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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빈 Jan 31. 2024

밥알이 자꾸 입에서 튀어나와.

응~필요 없어 턱받이.

방금 점심을 먹었습니다. 끔찍하게 귀찮은 끼니 챙기기.

제 글 중에 '40대, 퇴사하고 나니 이게 제일 힘듭니다.'라는 글에 있던 두 가지중 하나입니다.


오늘도 여지없습니다. 밥을 먹던 도중, 아래로 툭 떨어지는 밥 알 하나.

지난달, 부모님 댁에 가서 같이 저녁을 먹던 도중, 아버지가 자꾸 밥상에 밥알을 흘리십니다.


아 거참. 드러워 죽겠네. 왜 이렇게 질질 흘리면서 먹어.


날 서 있는 어머니의 한 마디. 순간 움찔한 아버지는 입을 꾹 다물고 열심히 저작활동을 이어가십니다.

그걸 볼 때는 별 생각이 없었어요. 그저 이제 연세가 많으셔서 입 주변 근육이 약화되었나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죠.


근데, 요즘 제가 저럽니다. 지난주에도, 지지난주에도, 방금 점심을 먹으면서도.

이상하게 잘 씹고 있는데 입 밖으로 밥알이 툭 튀어나옵니다. 지난주 아내와 밥을 먹다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밥 알. 아내가 그럽니다.


어휴, 이제 턱받이까지 해야 할 거 같네유.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은 아버지의 심정이 이런 것이었을까. 순간 창피합니다.


아냐, 지금도 씹다가 턱관절이 살짝 어긋나서 소리 나면서 그런 거 같아.

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댑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40이 훌쩍 넘고 나서부터 이상해지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제 자신도 의식할 만큼요.

30대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조금씩 많아지는 말. 작은 목소리와 작은 입. 평소엔 조용한 말투로 말을 길게 하지 않았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제가 인지 못한 그 어느 때인가부터 말이 많고 길어집니다.

중요하다 생각한 것은 강조하며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그리고 작년에 스케일링을 하고 왔는데, 송곳니 부근의 치아가 살짝 벌어져있습니다. 치석이 있던 자리겠죠.  지금보다 젊었던 시절. 40대 중후반의 차장, 부장님들 보면 치아가 벌어진 분들이 몇몇 보이셨는데. 제가 그렇게 되어가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밥을 먹다가 자꾸 밥알을 흘립니다. 뭉텅이로 흘리는 것이 아니라, 꼭 한 알씩 튀어나옵니다.

(뭉텅이로 흘리면 그게 더 이상한가;;)


안돼... 겉모습도 늙어가고 있는데 이렇게 일부 나이 먹은 사람들의 특징들을 안고 가면 안돼.

서글프네요. 마음과 정신은 아직도 정신 못 차린 20대 시절에 머물러 있는 거 같은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이런 특유의 아저씨들 특들이 상심케 합니다.


노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신. 철 없이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현실에 치여 어쩔 수 없이 자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생각의 틀마저도 굳어지면 안 될 텐데. 라며 밥 먹다 말고 밥알을 주워 들고는 한숨을 쉬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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