피하든, 상대방이 피하든, 상대방이 바빠서든 이유는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왜 그럴까?


"공감대가 없어서다."

그 울타리 안에서 있을 때는 같은 회사라는 아주 큰 공감대가 있다. 그 공감대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길 벗어나면? 같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가장 큰 게 사라진다. 결국 몇 차례 연락을 이어가다가도 할 얘기가 점점 줄어들면서 그 연은 끊어지고 마는 것이다.


만일 새로운 곳에 취업을 했다면, 그 울타리 안에서 같은 공감대를 가진 동료들과 또다시 인연이 이어지겠지. 하지만 거기서의 인연도 딱, 거기까지만이다.


회사를 백년, 천년, 만년 다닐 게 아니기에 결국 그 모든 인연은 모조리 다 끊어지게 되어있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이가 되어서 말이다. 왜 많지 않은 나이냐고? 보통은 50대 초, 중반에 직장에서 걸러지기 때문이다.


한 때, 큰 착각을 한 적이 있다. 30대 중, 후반. 팀에서 꽤나 핵심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며 나 없으면 일이야 돌아는 가겠지만 이슈가 많을 거라는 착각을 했던 그 시절. 실제 나와 동료 한 명이 핵심 멤버이긴 했다.

하지만 실제 퇴사를 하고 보니.

"응?! 잘 돌아가네?!"


지금이야 연락이 끊긴 한 때 좋아하며 붙어 다니던 동료에게 퇴사 이후 종종 얘기를 들어보았는데, 처음 보름에서 한 달 정도는 조금 정신없었는데 결국 자리가 잡혀서 지금은(그때 당시 지금) 별 문제가 없다더라.


"매우 건강한 조직이다."

사람하나 빠진다고 무슨 일이 생길 거 마냥 착각하며 생각했던 나 자신이 우스웠다. 원래 조직이란 게 그런 거 다라는 것을 은연중에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내가 퇴사하고 보니 은연중에 생각한 그 정의가 잘 맞아떨어졌다. 나 없이도 조직은 매우 잘 굴러가며 내 빈자리가 아주아주 매우매우 작다는 것.


퇴사한 지 5개월이 넘었다. 와이프 개인사업 홍보에 주력하며, 실제 와이프 개인사업의 매출을 끌어올리는데 작은 역할을 하며 생활을 하고 있던 와중, 문득 생각난 예전 동료 두어 사람에게 연락을 하고 만나보았다.


근황이 궁금했을 거다. 직장 때려치우고 잘 살고 있는지, 후회는 없는지. 그리고 아마도(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내가 힘들게 지내고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은연중에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보다 벌이가 좋은 와이프덕에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나를 보며 은근한 실망을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왜 이런 생각을 했냐 묻는다면.


1) 그들과의 대화가 예전처럼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2) 그리고 그들의 표정은 예전 같지 않았고.

3) 대화도중 아내의 수입을 물어보며 그거 매출이랑 헷갈리는 거 아니냐며 되짚는 것들을 봐도 그렇고.


한 가지 공통점은 내가 만난 두어 사람의 예전동료들은 여전히 직장에 대한 불만과 불안함을 여전히(예전과 똑같이) 가지고 있었으며 직장이 아닌 다른 일에 대한 호기심이 매우 많았다는 것이다. 와이프 사업에 대한 질문이 생각보다 많았어서 조금은 의아했다.


세상 사는데 정답은 없다. 각자의 환경과 상황에 맞추어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가면 그만이다. 내가 퇴사하고 난 뒤 어떤 얘기들을 했을지 안 봐도 비디오다. 내가 직장을 다닐 때 누군가 퇴사하면 하는 얘기들이 반복되었을 테니까.


그들도 나도 그저 똑같이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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