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가장 좀먹는 부류는 멍부입니다. 경찰대학 출신 고위직들은 대다수 멍부라서 대한민국의 치안은 점점 더 멍청해질 것이 분명합니다.
멍부는 멍청한데 부지런한 놈, 멍게는 멍청하고 게으른 놈, 똑부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놈, 똑게는 똑똑하고 게으른 놈을 의미합니다.
관리자가 되면 반드시 자신이 어떠한 유형인지 되돌아보아야 해요. 그래야 관리자로서의 자격이 생기는 겁니다.
멍부랑 일하면 매번 그의 멍청함을 채워주기 위해 일해야 하고 간혹 그가 싸 놓은 똥을 치워줘야만 합니다. 멍부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하루 종일 '마이너스를 제로로 만드는 일(전문용어로 '삽질'이라고 합니다)'을 해야만 하고 특히 공무원이 멍부이면 혈세를 낭비하고 모든 리소스를 삽질하는 데 사용하게 되므로 실제 필요한 곳에 리소스를 투입할 수 없어요.
작년에 윤석열 빈집 지키는데 경찰력을 투입하느라 이태원에서 159명을 죽인 일이 전적인 사례입니다.
저는 최근 몇 년 사이 최악의 멍부와 최고의 똑게를 경험했습니다. 냉탕과 온탕을 오고 간 셈이죠.
우선 최악의 멍부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2018년도 함께 일했던 민갑룡 청장은 제가 경험한 최악의 멍부였어요.
2018년 어느 날 경찰청의 후배로부터 '청와대에 전달해야 할 수사권조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했는데 감수를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오래 걸릴 일 같지 않아 수락을 하고 글을 읽었는데 정말 병신같이 써 두었더군요. 너무 글이 엉망이어서 밤을 새워 모두 고쳐주었습니다.
나중에 그 글을 누가 썼느냐고 물었더니 실무자가 써 놓은 글을 민갑룡이 전부 수정했다는 겁니다. 그때부터 그의 수준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감수를 한 후에 경찰청에서는 수사구조개혁단에 와서 일을 해달라고 수차례에 걸쳐 전화가 왔습니다. 당시 저는 "나는 수사구조개혁을 반대하는 사람이니 거기서 일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라고 거절했지만 당시 개혁단 과장은 "수사구조개혁에 대한 내용이 아니고 형사소송법을 축조하는 일이니 와서 도와주라"라고 하여 이 참에 제가 원하는 형사소송법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경찰청에 가게 되었고 그때 말로만 듣던 "깝깝스"(하도 깝깝하다고 하여 생긴 별명이랍니다) 민갑룡과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민갑룡은 경찰대학 4기 졸업생이었고 (그를 추앙하는 일부 경찰대학 후배들에 의해) 똑똑하다고 정평이 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일해 보니 그는 그저 열심히 일하는 글쟁이였을 뿐이고 공부의 깊이가 매우 낮은 반면 스스로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하므로 누구의 이야기도 듣지 않는 인물이었어요. 오로지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료에게만 굽실거렸고 직원들은 학대하는 전형적인 겁쟁이였습니다. 제가 24년간 만난 상사들 중에 최악이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민갑룡 청장은 한 번 회의를 시작하면 10시간에서 16시간 회의를 했습니다.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의견이 올라오면 몇 시간이고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고 국장들이 나중에는 "눼눼 듣고 보니 청장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눼눼"라고 해야 만면에 웃음을 지으면서 "거 봐요. 내 말이 맞지"라고 하면서 회의를 끝내곤 했습니다.
그는 오로지 자신과 친분이 있는 몇몇 인사의 말에만 귀를 기울였고 그 나머지 국장, 과장의 의견은 모조리, 완전히, 깡그리, 죄다 무시했습니다. 그리고 심연에 자격지심이 있어서 변호사나 교수들에게는 꼼짝 못 했습니다. 그는 말의 내용을 듣지 않고 말을 한 사람의 신분과 그와의 친분만을 중요시하는 전형적인 찌질이였습니다.
