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 몰려있던 좀비들이
한 라인의 철제 펜스가 휘어지며 한 놈씩
마트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 뒤엔 더 많은 좀비 무리가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뒤편에서 들어오는 놈들을 향해 사격했다.
계산도, 판단도, 감정도 없이.
그냥 쏘는 수밖에 없었다.
약 5분이 지났을까.
총알이 점점 바닥나고 있을 무렵—
지하 1층 출입문 쪽에서 굉음이 울렸다.
그곳을 막는 탑차가 나타난 것이다.
좀비 유입을 막을 수 있는,
마치 마지막 방어선처럼.
조수석 문이 열렸다.
보안팀 한 명이 뛰어내렸다.
그는 빠르게 문을 닫고, 유리문까지 잠갔다.
그리고 남은 좀비 몇 마리를 마무리 지었다.
그 순간—
좀비 소리가 멈췄다.
잠시 후
휘영이 달려왔다.
“오빠! 내가 3층에서 소리 나는 인형 던져서
좀비들 유인했어!”
우린 곧장 시체를 치우고,
아직 꿈틀거리는 좀비들을 마무리 지었다.
빌런 1은 과다 출혈로 사망했고,
그를 찌른 남자는 좀비에게 물려 감염 중이었다.
그는 울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너무 화가 나서 그만…
위험하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짝사랑 상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 진심으로 좋아했습니다.”
그러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게, 무겁게.
정신을 차린 우리는 다시 시체를 카트에 실어 옥상으로 올렸고,
지하 1층까지 청소한 뒤,
나는 보안팀에게 물었다.
“그 탑차… 어떻게 움직였어요?”
그는 대답했다.
“예전에 우서 씨가 말했잖아요.
비상시에 대비해 차 키 꼽아두자고.
그 차, 그때 막아뒀던 겁니다.”
“통제실에 철제 펜스 열어달라고 이야기하고,
주차장으로 가서 탑차 타고 내려왔죠.”
“……덕분에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그날 밤 회의 끝에,
술은 마시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남은 술은 화염병 제작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저녁이 되어 나는 기절하듯 잠들었다.
그러나 한밤중에 다시 깨어났다.
잠이 오지 않아 옥상에 올라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있는데,
잠시 뒤 휘영이 올라왔다.
“오빠… 우리… 괜찮아?”
나는 입을 다물었다가 조용히 말했다.
“모르겠어. 밖은 위험하고…
안은 점점 더 위험해져.”
그렇게 서로 마음을 나누며 대화를 이어가고 있던 중—
멀리서 발소리가 들렸다.
보안팀 1명과, 통제실을 담당하던 인물.
“잠 안 오시죠?”
네... 쫌...
그들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오늘… 진짜 큰일 날 뻔했어요.”
“어떻게 하먄 좋을까요..”
한동안 말이 없었고,
통제실 담당자가 말했다.
“뾰족한 수가 없으니
아휴.. 이제 그만 내려가죠.”
우리는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날씨는 유난히 더웠다.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던 중,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다.
“제가 옥상 올라가 보겠습니다.”
나는 옥상으로 뛰어올라갔다.
헬기는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군용 헬기… 정찰일까?
“우리도 구조 요청을 해야 할까?”
“근데… 여기가 더 안전한 걸까?”
그런 고민을 하며 돌아서려는 순간—
구석에서 소리가 났다.
좀비 소리는 아니었다.
사람 소리.
“아, 시원해~”
물이 첨벙이는 소리.
나는 조용히 다가갔다.
그곳엔
여성 4명이 비키니를 입고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중엔 날 유혹하던 여자,
같이 술을 마셨던 여자,
화장품을 담당하던 여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뭐 물놀이야 문제 되는 것이 아니지만
물은 어디서 났는지 궁금해 질문을 했다.
“물은… 어디서 난 건가요?”
날 유혹했던 여자가 말했다.
“여기 수도꼭지 있아요~ 거기서 받은 거예요!”
“아, 여기에 수도꼭지가 있을지는 몰랐네요. 그럼 잘 노세요.”
돌아서려던 순간,
그녀가 뒤에서 날 안았다.
“같이 놀아요, 더운데~”
술 냄새.
나는 정중히 물었다.
“… 혹시 술 드셨어요?”
“조금만요! ㅎㅎ 비밀로 해주세요~”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그러나 더는 안 됩니다.”
또 속으로 생각했다.
‘술은 창고에 모아 자물쇠로 잠가야겠다… 또 사고 나겠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그녀가 다시 불렀다.
뒤를 돌아보니,
이번엔 상의를 벗고 있었다.
나는 말했다.
“네… 몸매는 멋지십니다.”
그리고 입구 쪽으로 향하려는 찰나—
“둥둥 둥둥!”
헬리콥터 소리!
총성까지!
“공원 방향이다!”
나는 재빨리 옥상 가장자리로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