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여행
리저브라는 이름은 익숙했지만, 그곳에 앉아 커피를 마신 건 처음이었다.
스타벅스 쿠폰이 생겼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아메리카노를 마셨겠지만, 그날은 조금 달랐다. 쿠폰으로 리저브 음료도 주문할 수 있다고 했다. 직원이 몇 가지를 추천해줬고, 산미가 강한 원두와 고소한 원두 중에서 고를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산미는 좀 시큼할 것 같아서... 고소한 걸로 주세요."
그렇게 처음으로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리저브 바 너머에서 직원이 천천히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 조용한 음악, 바깥 풍경. 그 조용한 기다림이 낯설게 느껴졌다.
한참 뒤, 눈앞에 커피가 도착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작은 잔, 조금 더 고요한 테이블, 그리고 커피.
잔을 들자 향이 먼저 올라왔다.
뜨거운 김 사이로 전해진 향기는, 지금껏 마셨던 커피와는 완전히 다른 결이었다.
입을 대는 순간, 내 안에 있던 어떤 기준이 바스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쓴맛이 아니었다.
부드러웠고, 고소했고, 따뜻했다. 무엇보다,
무심코 넘기던 커피가 이렇게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마치 내가 커피에게 질문을 던졌고, 커피는 아주 오래 기다렸다가 천천히 대답해준 것 같았다.
그 조용한 응답이 내 안 깊숙이 스며들었다.
나는 한동안 잔을 내려놓지 못했다.
내가 커피를 바꾼 게 아니라, 커피가 나를 바꾸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리저브나 핸드드립 커피를 파는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향이 좋은 집, 부드러운 맛이 남는 집, 분위기까지 따뜻한 곳. 커피를 고르는 기준이 생겼고,
취향이라는 단어가 내 안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점점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맛은 분명 좋았지만,
가격은 가볍지 않았다. 커피 한 잔이 7천 원, 8천 원. 작은 사치를 반복하기엔 부담이 컸다.
맛은 기억에 남는데, 지갑은 자꾸 생각났다.
그렇다고 다시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커피를 마시고 싶진 않았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직접 내려볼까? 핸드드립이라는 걸, 해보면 어떨까?"
처음엔 막막했다.
장비는 뭘 사야 할지, 어떻게 내려야 하는 건지, 커피는 또 어떤 걸 사야 하는지.
하지만 그런 고민조차도 어쩐지 재미있게 느껴졌다.
커피를 대하는 방식이 점점 달라지고 있었다.
그전에는 그냥 마셨고, 그다음엔 고르기 시작했고, 이제는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커피는 내 일상을 조금씩 바꾸고 있었다. 아주 조용하게, 하지만 분명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