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여집사의 시선
2022.07.11
비맞은 아기고양이를 처음 만난 그날.
나는 마음을 먹었다.
주인이 있다면 찾아주자.
주인이 없다면,
내가 임시 보호를 하면서
좋은 주인을 꼭 찾아주자.
그게 맞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은 고양이는 어느새 내 마음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처음 본 내가 뭐가 좋다고, 품에 안겨 꾹꾹이를 해주고,
내 손길에 골골송을 불러주었다.
그렇게, 나는 점점 아기고양이가
너무 귀엽고, 너무 사랑스러워졌다.
'내가 키우는 건 욕심일거야.
나보다 더 사랑해줄 집사를 구해주자.'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더더욱
책임감 있는 사람을 찾아주려고 마음을 다잡았다.
당근으로 급하게 고양이 이동장을 나눔 받아
처음 집에 데리고 온 날 밤.
아기고양이는 못잔 잠을 몰아서 자듯
며칠동안이나 잠을 잤다.
우선은 허피스 치료에 전념했다.
핀을 만난 그날부터,
내 하루는 완전히 달라졌다.
시간에 맞춰 알람을 켜놓고
새벽마다 일어나 약을 먹이고, 낫지 않는 허피스에
수시로 병원을 오갔다.
밤이면 놀자는 울음소리에 깨기도 했다.
며칠 뒤, 귀에 땜빵이 생긴것을 보고
병원에 급히 다시 달려갔다.
링웜이 맞는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고양이를 작은 울타리 안에 격리했다.
(격리하는 이유는 링웜은 사람에게도 옮기때문,
그리고 격리를 안하면 소독할게 너무너무 많아져서 힘들기때문)
하지만...
밤마다 고양이는 펜스를 넘어 탈출했다.
그리고는 내 옆으로 오겠다고
목소리로 애옹애옹 울어댔다.
자다보면 고양이는 어느새 펜스 밖으로 탈출해서
내 곁에 와있었다. (어떻게 탈출한건지 아직도 궁금함)
나는 다시 펜스 안으로 넣어주고,
또 울고, 또 꺼내고.
그렇게 며칠을 보냈다.
며칠 동안
제대로 된 잠을 잘 수 없었다.
하루에 3~4시간,
겨우 쪽잠을 자며 버텼던 나날들.
졸린 눈으로 가게를 열고,
좀비처럼 보내면서도,
나는 핀을 돌보았다.
피곤했지만, 힘들었지만,
신기하게도 행복했다.
‘조금만.
정말 조금만 더 돌봐주자.
그리고 좋은 주인 찾아주는 거야.’
나는 스스로를 그렇게 다독였다.
남자친구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내는것이
더 행복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따끔거렸다.
'정말.. 너 정말 이 고양이 다른사람에게 보낼 수 있겠어?'
'아니...' 혼자 되뇌였다.
며칠동안 키우고싶어. 아니야. 키우고 싶어. 안돼.
혼자서 고민을 반복하다
남자친구에게 '나 고양이 키울까봐..' 라는
폭탄을 던졌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 둘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나는 결국,
집사가 될 수밖에 없을것이라는걸.
이 고양이를 사랑할수밖에 없다는 걸.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우울이라는 것과 함께 살아왔다.
특별히 무슨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우울감이 심해지는 날이면
나는 그저 오래 잠을 잤다.
두 눈을 감고 있으면
이 우울도, 지침도, 힘듦도
모두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걸 놓고 싶었던 바로 그날.
내 삶에,
조용히 의미를 만들어줄 존재가 그렇게 찾아왔다.

비맞은 새끼고양이가 궁금하시다면 놀러오세요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