청장실에 보고를 하러 들어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무관, 총경들이었는데 그들이 청장 앞에서 굽실거리는 모습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청장이 한 마디 할 때마다 노트에 부지런히 적는 척을 했고 찾고자 하는 서류가 있으면 똥구멍에 불이라도 난 것처럼 오두방정을 떨면서 청장이 들고 있는 서류에서 해당 부분을 찾아주어야 했습니다. 50이 넘은 나이의 경무관과 총경들이 똥개처럼 굽실거리는 꼴을 보니 "아 경찰 망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꼴랑 청장한테 그리 굽실대던 경무관과 총경은 자기 직원들에게는 온갖 갑질을 하던 놈들이었거든요. 물론 경찰대학 선배들이었습니다. 순경 공채 출신들이 저리 굽실거리는 것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제가 처음에 마련했던 형사소송법 초안은 누더기가 되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전체 초안을 누더기로 만드는 과정에서 학자들의 주장이나 객관적인 근거가 뒷받침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민갑룡 개인의 주관적 의견이 반영되었습니다. 그렇게 실무자들이 밤을 새우면서 마련한 형사소송법 초안은 90퍼센트 넘게 민갑룡 개인의 의견으로 채워진 후에 국회에 제출되었습니다.
작업이 끝난 1년 후 단장과 과장이 그러더군요.
"1-2년만 참으면 총경을 달 수 있으니 경찰청에 남아라"
"제가 미쳤습니까 저런 인간 밑에서 일하면서 총경을 달게요."
그로부터 2년 후 퇴직을 하고 엘지전자에 가서 팀장으로 일하게 되었는데 제 상사는 부사장과 CEO 뿐이었고 그들은 여태 경찰에서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똑게들이었습니다.
저의 직속 상사인 부사장과 일하면서 저는 단 한 장의 보고서를 출력한 적이 없습니다. 모든 대화는 이메일, 말과 컴퓨터 화면을 통해 이루어졌고 면담을 할 때마다 무조건, 단 한 번도 예외 없이 부하직원인 저의 가능한 일정부터 물었고 부사장은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도록 가장 늦게 출근하고 가장 먼저 퇴근했으며 수십, 수백억 원의 이권이 달린 건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렸었습니다.
사장에 대한 보고는 직원을 시키거나 문서를 만들어 오라고 하지 않고 있는 자료를 토대로 자신이 직접 보고하였고 혹 팀장의 기를 세워줄 일이 있을 때에만 팀장에게 보고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부사장과 일하면서 우리 팀원들은 단 한 번도 야근을 해 본 적도 없었으며 하루에 3-4시간만 일을 하고도 1년 동안 수천억 원 상당의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왜 경찰대학 출신의 고위직에는 멍부가 많을까요?
일단, 그들은 경찰 실무자들이 처리하는 민원업무에 대해 무능합니다. 예를 들어, 살인자를 잡을 능력이 없다는 것이에요. 또한 민원인을 상대할 능력도 없어요. 상대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이때, 어떠한 결정을 내리겠습니까? 도망을 선택합니다. 무조건 도망을 생각합니다.
편한 교육기관을 가는 것, 로스쿨을 가기 위해 3부제 근무 부서로 가는 것, 주재관 시험을 보는 것, 유학시험을 준비하는 것, UN-PKO 따위에 파견 가는 것, 지방경찰청이나 경찰청으로 가는 것, 승진을 하는 것 이 모두는 사실 도망의 방편입니다. 왜냐면요. 정말이지 일선에서 민원인을 상대하며 일하는 일 쉽지 않거든요. 경찰대학 출신들은 이러한 일을 미천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혀 집중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승진을 하고 기획부서를 가면 당장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데 알고 있는 것도 없고 깊이 있는 공부를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으니 민갑룡이 젊은 시절 했던 것처럼 보고서를 이쁘게 만드는 일에 미친 듯이 정렬을 쏟게 됩니다. 아는 것이 없는 상태에서 살아남으려면 단 한 가지 선택지 밖에 없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점점 멍부가 양산됩니다.
그리고 이들은 계급이 지식이라는 착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배우려 하지 않고 술자리에서 들은 잡지식으로 살아갑니다. 다음날 술자리나 대학원 고위정책과정에서 흘려들은 지식 쪼가리, 해외 출장을 가서 귀동냥해 온 다른 나라의 제도를 직원들에게 던져주고 새로운 기획을 하라고 지시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멍부 밑의 직원들도 똑같이 멍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경찰조직과 같은 계급제 모델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계급이 올라간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능력이나 인성, 태도가 바뀌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휘를 해야 할 부하직원이 많아지고 처리해야 할 업무의 종류와 범위가 넓어집니다. 능력은 그대로인데 똑똑해지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이니 멍청해도 부지런한 것을 선택하게 됩니다.
멍청하면 게으르기를 권장합니다. 멍청하고 게으른 경우에는 최소한 다른 리소스를 침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멍청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은 세상을 거꾸로 가도록 하고 직원들을 피곤하게 하니 결국 사회에 해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