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년 전이네요.
일요일 아침. 시간도 정확히 기억납니다. 10시 20분.
이날 10시에 눈을 떴습니다. 전날 저녁, 내일은 등운동으로 오전을 불태워보리라는 생각에 잠에 들었었죠.
오전 10시 기상.
눈 뜨자마자 10분간 대충 몸을 풉니다. 집에 파워랙이며 홈짐을 위한 운동기구들이 좁은 방안에 빼곡히 있던 터라 몸 풀고 바로 드가면 됩니다.
데드리프트 10시 20분.
첫 운동 데드리프트를 위한 예열 따위는 없습니다. 원판을 끼우고 바닥에서부터 들어 올립니다.
하나, 두울, 세에..... 엇?
아... 뭔가 잘못됐다 이 느낌은. 요방형근과 기립근, 대둔근 느낌이 이상하다.
그러나 멈출 수 없다. 두 개만. 딱 두 개만. 그리고 누워서 좀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자. 이제 첫 세트에 겨우 세 개 했는데 이대로 멈추기엔 찜찜하다. 대변을 보다 끊은 느낌이다.
두 개만!!!!
을 속으로 외치며 하나를 정성스럽고 조심스럽게 들어 올린 바로 그 순간.
아!!
외마디의 작은 비명과 함께 바벨을 놓쳤고, 그대로 저는 방바닥에 누워버렸습니다.
뭐지?
나 허리 디스크 터진 건가?
내일 출근해야 되는데 어쩌지?
나 허리 병신 되는 건가?
근데 남은 운동은 어쩌지?
조금 누워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다시 하자.
이렇게 누워서 미동도 없이 20분가량.
아주 천천히 몸을 살짝만 돌려봅니다.
아.... 졸라 아픕니다. 눈물이 찔끔 날만큼..
조금 더 누워있기로 합니다.
그렇게 다시 20분 뒤. 아주 조금씩 몸을 일으켜봅니다.
와! 통증은 있지만 운동을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데드리프트는 무리라는 판단하에 케이블운동으로 대체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케이블 바를 잡고 쭈욱 내리는 바로 그때.
전 결국 다시 바닥에 드러누웠고 4일 동안 일어나지 못합니다. 하하하하하하.
와이프는 일을 나가있었고, 오라 하면 욕먹을 거 같기도 해서. 그냥 제가 스스로 119를 부릅니다.
아.. 네. 여기 xx인데요. 제가 운동하다 허리가 나간 거 같습니다.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5분 뒤 도착한 구급대원들. 전화로 비번을 알려주고는 들것에 실려나가는데 눈에 들어오는 그것. 거실에 엄청난 신발자국. 당연히 구급대원들은 신발을 신고 들어오는 게 맞습니다. 그분들을 뭐라 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다만, 이런 상황을 모르는 아내는 거실의 신발자국을 보며 절 미친놈이라 욕할 거 같아. 결국 전화로 이실직고.
달려오더군요. 미친 인간이란 소리 듣는 건 매한가지. 그냥 처음에 전화할걸 하고 후회도 해봅니다.
젊은 남자가 운동할 때 입는 반바지와 민소매차림으로 들것에 실려 들어가니 나를 무슨 죽을병 걸린 사람처럼 쳐다보는 병원사람들. 창피해 죽겠더군요.
다행히 디스크 파열은 아니랍니다.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큰 힘을 갑자기 주다 보니, 경직된 허리근육이 쇼크를 받았고 허리에 있는 인대도 조금 늘어났다고 하더라고요.
쉬면 낫는다고 해서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4일은 거의 걸을 수 조차 없었고, 5일째부턴 어기적거리며 간신히 걸어 다녔습니다. 9일쯤 지나서야 보통의 걸음이 돌아오더군요.
오늘 일이 생겨 병원에서 자게 되었습니다. 예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119 구급차에 실려갔던 일이 생각나는 밤이네요.
과유불급. 몸소 체험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적당히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물론, 가족과 부부간의 사랑은 제외.
아, 그리고 입원하고 이틀 뒤.
제 왼쪽 앞 베드에 어떤 젊은 남자가 실려왔습니다.
스쿼트 하다가 헬스장에서 바로 실려왔더군요.
저만 이런 게 아니었습니다~(ㅋㅋ)
혹시나 119 구급차 실려가보고 싶다면, 제가 했던 방법 그대로 해보시면 됩니다.
꼭 데드리프트가 아니어도 됩니다. 스쿼트, 바벨로우 등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