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커피는 점점 나를 움직이기 시작했

커피여행

by Woo seo
ChatGPT Image 2025년 4월 17일 오전 10_27_42.png

브런치스토리 1화-4 《커피는 생각보다 어렵고, 그래서 더 빠져든다》

처음엔 간단하게 시작할 줄 알았다. 잔잔한 음악 틀어놓고,

핸드드립 커피 한 잔 내려 마시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 하니, 막막했다.

장비부터가 문제였다.


드리퍼, 서버, 포트, 필터… 종류는 왜 이렇게 많고, 가격은 또 왜 이렇게 천차만별인지.

유튜브, 블로그, 리뷰를 뒤지다 보면 저마다 가성비도 다르 쏟아졌고, '이걸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기회비용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커피 하나 내려 마시려고 이렇게까지 정보고 추천도 다르다. 시간과 에너지가를 소비해본 건 처음이었다.



원두는 또다른 헬이었다.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케냐… 산지부터 생소했고, 철베사? 고티티?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결국 가장 유명하다는 ‘에티오피아 철베사, 고티티’를 주문했다. 첫 맛은... 솔직히 그냥 그랬다.



“이게 그렇게 유명한 맛이야?”

싶었지만, 브루잉 방식과 레시피를 조금씩 배우면서, 점점 더 맛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아, 커피는 배우는 거구나.”

그걸 깨달았을 때부터, 점점 빠져들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사실 하나.

원두는 수확 연도에 따라 맛이 다르단다. “지금 맛있으면, 지금 많이 사야지.”

그 생각에 덜컥 추가 구매를 했는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보관’이었다.

커피는 공기, 습기, 온도에 민감하다고 했다.

집에 있던 쌀통에서 쌀을 꺼내고, 그 자리에 원두를 옮겨 담았다.

그렇게 나만의 커피 창고가 생겼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른 원두들도 궁금해졌다. 하나, 또 하나… 야금야금 사다 보니, 마시지 못한 원두가 점점 쌓여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는 철베사+고티티를 콜드브루로 내려보았다.


차갑게 숙성된 커피는 놀랍도록 부드럽고 향기로웠다. 그 맛이 너무 좋아서, 혼자 마시기 아까웠다.

그렇게 나는 커피를 선물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한 소비였고, 취향을 찾는 여정이었는데, 어느새 사람들과 나누는 일이 되었다.

버릴까 고민했던 원두가,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따뜻하게 만들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쩐지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점점 더 알고 싶어졌다.

왜 어떤 커피는 부드럽고, 어떤 커피는 날카로울까. 어떤 사람은 산미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싫어하는 이유는 뭘까.





처음엔 나를 위한 여정이었지만,
언젠가 누군가에게 더 잘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내가 겪은 이 복잡한 과정들이, 누군가에겐 조금 더 쉽게 다가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렇게, 커피는 내 취향을 찾는 도구에서 어느새 누군가의 취향을 상상하는 일이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1-3화 그날, 커피가 나를 건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