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믿어주는 엄마

내 아이의 새로운 과업 앞에서 그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각에 대해

by Shine 샤인

우리 시부모님은 좋은 사람들이다.

뭐.. 기본 전제는 그렇다. 그런데 가끔 나를 스트레스받게 하는 일이 있는데 바로 아이와 관련된 사소한 문제들에 대해 잔소리를 하실 때이다. 보통 나는 아이에 대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게끔 하는 스타일이고, 조금의 도전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시부모님은 안전 제일주의 스타일. 그리고 시아버지는 아이의 자잘한 과업에 대해 아이가 왜 말은 빨리 안 하느냐, 언제까지 기저귀를 하느냐.. 등등의 사소한 과업들이 빨리 이루어지길 바라시며 만날 때마다 이야기하시는 스타일이시다.


시아버지의 성화에 미루고 미루던 아이의 배변훈련을 시작했다. 시아버지가 아이를 볼 때마다 기저귀를 차고 있다고 타박을 해서이다. 그것도 내 눈을 보면서가 아니라 아이를 보면서! (이 부분에서 매우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는 일하는 엄마이고 물론, 약간 프리랜서 스타일의 일이라 시간 조절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아이와 배변훈련을 하려면 며칠간 데이케어도 보내지 않고 이 시간을 위해 시간을 떼서 셀프 휴가도 내야 했기에 마음의 준비와 실질적인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다.


어쨌든.. 이러저러한 이유도 있었고 30개월 전엔 배변훈련을 하기로 마음먹었었기에 한 달 전 작정하고 2주간의 셀프 휴가를 냈다. 참고로 아주 이전부터 <Oh Crap! Potty Training>-Jamie Clowack을 읽었고 나 스스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아이와 단단한 애착과 신뢰 관계를 쌓았다. 참고로 이 책은 엄마의 마음의 준비가 가장 중요하며 아이가 할 수 있다고 믿으면 아이는 그 과업을 하게 된다는 전제에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는 배변훈련을 준비하는 부모를 위한 책이다. 인상적인 부분 하나를 나누자면, 저자는 아이가 두 돌 정도 지날 때부터 꼭 끈이 있는 운동화를 사주었고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조금의 도움을 주니 서서히 아이 혼자 신발끈을 맬 수 있게 되었단 것이다. 즉, 아이는 부모가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스스로 할 수 있는 역량이 무한대로 늘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배변 훈련도 아주 짧게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아이 배변훈련 전 몇 가지 나 스스로 작정하고 마음을 먹은 것이 있다.

첫째, 아이가 할 수 있다고 믿어주기

둘째, 아이가 실수해도 너그럽게 넘어가기

(응가를 실수했을 때 정말 어금니를 물며 그럴 수 있다며 아이를 다독였다)

셋째, 절대 강압적인 태도 취하지 않기


이 세 가지를 다짐하고 나도 최상의 컨디션을 가지고 배변훈련을 시작했다. 첫 주는 아이와 오랜만에 하루 종일 시간을 가지고 눈을 마주치고 놀며, 아이와 함께 여기저기 놀러 다녔다. 더 많이 반응해주며 신나고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했다. 그러면서 변기와 친숙해지는 훈련과 기저귀를 채우고 쉬나 응가가 하고 싶으면 이야기해주기를 훈련시켰다. 이때 발견한 것이 변기에는 잘 앉지만 아직 어른 변기에서 실제로 쉬와 응가를 하기는 어려워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기 변기로 옮겨주니 조금씩 그곳에서 용변을 보기 시작했다. 정말 한번 아기 변기에서 용변을 보면 물개 박수부터 최고를 연발하며 칭찬했다. 처음 했을 때는 아이를 안고 뽀뽀해주고 응가한테 인사도 하고 그랬다.(응가 안녕ㅋㅋㅋ)


그리고 두 번째 주는 아이에게 팬티를 입히고 훈련을 시켰다.

정말 첫째 날은 쫓아다니면서 실수하는 것을 닦았다. 우리 집은 카펫 바닥이라 스프레이를 뿌려대며 닦았지만 아이를 나무라지는 않았다. 대신 실수할 수 있다고 괜찮다고 다독여주었다. 그리고 슬슬 아이가 쉬하고 싶을 때, 응가하고 싶을 때 기저귀가 아니라 약간씩 당황하는 표정들이 읽히면서 빠르게 안고 아기 변기로 달렸다. 이렇게 몇 번 성공 경험이 쌓이다 보니 아이는 다음날부터는 스스로 가고 싶다고 말하기 시작했고 스스로 바지를 벗고 팬티를 벗고 앉기도 했다.

그렇게 제대로 배변훈련을 한 지 3일 만에 아이는 거의 매번 아기 변기에 용변을 보았고 일주일쯤 되자 어른 변기에 앉아서 일을 보고 밖에서도 잘 갈 수 있게 되었다!


배변훈련이라는 인간의 기본 일상 훈련을 아이에게 시키면서 엄마가 아이를 신뢰하고 좋은 긍정적 반응을 많이 해줄 때 아이가 스스로 '아, 이건 할 수 있는 일이구나. 별거 아니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는 것을 경험했다. 가끔 나도 모르게 하루 종일 "안돼, 만지지 마, 올라가지 마, 내려와..." 등등의 부정어, 명령어만 쓰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는 마음을 먹고 작정하니 아이가 잠깐 사이에 놀랄 만큼 부드러워지고 자신감이 생기는 것을 보았다. 나의 태도변화가, 엄마의 시각 변화로 내 아이의 모든 세상이 바뀔 수도 있다.

오늘 나는 어떤 마음과 태도로 내 아이를 보고 있을까.

내가 '너는 할 수 있어'의 눈빛을 보내면

내 아이도 '아,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그럴 수 있는 존재야'

이런 자존감을 가진 아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더 단단한 태도와 눈으로 아이를 바라볼 수 있길 스스로에게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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