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핑 수업이 계속될수록, 커피를 마신다는 행위는 점점 더 복잡한 감각의 과정이 되어갔다.
단지 ‘맛있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한 잔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해체하고 분해한 뒤, 다시 구조화하는 일.
커핑은 그렇게 커피를 해석하는 작업이었다.
먼저 원두를 분쇄한 직후의 냄새를 맡는다.
그 향으로 이 원두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가늠해본다.
그리고 물을 붓고, 다시 향을 맡는다.
가장 진한 향이 올라오는 ‘푸어’의 순간, 커피는 짧게나마 자기 목소리를 낸다.
잠시 후 ‘브레이킹’ 단계로 들어간다.
뜨거운 물 위로 생긴 크러스트를 스푼으로 깨뜨릴 때, 깊이 숨겨져 있던 향이 확 퍼진다.
그 순간의 냄새가 이 커피가 가진 잠재력의 핵심이다.
그 후 떠오른 거품과 윗면의 찌꺼기를 걷어내고, 본격적으로 맛을 본다.
맛을 보는 순간부터, 머릿속에는 여러 항목이 떠오른다.
산미, 조화, 밸런스, 여운, 질감, 묵직함, 클린컵…
하나씩 항목을 따라가며 점수를 매긴다.
이 모든 항목의 합산이 80점을 넘는다면 ‘스페셜티’로 간주된다.
점점, 나는 선생님이 말하는 기준에 가까운 감각을 가지게 되었다.
스페셜티와 그렇지 못한 원두를 구분하는 능력이 생겼고,
게이샤 계열급의 고급 원두도 비교적 빠르게 눈치챌 수 있었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맛을 보며 내추럴 방식인지 워시드 방식인지도 가늠할 수 있게 된 점이다.
처음엔 산미, 밸런스 등의 체점 항목에 집중하느라 가공 방식이 보이지 않았지만,
의식적으로 ‘이 커피는 워시드일까, 내추럴일까?’에 집중하며 맛을 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분명한 차이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 혀가, 그리고 내 코가, 점점 더 뚜렷하게 반응하는 것을 체감했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인상적인 경험이 있었다.
나는 어느 날, 에티오피아 G4 원두를 맛보고 꽤 높은 점수를 줬다.
그때까지는 G1 등급이 가장 뛰어난 커피라는 인식이 있었고,
G4는 ‘낮은 등급’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평가가 끝난 후 선생님은 그것이 G4 원두였다고 말했다.
놀라웠다. 나는 G1이 아닌 G4에 스페셜티 수준의 점수를 준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G4가 분명 더 맛있었다.
내 입안에 남은 여운도, 조화도, 산미도… 모두 G4가 우위에 있었다.
잠시 혼란스러웠다. ‘내 감각이 이상한 건가?’ 하고.
그러나 선생님의 말은 내 생각을 정리해주었다.
“이 G4는 로스팅이 정말 잘 됐어요.”
그 말에 깨달음이 왔다.
결국 원두의 등급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로스팅이라는 작업이 얼마나 커피의 인상을 바꿀 수 있는지,
그 결정적인 변수를 처음으로 체감한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로스팅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
홈카페 유저들이 결국 로스팅까지 배우게 되는 이유,
저렴하면서도 다양하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이유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같은 G4라도, 어떻게 볶았는지에 따라 스페셜티보다 더 훌륭한 커피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건 이론이 아니라, 내가 직접 마셔본 체험이었다.
물론 이런 예외적인 경험들을 제외한다면, 내 감각은 점점 더 ‘정확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매긴 점수와 내 점수는 점점 더 가까워졌고,
스페셜티와 그렇지 못한 원두, 그리고 게이샤급 원두의 특성도 조금씩 구분해낼 수 있게 되었다.
커핑은 단순한 평가가 아니다.
감각을 훈련하고, 편견을 내려놓고, 눈이 아니라 혀와 코로 커피의 본질을 찾아가는 일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커피뿐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이해로도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