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의 생김새를 닮아 태어나고, 부모의 행동을 닮아간다는진리
아이를 낳고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께서 자주 남편과 아들 하림이 얼굴이 판박이라고 말씀하셨었다. 남편의 어린 시절과 얼굴이 똑같다고 하시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 내 눈에는 아이와 남편이 그다지 닮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아이의 아빠와 닮은 이미지는 있었지만 똑같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대화를 나누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부모님께서 남편 어린 시절 앨범을 한 아름 들고 우리 집을 방문하셨다. 그리고 앨범을 펼쳐 남편 어린 시절 얼굴을 보는 순간, 아들 하림이 얼굴을 보는 줄 알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정말 어디가 닮았다고만 표현할 수 없는 완전한 판박이, 붕어빵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서 아이가 나의 성격을 닮았고, 행동을 닮아가는 것을 보며 놀라고 있다. 나를 닮아 성격 급하고 참을성 없는 것을 타고난 아이. 아들 하림이가 먹고 싶어 하는 것을 준비하데 그 시간도 기다리지 못하고 짜증 내거나 소리 지른 것을 남편에게 이야기하면 아무 말 없이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볼 때가 있다.
"뭐? 왜, 또 나 닮았다고?!"
"응, 아니 뭐.. 자기도 알지?"
"으.. 몰라!"
남편의 짧은 두세 마디에 또 할 말이 없어진다. 도대체 이 유전자는 무엇이란 말인가? 부인할 수 없는 얼굴 판박이에 성격 판박이. 그리고 행동도 판박이. 정말 두 돌이 지난 아이의 배움의 속도는 생각 이상이다. 말도, 행동도 하루하루가 다르다. 그런데 그중에서 내가 한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할 때는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내가 손에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을 때 뒷짐을 지는 버릇이 있는데, 아이가 어느 날 뒷짐을 지고 걷는 것이다. 그리고 들고 갈 짐이 많을 때 나누어서 여러 번 가지고 가지 못하고 한 번에 주렁주렁 손에, 겨드랑이에 물건을 무리해서 옮기는 것을 아이가 똑같이 따라 하고 있었다. 내 아들이 뒷짐을 지고 뒤뚱뒤뚱 미끄럼틀을 타러 걸어가는데 한 인간의 미래에 우리 부부가 엄청난 영향력을 기여하고 있다는 당연한 진리가 떠올랐다. 아이가 배워가고 커나갈 길에 나와 남편의 생각, 행동, 말투, 감정, 가치관 등이 매일매일 쌓이고 쌓여 그 아이의 미래를 만들겠구나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요즘 부모들 사이에서 핫한 프로그램인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면 대부분의 문제 행동이 부모의 태도나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며 '아이는 부모를 닮는다'라는 말과, '아이가 크는 게 아니라 부모가 큰다'는 말에 정말 공감이 된다. 정말 아이가 크는 것만큼 나도 자라고 있다. 예전에는 사정상 부모님이 나와 동생을 키우지 못하고 할머니에게 맡겨졌던 것이 이해가 안 되고 원망스럽기만 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그 당시 그들의 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도 같다. 그리고 내가 부모님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변화되는 것을 느낀다. 아이만 크는 것이 아니라 어른인 나의 내면 아이도 같이 성장하고 있었다. 아니 성장해야만 하는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는 아이에게 주어야 할 헌신과 사랑이 매일매일 화분에 물을 주고 해를 보게 해서 자라게 하는 영양분이라는 생각이 안 들고 지치고 괴롭기만 할 테니. 어느 날 열매 맺고 자라서 자신의 삶을 살아갈 한 인간이라는 것과 나는 그런 한 인간을 키우는 농부라는 마음이 없으면, 오늘 하루가 너무 지치기만 할 것 같다.
이 작은 한 인간 아이에게 내가 오늘 주어야 할 좋은 유전자, 행동 영양분은 무엇일까? 더 어릴 때는 매일 먹이는 우유, 이유식에만 신경이 쓰였는데 이제는 오늘 이 아이의 눈과 귀, 마음을 채울 영양분이 무엇일까에 더 관심이 간다. 타고난 유전자인 얼굴은 바꿀 수 없겠지만 생각이나 행동, 가치관들은 얼마든지 오늘의 영양분으로 바꿔갈 수 있을 테니. 그러려면 오늘의 나도 좋은 것을 보고 먹어서 또 조금 자라고 바뀌어 가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