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욱이 올라온다

아이가 짜증내면 엄마 마음 다스리기가 쉽지 않다

by Shine 샤인
공원 바닥에 갑자기 드러누운 아이

길바닥에 아이가 누웠다.

얼마 전 친한 언니네와 공원에 갔는데 잠깐 차에 다녀온다고 해서 9개월 된 아기를 안고 있었다. 그런데 하림이가 엄마가 다른 아기를 안는 것이 싫다며 떼를 쓰며 바닥에 드러누워 우는 것이다. 애가 없을 때는 다른 아이가 이렇게 길에서 시끄럽게 울면 힐끔힐끔 바라보며 남의 일 같았는데 막상 내가 이런 상황이 되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좀 더 정신을 차리고 평소에 육아서에서 열심히 봤던 것처럼 행동해야 하는데 첫 번째 단계로는 내 속에서 욱이 먼저 쏟아 오른다.

'이 놈의 XX가 진짜..'

결혼하고 하도 부드러운 남편을 만나서 화낼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내가 이제는 성질도 죽고 착해진 것인 줄 알았는데 아이를 키우며 착해진 것이 아니라 화낼 일이 별로 없었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아직 나는 갈길이 멀고, 내 속에는 여전히 욱이 올라온다.




육아의 대모, 오은영 박사님은 징징대는 아이를 달랠 때 4단계를 하면서 아이를 달래라고 했다.

1단계: 엄마가 하던 행동 멈추고 아이에게 집중, 조금 그냥 놔두기

2단계: 왜냐고 묻지 않기

3단계: 진정된 후 다독여주기- 뭐가 속상했구나, 기분이 나빴구나

4단계: 이때 가서 이야기해보기

대견해, 고마워, 엄마보다 낫다- 칭찬으로 마무리


그런데 막상 상황이 닥치니 4단계이고 뭐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래도 나는 지성인이니 이렇게 사람 많은 데서 내 욱을 다 보일 수는 없다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다. 그리고 아이가 왜 짜증이 나고 징징대는지 원인 파악은 쉬웠으니 아이를 울게 그냥 놔두었다. 그래서 왜냐고도 묻지 않았다(얼떨결에 2단계까지 했다). 한국 사람이 많이 사는 동네라 주변에 한국 사람도 많아 속에서 약간의 쪽팔림이 올라오고 그냥 애를 안아 올려서 차로 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래도 아직 손에 남의 애가 있으니 그것도 참았다. 그러다 보니 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아기를 받아 주었다. 아이의 울음은 조금 잦아들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이야기를 시도했다.


"엄마가 다른 베이비 안아줘서 기분 안 좋았어?"

"응(울먹울먹).."

"엄마 다른 베이비 안아주는 거 싫어?"

"응.. 안돼.. 하림이 안아"

"ㅋㅋㅋㅋㅋ"


자기 동생도 아니고 다른 아기를 안아주는 것에도 질투를 느껴서 저렇게 울고불고 짜증을 내는 아이가 조금 이해가 되면서도 애착이 잘 못된 건가, 원래 이맘때는 이런 건가 싶다. 뭔가 또 내 탓은 아닐까 하는 생각. 그리고는 다시 머리를 흔들었다. 너무 작은 것 하나하나에 의미 부여하면 서로 피곤하다.


"하림아, 엄마가 하림이 싫어하면 다른 베이비는 안아주지 말게"

"한나는 괜찮아! 룩도 괜찮아!"


이건 또 무슨 말인가. 9개월짜리 베이비는 안되고 다른 또래 아이들은 안아줘도 된단다. 다시 올라오는 욱과 의문.


"베이비만 안되는 거야?"

"응, 베이비 안돼."


참.. 귀엽기도 하고 의문스러운 답이다. 왜 베이비만 안되는 걸까? 이것이 동생도 생기기 전에 아기처럼 자기보다 더 작고 귀여운 것이라 질투를 하는 것인가? 어쨌든 간에 이런 짧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내 속의 화도 조금 잦아들었다. 제 딴에는 어떤 이유가 있어서 저러겠지 싶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조금 정도가 심하거나 약할 뿐 그 언니를 아기와 함께 만날 때마다 생겼다. 원래의 내 성격 같으면 아이를 설득하거나 울어도 베이비를 안는 걸 했을 텐데 나는 배워가는, 자라 가는 엄마고 내 행동을 바꾸어야 아이도 바뀌게 된다는 생각에 아이가 예민할 때는 그 행동을 일단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잘 못된 것은 잘 못되었다고 훈육하기. 참 내 마음 다스리는 게 쉽지 않지만 노력 중이다. 그리고 눈을 보며 더 많이 웃어주기.


지금도 여전히 다른 아기, 베이비를 안아주는 것을 싫어하긴 한다. 조금 발전한 것은 길바닥에 눕방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아이를 안아준다. 내가 아이를 이해하고 안아주면 아이도 조금씩 마음이 넓어지는 것 같다. 이렇게 오늘도 엄마 배움 중이다.

KakaoTalk_20210716_162311195.jpg 제일 좋아하는 친구 안아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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