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투약범죄는 오래전부터 비범죄화 대상이었습니다.
이선균 배우님의 죽음으로 잠이 오지 않습니다. 경찰은 강압수사가 없었다고 합니다. 강압수사의 개념도 모르고 수사권남용이론도 모르는 수사기관이 판을 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시 마약이라는 범죄가 뭔지에 대해 글을 씁니다.
이선균 배우님은 유일한 피해자가 아닙니다. 그 이외에도 이름을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수사권력으로부터 피해를 보아 왔습니다. '정의'라는 탈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권력을 증대시키는 부패한 수사권력은 과거부터 존재해 왔고 현재에도 존재합니다. 문제는 사회가 발전하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 오히려 그 수사권력은 더욱더 괴물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마약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마약'이 한 단어만으로 좋다 나쁘다고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나요?
쉽게 생각해 볼게요. '담배'라고 하면 어떨까요? 담배가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하나요? 저도 헤비스모커지만 담배가 건강에 유익한 것은 전혀 없습니다. 심지어 그 연기는 남에게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제가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은 그저 중독이 되었기 때문이고 그 순간 심신의 안정이 있다는 착각이 들어 계속 태우게 되는 것입니다. 담배에 관하여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세금을 걷어 들이기 때문에 이를 계속 판매할 뿐입니다. 결국 세금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선택에 따른 건강악화를 견주어 볼 때 공익이 크다는 정책적 판단을 한 것일 뿐이에요.
그런데 마약은 좀 다릅니다. 본디 치료제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유통을 금지하는 것은 중독의 위험도 있을 수 있고 남용의 위험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관리하는 것이겠지요. 마약을 불법으로 제조하는 자들은 국가에서 금지시킨 행위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향유하기 때문에 더 나쁠 수는 있겠죠. 그런데 마약투약자는 어떠할까요?
대체 마약투약이 살인, 상해, 폭행, 뺑소니 운전, 혈세낭비, 업무상 배임, 직무유기, 직권남용, 피의사실공표 등의 범죄보다 나쁜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마약투약은 피해자가 없는 범죄로 분류되어 성매매, 도박과 함께 오래전부터 비범죄화 대상이었습니다. 다만, 그 남용을 억제함으로써 오로지 마약에 노출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목적으로는 남아 있었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일까요? 범죄로 보고 잡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당연히 그리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뭔가요? 마약과의 전쟁? 참 무식하고 웃기고 하찮은 발상이죠?
심지어, 작년 이태원 참사 때 어땠습니까? 국가에 의해 살해당한 159명을 대상으로 마약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여기서 궁금하죠? 왜 우리 정부는 마약수사에 환장을 할까요?
돈과 조직과 권력입니다.
마약수사를 위한 공작비는 참 쓰기에 좋은 돈이거든요. 과거 국정원에서 정보비를 마구 쓰는 것과 비슷한 성격의 돈이에요. 더구나 마약수사직렬이 따로 있으니 이 조직을 키워야 돈과 사람이 모이고 그래야 그 자리를 빛내어 줄(?) 검사도 더 배치가 되고 승진자리도 생기겠지요?
결국 돈과 권력이며 그 어디에도 국민을 위한 정책은 없습니다. 마약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려면 수사기관이 아니라 관세청과 국세청, 보건복지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나서겠지요. 수사는 사실 실패한 예방입니다. 예방에 실패하여 마지막에 나서게 되는 조직이 선두에 서서 마약퇴치를 운운하는 꼴이 참 무식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이선균 배우님과 지드래곤에 대한 마약혐의를 경찰이 피의사실공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는 범죄입니다.) 한 시기가 웃기지 않나요? 딱 이태원 참사 1주년이 될 무렵이지 않나요?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분명 이태원 참사 1주년에 관련된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고 이선균 님을 희생양으로 삼았음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다가 지드래곤 측으로부터 공격을 당하던 경찰은 지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고 이선균 배우에 대한 혐의를 더욱 입증하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들었겠지요.
참으로 뻔하고 치졸합니다.
경찰은 이선균 님 조사에서 강압수사는 없다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참 한숨이 나옵니다. 고문기술자 이근안의 태도가 오버랩되네요. (이선균 님은 혐의를 부인했었고, 시약검사 및 정밀검사에서 반응이 없었고 이미 언론을 통해 마녀사냥을 당했었고 그로 인해 그의 명성은 이미 바닥을 쳤었죠. 설사 그가 마약을 했었어도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해서는 안될 사항입니다. 설사 수사가 진행되어도 무죄로 추정되어 그에게 가해지는 마녀사냥을 멈추었어야 하며 자살의 우려를 판단하여 그를 보호했어야 합니다. 그것이 경찰의 일차적 임무니까요.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밤샘조사를 한 것은 그 자체로 고문입니다. 우리는 법해석을 개별적으로 하지 않고 종합적 총제적으로 하니까요)
마약투약 수사는 참으로 간단한 수사입니다. 마약투약 수사는 과거 간통수사와 별반 다르지 않아요. 만약 현장에서 정액이 추출되지 않으면 오로지 제보자와 상대방의 자백 진술에 의하게 됩니다. 어떠한 과학적 수사가 없이 단행되는 자백을 받기 위한 수사!!! 이를 위해 몇 차례에 걸쳐 소환하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그 자백을 얻기 위해 다른 부분을 협박하고 이용하고 그 자체가 고문입니다. 그 자체가 강압수사입니다.
우리 국민에게는 진술거부권이 있으며 무죄추정을 받을 기본권이 있습니다. 이 자체를 무색하게 하는 모든 수사방법은 그 자체가 강압적인 것이며 그 자체가 수사권남용입니다. 이는 법학과 1학년 학생도 아는 상식인데 왜 우리 수사기관은 이토록 무지한 것일까요?
수사권을 독립해야 한다고 외치던 경찰, 정치적으로도 독립되지 못한 주제에, 위 사람의 부당한 지시에 항변도 못하는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수사권을 독립하겠다고 나섰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고귀한 생명을 잃었으니 수사기관은 이제라도 부디 '내가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