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다짐

  솔직해야 한다. 내 글이 남들에게 어떻게 읽힐지 의식하지 말자. 주변의 시선에 신경을 곤두세우느라 내가 무얼 느끼는지도 모르진 말자. 그렇게 될까 봐, 벌써 조금은 그렇게 된 듯해서 무섭다. 일상에서 비겁했던 순간들과ㅡ, 초라했던 모습들을 외면하지 말고 성실히 기록해 두자. 이런 추한 모습들을 포장하지 말고 왜곡 없이 풀어내자. 이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어려운 일이므로 각오가 필요하다.

     

 순간을 대하는 태도. 

 긍정적인 순간이든 부정적인 순간이든. 심연을 마주하자. 모든 마음에는 뿌리가 있다. 우울하다. 왜 우울한가? 외로운가. 아니면 게으른 스스로에게 실망했는가. 혹은 재능 있는 자에 대한 열등감인가. 그도 아니면 이뤄지지 못한 욕망? 아니면 그 모두일지도. 마음의 뿌리를 들여다보는 것은 지난하고 피곤한 일이다.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뿌리에 도달하는 힘을 길러놓지 않는다면, 나는 어린아이처럼 몇 가지 단어로만 내 마음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음 가는 대로 계절을 느끼자. 비가 오는 어떤 날은 운치가 있고 비가 오는 어떤 날은 우울하다. 마음의 날씨와 오늘의 날씨 사이에서 오는 간극에 폭 담겨있자. 그 간극에 대해 생각하고 풀어내는 시간들이 내 감정의 레이어를 두텁게 만들어 줄 것이다. 

    

 쥐어짜는 글이 아니라 흘러넘치는 이야기를 쓰자.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야 한다. 세상에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꾹꾹 눌러왔던 이야기들이 목울대 너머로 흘러넘쳐야 한다. 그래야 외로운 시간을 견딜 수 있다. 이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없다면, 나는 영원히 작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