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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팀목 Jul 30. 2023

책을 보고 자신을 읽어요

똑멍, 똑똑, 멍멍, 멍똑

어떤 저자가 고백을 합니다.


자신은 난독증이 있어서 책 읽기를 싫어한데요. 하지만 책을 볼 일이 있으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자신을 읽는데요.


참 멋진 말이에요.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무조건 이를 흡수하고 실천하지는 않습니다. 안다는 것과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별개의 영역이니까요.


자유, 평등, 다양성의 존중, 민주, 권력의 분립과 같은 당위는 모두 알지만 이를 몸소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오히려 말로는 좋은 가치를 이야기하면서도 실제로 행동은 다르게 하는 뻔뻔한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법을 집행하는 자들이 비례의 원칙, 인권의 존중, 묵비권 따위의 말은 알지만 그들이 구체적 상황에 이러한 원리를 적용하는 것은 별개의 영역입니다. 구체적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실천이성에 달려 있고 실천이성이 부족하면 그 원리는 무용합니다.


실천이성을 발휘하기 위해선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 자신을 읽어야 해요.


똑멍들은 책을 통해 자신을 는 능력이 탁월한 반면 멍똑들은 책을 읽지도 않고 책을 읽어도 이를 자신의 안위를 위해 습니다. 멍똑들은 강자의 이야기만 듣고 약자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는 경향이 있어요.




똑멍, 멍똑이 뭐냐고요?


멍게(멍청하고 게으른 사람), 똑게(똑똑하고 게으른 사람), 멍부(멍청하고 부지런한 사람),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똑멍은 똑똑하지만 자신이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멍똑은 진짜 멍청한데 자신이 똑똑하다고 착각하는 사람입니다.


멍똑은 자신이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을 통해서 자신을 읽을 능력도 없고 타인의 강의를 들으면 평가를 하려고 하지 강의를 통해 자신을 배울 생각을 하지 않아요.


똑멍, 멍멍, 똑똑, 멍똑에 대해 정리를 해보고 자신의 유형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똑멍은 진정한 지식인입니다. 제대로 된 지식인은 객관적으로 보면 대단히 똑똑하지만 스스로 늘 부족하고  멍청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부를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평생 공부를 하게 됩니다. 심지어 대통령이 되어도 하루도 책을 놓지 않고 늘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통상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라면 박사학위를 따고 나면 늘 하는 말들이 있어요.


"학위를 따고 나면 깨닫는 건 하나예요. 내가 이렇게 무식했구나! 세상에는 배울 게 너무 많구나!라는 것을 학위를 끝내고 나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둘째, 멍멍은 발전 가능성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이들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배울 자세는 되어 있기 때문에 누가 가르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공부를 하기 전에는 누구나 멍멍의 상태에 있습니다. 멍멍의 상태에서 지식을 가지게 되면 똑똑, 멍똑, 똑멍 어느 유형으로도 변형이 될 수 있습니다. 어느 유형이 될지는 사실 그 사람의 인성과 가르치는 스승의 철학에 달려 있습니다.


셋째, 똑똑은 그냥 평범한 사람입니다. 멍멍의 상태에서 공부를 하게 되면 똑똑의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보통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겪는 단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좋은 대학을 나오면 그에 걸맞은 직장을 찾거나 자격증을 따서 평범한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넷째, 멍똑은 평생 발전 가능성이 없는 사람입니다. 멍청한데 혼자만 똑똑한 줄 알기 때문에 이들은 어떠한 것도 배우려 하지 않고 누구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오직 자신이 추앙하는 사람의 말이나 자신보다 강한 자들의 말에 따라 행동하려 합니다. 삶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학연, 지연에 따라 결정되고 조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행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부류입니다. 이들이 높은 지위에 오르면 오로지 자신의 주관에 따라 파쇼적인 방식으로 조직을 이끌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어린 나이에 출세한 사람들 중에는 멍똑이 참 많아요. 좋은 대학을 가거나 고시에 합격하는 등 자격증을 획득하거나 경찰대학과 같은 특수대학 졸업생처럼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의 고통 없이 직업을 쉽게 얻은 사람들은 시작부터가 안정적이고 미래가 보장되기 때문에 투쟁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먹고 살만 하기 때문에 더 이상 배우려고 하지 않는 성향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주변에서 하도 엘리트라고 추앙해 주니 오만방자함이 인격의 발전을 막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들을 교육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같은 지식을 알려 주어도 자신보다 강한 사람이 알려주어야 듣고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이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 주어도 무시하기 십상이에요.




눈앞에 보이는 단편적인 성공에 머물지 않고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사람, 자신의 가족에게 참된 가치를 공유하고 싶은 사람, 넓고 얕은 과도한 정보사회에서 심연의 원리를 알고 싶은 사람은 똑멍이 되어야 합니다. 똑멍이 되려면 많은 다름을 경험해야 하고 많은 다름을 존중해야 합니다. 많은 다름에 대해 경험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은 책을 통한 공부라는 것은 상식이잖아요. 그리고 그 책을 통해서 매번 자신을 읽는다면 우리는 모두 똑멍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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