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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팀목 Jun 15. 2023

20대부터 60까지의 선택

틱톡을 보다가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연설을 봤어요.


"여러분이 20-30대라면 좋은 사장을 만나세요.

 그리고 사장으로부터 배우세요. 회사일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30-40대라면 진정으로 하고 싶어 하는 걸 하세요.

 여러분이 40-50대라면 그동안 배웠던 것 중에 잘하는 것을 하세요. 잘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50-60대라면 젊은 사람들을 도와주세요."


마윈의 조언대로 살기 위해서는 사실 20대의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의 경우에는 20대부터 40대까지 대기업보다 더 대기업 같은 공무원 생활을 하다 보니 좋은 사장을 만날 일도 없었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뭔지도 깨닫지 못했으며 공무원 생활을 통해 유익하게 배워 잘하는 것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거든요.


마윈의 조언대로라면 제가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은 50-60대를 살면서 젊은 사람들을 돕는 것뿐입니다.


그의 조언이 진리라면 그래도 25% 정도는 바람직한 삶을 살 수 있어 다행이기도 합니다.


보통 20대에 어떤 생각들을 하세요? 보통 공부를 잘해서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애쓰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점이 너무 아쉽습니다. 저라면 작은 회사에 들어가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울 것 같거든요. 기업이 크면 클수록 종업원은 1/N의 위치를 벗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작은 회사, 좋은 사장을 만나는 것이 더 빨리 배울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발전한다고 개인의 관념과 사상이 함께 발전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라떼'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제 또래에 똑똑한 친구들은 대기업에 들어가서 직장인이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보통 중소기업을 들어가서 나중에 사장이 되는 것을 목표로 잡았거든요. 그 당시 대기업에 들어갔던 친구들은 잘하면 임원을 다는 정도였지만 마윈의 조언대로 작은 회사에서 좋은 사장을 만난 친구들은 대부분 자기 사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은 회사, 좋은 사장을 만나려면 필수적인 조건이 있어요. 회사를 자주 옮겨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시험에 합격해서 공무원이 되고 나면 이러한 기회를 상실합니다. 큰 것, 안정적인 것은 항상 새로운 도전 앞에서는 장애물입니다. 그래서 보통 대기업을 다니거나 공무원이 되면 용두사미처럼 되기 쉬운 것 같아요. 들어갈 때에는 정말 치열하게 들어가지만 조직에 익숙해지면서 점점 게을러지고, 늙어가면서 더욱 꼰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30대에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게 뭘까요?


20대에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면, 그다음 목표는 돈을 모으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리고 나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하기 때문에 하는 삶을 살게 될 겁니다.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아이를 양육하고 주말에 나들이를 가고 다시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이런 삶에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기는 어렵죠.


현실과 이상이 충돌할 때 대부분은 이상을 현실에 맞추는 선택을 합니다.


'나는 좋은 가장이야', '나는 현모양처가 꿈이야',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게 내 목표야' 등등 마주한 현실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라고 정의해 버리기 십상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가정을 위해 돈을 벌고 자식에게 투자를 합니다. 자신은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숭고한 사람으로 포장해 나갑니다.


40대가 되면 가지고 있는 것을 놓을 수가 없게 됩니다.


마윈의 조언을 따르지 않고 자신을 잃은 채 살아온 사람들은 40대가 되면 회사에 올인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이제는 돌이킬 수가 없어요. 아이들은 커가고 씀씀이도 많아집니다. 소속된 직장에서 성공하지 않으면 모든 게 무너진다고 생각합니다.


젊지도 않으니 바닥부터 시작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40대는 나를 잃어가는 나이입니다.


50대 언저리를 오면 모든 과거를 후회하게 됩니다. 


이 나이 정도 되면 회사에서 임원이 되거나 공무원 사회에서는 서기관 정도는 달고 나서 실무적인 일이 아니라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면 사실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사실, 회사에서는 뭐 하나 젊은 사람보다 나은 게 없습니다. 집에서는 아이들도 다 커버려서 부모가 별로 필요가 없는 나이가 됩니다. 부모님들은 나이가 들어 아프다고 하는 일이 많으니 걱정도 커집니다. 


퇴직을 하고 나면 앞으로 2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그때는 뭘 하면서 살지도 막막합니다.


마윈의 조언처럼 50대에 젊은 사람을 도우라고요?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10년 동안 나는 퇴직 후 20년간 생존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20대부터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 삶, 남들과 경쟁하는 삶, 남들을 부러워하는 삶을 살면 많은 경우 후회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꼭 좋은 대학에 가야 해', '돈 많이 벌어야 해', '성공해야 해' 이런 말들은 개인의 인격과 개성을 고려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박탈하는 폭력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대학을 가야만 잘 사는 건 아니야', '돈이 많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야',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않아도 넌 행복할 수 있어'라는 말들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더 많은 상상력과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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