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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호지방이 Sep 10. 2023

어둡고 산발적인 생각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무기력한 한 주를 보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럴 때는 대게 온종일 누워 있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해가 떨어지는 날에는 죄책감의 그림자가 마음에 짙게 진다. 죄책감을 느끼기 싫다면 보란 듯이 잘 살면 될 일이다. 그게 아니면 뻔뻔하기라도 하든가. 지금은 둘 다 못하고 있어 계속 그늘이 져 있다. 이런 상태가 꽤 길게 갈 것만 같다. 원터 이즈 커밍이다.

     

 죄책감이 가득한 채로 노트북을 연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무얼 꼭 해야 해? 좀 퍼져있을 수도 있지. 왜 죄책감을 느끼지? 심연을 뚫고 들어가려고 잠깐 시도해 보지만 이내 실패한다. 지금 내 사고력은 너무 얇고 힘이 없어 한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한다. 그럴 수 있다면 한 주제나 감정에 대해 진득하게 탐구해서 통찰력 있는 글을 쓰고 싶은데. 지금은 산발적으로 지나가는 어두운 생각들을 붙잡아 옮기기에도 버겁다.

     

 뭔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보면 요새는 좀 부럽다. 그리고 궁금하다.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무엇인지. 나에게도 그런 동력이 있었던가.

     

 한 때는 이 일이 재미있어지는 순간이 올 거라 믿었다. 그 순간을 위해 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게 잠깐의 동력이 됐다. 하지만 어떤 직종을 선택했든, 일이 재미있을 수는 없다. 가끔 오는 재미는 찰나로만 존재한다. 직급이 올라가거나 더 큰 롤을 맡는다고 해도 그 찰나의 빈도가 찾아지거나 길이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일은 일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 데까지 조금 걸렸다. 슬픈 사실을 깨닫고 난 후에는 조금 더 발버둥을 쳤다. 일이 재미없는 건 당연하다. 재미없다고 안 할 건가? 이왕 할 거면 잘해야지. 잘해서 인정받아야지. 이런 게 또 잠깐의 동력이 됐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재미고 인정이고 크게 의욕이 들지 않는다. 그냥 적당히 욕 안 먹을 정도로만,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정도로만 하고 싶다.

     

 애석하게도 내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회사는 페이퍼 워크를 미친 듯이 늘리고 있다. 회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을 다 문서화하려고 마음먹은듯하다. 창작집단을 표방하는 조직에서 관리와 보고를 강조하기 시작할 때, 어떤 말로가 다가오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원터 이즈 커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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