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버팀목 Jul 16. 2023

직업을 바꾸다 보니 공간의 개념을 이해하게 됩니다.

시간은 통제할 수 없지만 공간은 통제할 수 있습니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흘러가는 것이므로 인간의 의지로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공간은 의지로 바꾸거나 그러한 공간으로 의지대로 들어갈 수가 있어요. 공간은 넓게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기도 하므로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자연과 도시, 서울과 지방, 가난한 집안과 부유한 집안, 행복한 가정과 불행한 가정, 즐거운 직장과 괴로운 직장 이런 모든 것은 공간이자 환경입니다. 이러한 장소와 가정에 태어나는 것은 통제할 수 없지만 그러한 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는 개인이 통제할 여지는 꽤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이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시간은 통제할 수 없지만 환경을 통제할 수 있다면 삶을 좀 더 주도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저는 최근 직업을 여러 번 바꾸다 보니 공간을 통제함으로써 나의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양육기가 가장 긴 인간의 경우 성인이 되어 독립할 때까지는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갑니다. 꽤 오랜 시간 동일한 환경에 노출되고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성인이 되어서도 이 관성을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저의 경우 경찰대학을 입학하여 당연하게도 24년 동안 경찰이라는 직업만을 유지하다 보니 인생 통틀어 공간을 통제할 생각도 하지 못했고 삶의 방향을 다른 곳으로 바꿀 용기도, 의지도 없었습니다. 24년간 한 공간에서만 지내다 보면 '경찰'이라는 삶을 제외한 다른 다양성에 대해서는 사고가 확장되지 않게 됩니다.


뜻하지 않은 좋은 기회가 생겨 퇴직을 하게 된 후 대기업에서 근무도 하게 되고 학원에서 강사로 도전해 보기도 하고 쿠팡에서 배달도 하게 되고 상하차 노동도 해 보고 대학에서 강의와 연구도 해 보게 되면서 공간을 바꾼다는 것은 한 개인에게 무한한 기회와 가능성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하는 것,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 이사를 가는 것, 여행을 가는 것, 직장을 옮기는 것 등 이 모든 행위들은 개인이 스스로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고정시키고 공간을 고정시키고 시간을 고정시키고 오로지 현재만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에 그다지 많은 기회가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을 50이 다 된 나이에 깨달았습니다.




공간인 환경을 통제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맡기는 인생은 1차원적 삶, 그야말로 시간에 따라 흘러가는 삶을 살지만, 공간을 통제하는 사람은 2차원적 삶을 살 수 있으니 똑같은 시간을 살아도 풍부한 기회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다른 공간에 놓여 보니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내가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내가 가진 철학이 보편적이 아닌 점은 있었는지, 내가 가진 능력이 무엇이고 다른 공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또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도 알게 됩니다.


대학을 가는 것, 직장을 찾는 것, 직장을 옮기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 그리고 이사를 가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 이 모든 것은 그저 유희에 그치거나 시간의 흐름에 따른 운명이 아니라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을 조성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사고를 전환하고 나면 삶은 내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넘쳐 나게 됩니다.


용기가 없으면 희망을 품고, 기회를 만들 수 없다면 기회가 될 때마다 도전하고, 한 번 도전한 후에는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어 다른 공간을 찾아 경험함으로써 삶의 지평을 넓혀 가면 같은 시간에 더 풍부한 삶을 살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20대부터 60까지의 선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