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
추석을 얼마 남기지 않은 지금, 우리는 유례없는 '언택트 명절'을 보내게 되었다.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가 생존을 위한 문구가 될 줄 어느 누가 예상했을까.
마스크는 무엇보다 중요한 외출 필수품이 되었고, 수다를 떨며 먹는 한 끼 식사는 바이러스에서 자유로워지는 그 날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바이러스와 밀접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감염 전문의인 이재갑 교수는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라는 책에서 바이러스와 살아가야 하는 지금의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바뀐 삶에서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지 이야기한다.
특히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감염병 우리의 삶을 더욱 위협할 것이다'라는 경고는 우리 사회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지구의 평균 기온은 모기 등 전염병의 매개체 서식을 쉽게 하고, 이에 따라 생각하지 못한 감염병의 출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했던 수많은 것들이 우리를 위협하는 칼날로 돌아올 수 있음을 의미하며, 우리 삶의 방식은 어느 형태로든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더불어 저자는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소외된 계층, 그리고 혐오 감정에 대하여 다시금 돌아보아야 함을 이야기한다.
대규모 감염이 일어났던 요양병원과 요양원, 물류센터와 콜센터 등의 사례는 사회의 안전망으로부터 벗어난 계층이 감염병과 같은 상황에서 가장 '약한 고리'였음은 너무도 명백한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턱 없이 부족한 감염 관리 인력과 이동의 제한이라는 요양시설의 한계 속에서 환자들은 속수무책으로 감염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으며, 밀집된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방역을 위한 도구조차 충분하지 않은 사업장으로 출근해야 했던 이들 또한 '확진자'라는 이름을 달 수밖에 없었다.
재택근무가 가능하고, 바이러스 상황에서도 소득의 큰 타격이 없는 이들에 비해 이들은 오늘의 생존을 위하여 생존이 위협받는 현장으로 가는 아이러니한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이다.
저자는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공격한다' 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보건뿐 아니라 인권의 측면에서도 심도 있게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일 것이다.
즉 이번 상황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외면해 온 이면에 대해 제도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더불어 '혐오'의 문제 또한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화두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발원하였다는 소식을 접한 뒤, 국내에서 이동하지 않은 중국인이나 조선족에 대한 인식마저 부정적으로 변화하였다.
이태원 클럽을 기점으로 한 성 소수자, 종교단체에 대한 혐오 감정 또한 마찬가지이다.
바이러스가 사회에 내재되어있던 혐오 감정에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집단 감염이 있었던 싱가포르에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바 있는데, 질병이 가져온 사회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혐오 감정은 바이러스의 예방과 방역에 때로는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혐오의 대상이 될까 두려워 동선의 축소, 때로는 증상이 있음에도 검사를 받지 않는 상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감염병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혐오의 감정보다는 공존과 객관성에 기반한 해결을 중시하여야 함을 강조한다.
아울러 제대로 된 치료법이 없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상황에서 가장 큰 효과가 있었던 것은 고대부터 시행하던 '거리두기'였다며,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감염병이나 사회적 위기에서 기술의 발전, 혹은 선진국이라고 인식되었던 국가들의 모습마저도 효용성을 나타내지 못함을 지적한다.
전례 없었던 사회적 상황을 우리는 겪어나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방역 대책이나 사회적 안전망 구축은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할 일이지만, 삶의 모습을 바꾸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밑거름은 결국 우리 개개인의 목임을 우리는 깨닫게 되었다.
환경 변화로 인한 감염병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삶, 혐오보다는 개선을 위해 공존하는 삶의 태도가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를 맞이한 2020년, 우리의 내일은 부디 조금 더 안전하고 모두가 행복한 하루이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