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목소리에, 몸짓에 조금 더 관심을 주고 인정했더니 보이는 것들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남편과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애는 왜 이렇게 예민해?"
"애는 왜 이렇게 많이 울어?"
"애는 원하는 게 왜 이렇게 구체적이야? 다들 그런 거야?!(+짜증)"
첫째라서 그런지 우리 부부는 아이가 요구하는 요구사항을 잘 들어주려고 노력했고 반응도 빨리 해주는 편이었다. 그런데도 우리 아이는 늘 많이, 아주 많이 울었고 예민했다. 또 말을 못 할 때도 무엇을 원해서 해주면 그것이 자기가 원하는 것과 정확히 맞지가 않다고 짜증을 내는 일도 많았다.
예를 들어 아이가 포도를 달라고 해서 포도를 먹기 좋게 송이송이 뜯어서 아이에게 준다. 그럼 그때부터 이 포도가 아니라고 울기 시작한다. 처음에 말을 잘 못할 때는 아니 포도를 달라고 해서 포도를 줬는데 왜 이렇게 우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나도 같이 짜증이 나고 어떨 때는 그만하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먹으려고 송이 째 잘라둔 포도에 손을 뻗어서 그걸 잡고 뜯어서 먹는 것을 보고 몇 달간 풀리지 않던 의문이 풀리게 되었다. 이 아이는 송이송이 먹게 좋게 되어 있는 포도가 아니라 송이에 방울방울 달려있는 것을 자기 손으로 하나씩 뜯어먹고 싶었던 것이다(유레카)!
애들 마다 기질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다는 것은 많이 들었고 책에서도 유튜브 등을 통해서 여러 육 선배들의 조언들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막상 내 자식의 독특한 부분이 당장 육아를 하는 입장에서는 쉽지 않았더랬다. 물론 지금도 적응 중이다. 내 속에서 나와서 나나 남편과 비슷한 부분도 많았지만 또 이 아이만의 독특한 특성들도 있으니 결혼 초에 남편에게 놀라고 적응했던 것보다 더 처절하게(흑흑..) 내 아이에게 적응하려고 알아가려 노력한다.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나와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처럼 아이도 나와 '다른' 개체이고 인정할 것은 해주고 훈육하고 양육해야 할 것은 해야 한다는 전제를 완전히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리겠지.
그래도 이 포도송이 사건 이후 아이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기로 결심했다.
물론 선택의 영역이 아닌 꼭 해야 하는 양치질이나 세수, 목욕, 밥 먹기 같은 기본적인 영역은 회유든 협박(?)이든 해서라도 습관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영역의 문제이지만 포도를 송이째 먹는 것과 뜯어서 먹는 것과 같은 선택의 영역은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비록 조금 귀찮더라도. 그렇게 마음먹고 아이를 대하 고나니 아이가 짜증 내는 것이 많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징징거릴 때가 많고 그걸 받아들이기 쉽지 않으나 (속으로 수많은 한숨과 인내가 필요하지만..) 요구사항이나 자기가 원하는 것이 분명한 아이라는 것을 알고 선택의 영역을 인정하고 나니 한결 육아가 쉬워졌다. 그리고 아이가 더 이해되고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더 눈여겨볼 수 있는 마음이 생기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