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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Jan 30. 2024

나 담배 끊는다. 진짜.(내년부터.ㅋ)

오냐. 내 오른손모가지와 전재산을 안 건다.

참.. 힘들다. 담배라는 자식. 지치고 힘들 때 내게 기대. 라며 두 팔 벌려 날 안아주었던 하얀 천사 같은 녀석. 내 너를 보낼 생각을 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스트레스에 찌들었던 나의 지난 삶을 대신해 하늘을 대신 날아 주었던 너. 힘든 노동뒤에 담배 한 모금. 캬! 고객갑질에 미쳐버릴 거 같았던 마음을 달래주던 너.


어쩌냐. 끊어야지. 담뱃값도 많이 드는데.

결국 돈 앞에 무릎 꿇었습니다.


직장 다닐 때, 팀에 담배를 하루아침에 딱 끊은 세 사람이 있습니다. 독한 사람들.

사연은 이러해요.


지인 A.

어느 날 아침. 가슴이 쪼여오고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있어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심근경색이라고 했던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그런 거였죠. 일주일 급히 휴가 내고 복귀한 그날부터 담배를 끊었습니다.


지인 B.

애처가. 와이프가 싫다고 하는 건 안 하려는 성향. 결혼 전 저와 함께 줄담배를 피던 골초. 결혼하더니 와이프의 한마디에 하루아침에 끊었습니다.


지인 C.

눈물겨워요 이 사람은. 같은 남자지만 불쌍해 보일 때도 있습니다. 와이프에게 꽉 잡혀 살고요. 한 달 용돈이 15만 원입니다. 20만 원에서 5만 원을 줄였다네요. 용돈 줄인대신 아침엔 아내가 회사 앞까지 태워다 주고(차로 30분 거리), 용돈이 모자라 담배도 끊었습니다. 담뱃값 오르고 한동안 '담배 한 가치만' 병에 걸려 지내다 몇몇(저 포함)에게 싫은 소리 듣고 끊더군요.


이렇듯, 담배에 중독된 사람들은 아주 강렬한 충격이 있어야 그걸 끊어냅니다. 저요? 아직 아픈 적도, 용돈이 모자란 적도(전 술을 안 마십니다.), 와이프에게 잡혀 살지도 않습니다. 하하하......(요즘은 조금 눈치를 봅니다만..)


근데요. 이제는 끊어야 할 거 같아요. 백수잖아요. 담뱃값 무시 못하더군요. 퇴사 전 와이프 모르게 모아놓은 비상금을 야금야금 까먹고 있는데, 집에 있다 보니 담배값이 제일 많이 듭니다. 그다음은 커피 값.


3년 전에도, 재작년도, 작년도 시도했던 금연. 그거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저에겐 위 세 사람들만큼 강렬한 충격이 이제야 조금씩 오는 게 느껴지네요.


사람이라는 게 이렇게 간사합니다. 담배 한 대 딱 피고 끈 직후에는 앞으로 몇 시간 참아볼까 하다가도 한 시간 이내로 입이 근질근질합니다.


직장 다닐 땐, 나 담배 안 피우면 스트레스받아서 암에 걸릴 거야. 피는 게 차라리 더 나은 거 같아.라고 거짓부렁 했지만. 이젠 집에서 쉬는데 무슨 스트레스가 있겠어요. 더 이상 늘어놓을 핑곗거리도 없습니다.

담배 피운다고 흡연장까지 내려가는 것도 귀찮기도 하고.


운동은 끊지 않고 아직도 규칙적으로 하는 거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에는 열심히 했구나. 담배는 당장 끊는다고 눈에 보여지는 변화가 없으니 이런 거구나라고 말이죠.

사실, 운동 직후 펌핑된 내 몸을 보면 뿌듯하거든요.


글을 읽고 쓰는 것도 마찬가지인 거 같습니다. 운동 후 펌핑 된 나의 몸처럼 지금 당장은 큰 변화가 없지만, 오랫동안 쌓이고 쌓이다 보면 멋게 만들어진 근육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보게 될 거 같거든요.


담배, 어려운 시기를 그나마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던 어찌 보면 친구보다 더 찐한 존재. 나이도 나이이고, 건강생각해야 하니까.. 이제는 이별할 준비를 슬 해봐야 할 거 같네요.ㅜㅜ


PS. 여러분, 제가 쓰고 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을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근육이라는 것도 많은 노력과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가 운동을 낮게 평가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운동 직후 '펌핑'된 상태만 말씀드린 거라는 거. 아시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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