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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Oct 04. 2024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본다.

역설적으로 가만히 있고 싶은.

'응?! 내가 왜?!' 당신이 할 일인데?! 내가 왜?! 아주 정중하게 부탁한다면 고민 좀 해볼게.

그냥 가만히 있다가는, 그저 그런, 말도 제대로 못 하는 호구XX로 볼 게 뻔합니다. 요구하고 당당해야 합니다.


회사 잘 다니고 계시죠? 회사를 다니다 보면 정말 수많은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건 대충이라도 정리해 보려 해도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정말 많은 유형의 사람들을 보게 되죠.


사원, 대리 시절, 전 나름 할 말을 하는 편이었습니다. 야근, 철야, 주말출근등에는 특별히 불평불만을 하지 않았지만, 상식적으로 이건 아니다 싶은 건 말을 하고 넘어가야 잠이 오는 성격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본인의 일임에도 나를 시키고 늦다고 나무란다거나, 나는 엄청 바쁜데 다들 인터넷검색하며 놀다가 이거 왜 아직 안 했냐고 뭐라 할 때.(같이 도와주면 빨리 할 수 있음에도 일을 하지 않는 같은 팀 사람들)


십 수년 전이라, 상사들의 눈총도 받았었고, 미움도 받았었습니다. 그럼에도 지지 않고 이건 아니다 싶은 것들은 말을 하고 넘어가는 편이었어요. 대신 일은 열심히 했습니다. 일을 열심히 잘하면 그런 눈총, 일종의 미움 같은 것들은 나를 특별히 괴롭히지 않게 됩니다. 그렇다고 왕따도 아니었어요. 주니어시절엔 가기 싫은 술자리도 다니며 그래도 나름 짜웅을 좀 했거든요.


그러다 타 팀에 있는 어떤 사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와는 다른 팀으로 같이 협업하는 관계였고요. 그 사람은 정말 너무나도 심성이 착한 분이었어요. 성선설의 실체가 있다면 아마 이런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착하던 그분. 근데 몇 년을 협업하면서 느끼게 된 건, 주변에서 그 사람을 눈에 띄게 호구로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답답하네 진짜.. 내가 대신 말 해주고 싶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본인의견을 피력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편이었습니다. 대신 평판은 좋았습니다. 일도 곧 잘했어요. 본인의 일이 아닌 것도 하는 김에 같이해라 정도의 멘트에 홀려 같이 확인하는 그분과의 통화에서 제가 대신 욱한 적도 있었거든요.


아니, 그건 X과장님 일이 아닌데 왜 확인하고 있어요? 답은 주겠지만, 거 말 좀 해요 쫌.

하는 김에 그냥 같이 하는 거죠 모 하하하하.

이러고 말아 버리네요. 제가 16년 사회생활을 하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본다는 것을요. 조직 안에서의 추악한 실체를 느끼고 파악하고 나니, 나름의 방어기제가 섭니다. 그렇게 저의 날 선 성격이 완성되어 간 걸지도 모르겠네요.


만만히 보이면 안 된다. 상식을 넘는 행동과 말들을 사전에 차단하자.

정도의 생각으로 지내왔던 세월들. 직장생활의 8할 이상이다라고 생각되는 각종 협업과 커뮤니케이션 부분. 짬도 안되고 내 실력에 대한 자신감도 없던 완전 초년생 시절. 하라면 했고, 그것이 내 일인지 아닌지도 모른 체 그저 못하면 욕먹었습니다.


어느 정도 업무흐름이 파악이 되면서부터, '아니 이걸 내가 왜?! 내가 담당이 아니었잖아?'라는 업무파악의 혜안이 눈을 뜨면서부터 전 할 말은 하는 인간으로 거듭나게 되었죠. 물론, 제가 하면서 확인가능한 간단한 것들은 부탁이 오면 같이 해주기도 했습니다.


근데, 호의가 계속되니 나중엔 권리처럼 굴더군요. 으레 해왔으니 이번에도 하라는 식.

아뇨, 절대 하지 않죠. 본인이 해야 할 것임은 분명 하나 사정이 있기에 부탁을 간곡히, 정중하게 해 오면 할 수 있는 부분은 해주려고 했습니다. 맡겨놓은 거 찾는 사람의 태도를 가진 사람에게는 철저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 분들이 이런 과정을 수 차례 거치면서 방어기제가 잔뜩 들어찬, 마치 고슴도치처럼 털을 세우고 있는 자세로 업무를 대하게 되는 것이죠.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게 그렇게 싫습니다. 어디선가 내 이름이 거론되면 아무리 바쁜 업무 중이라도 그쪽으로 귀가 활짝 열리게 되는 경험 있으실 겁니다.


그냥 가만히 있다가는, 그저 그런, 말도 제대로 못 하는 호구XX로 볼 게 뻔합니다. 요구하고 당당해야 합니다.

신입사원시절의 예스맨의 모습은 사라지고, 상대방의 태도에 따라 달라지는 나의 행동들.

저는 이런 식이었습니다. 내가 90도를 먼저 숙여보고, 상대방이 그에 맞게 숙여준다면 저는 120도를 숙이는 행동패턴을 탑재했어요. 90도를 숙였는데, 상대방이 그것을 이용해 은근히 나를 누르려 한다? 전 더욱 꼿꼿이 세웠습니다.


너가 그렇게 할 수 있을만한 사람아냐.

라는 식으로 말이죠.


시대가 많이 변했죠?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가 됩니다.

어느 조직을 가나, 이런 토악질 나오는 유형의 인간들은 존재하기 마련이거든요.


예스맨의 시절은 대부분의 직장인 분들은 겪어보셨을 겁니다. 대부분이 사회초년생 때겠죠. 그러나 짬밥 조금 먹다 보면 예스맨이 아닌 '?!맨' 이 되고 맙니다.


'응?! 내가 왜?!'

당신이 할 일인데?! 내가 왜?! 정중하게 부탁하면 고민 좀 해볼게, 정도의 의식을 가지게 됩니다. 물론 태도는 좀 더 유연해야 합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그런 부분이 더 많이 필요하더라고요. 부드러운 말이지만 '응, 이건 내가 할 게 아냐. 너가 해.'를 잘 녹여내는 것이죠. 필요하다면 내가 도와준다는 표현을 써가며 이것의 오너쉽은 너에게 있다를 은연중에 나타내야 합니다.


니 일, 내 일을 가르자는 게 아닙니다. 상식이 있고 기본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최소한 나의 일을 남에게 부탁할 때는 부탁하는 태도를 확실히 취해서 상대방이 '아, 이 사람 지금 이걸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부탁을 하는 거구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고요.


근데, 역설적으로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보지만 그저 날 좀 가만히 두었으면 합니다.

내 이름 부르지 마. 난 투명인간 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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