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만 찾는 독서에 대해

재미는 맛이 좋다는 뜻을 가진 자미滋味에서 온 말이다

by 우승희

재미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 재미있는 책이 좋은 책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가 좋아할 만한 책을 고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런데 재미라는 말은 자미滋味라는 한자에서 온 말이다. 자미는 맛이라는 뜻도 있고, 맛이 좋다는 뜻도 있다. 그러니까 재미있는 책만을 읽으라고 하는 것은 아이들의 입맛에 맞는 책만 읽히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어떤 부모도 아이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만 먹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달달한 과자나 케이크, 초콜릿만 먹이려는 부모도 없고, 기름진 음식만 먹도록 하는 부모도 없다. 아이가 좋아하지는 않지만 건강한 음식을 먹이기 위해 나름대로 애를 쓰는 것이 부모의 모습인 것이다. 물론 때때로 건강에는 좋지 않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유독 독서만큼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좋은 책은 대개 처음부터 재미있을 수가 없다. 인물이나 배경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지루함을 견딜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견디고 나면 조금씩 재미를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책의 재미는 처음부터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읽고 또다시 읽다 보면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재미의 함정에 빠지면 언제나 좋은 책과는 멀리할 수밖에 없다.


세종대왕은 충녕대군 시절 와병 중에도 계속 책을 읽었다고 한다. 이에 아버지 태종은 환관들을 시켜 책을 모두 치워버렸다. 그때 우연히 한 권만 남았는데 《구소수간歐蘇手簡》이라는 책이었다. 중국 송나라의 문학가이자 학자였던 구양수와 소식의 편지글의 모음인데 학문, 문학, 정치와 사회를 두루 담고 있다. 세종은 어쩔 수 없이 이 책만 주야장천 읽었다고 한다. 그래서 세종의 독서법을 백 번 읽고, 백 번 읽힌다는 백독백습百讀百習라고 한다. 독서는 고기처럼 자꾸 씹어야 그 진정한 맛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책은 처음에는 맛이 없다. 읽다 보면 떫은맛이 있고, 또다시 읽다 보면 단맛이 비어 나오기도 한다. 자꾸 읽어서 생기는 맛을 알도록 해야 비로소 독서의 즐거움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매번 입에 대자마자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지도록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 재미를 알게 해주어야 한다는 말은 일정 부분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재미라는 것도 다양한 층차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로지 즉각적인 맛을 느끼게 해주는 책만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읽고 또다시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재미의 경험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좋은 책의 맛은 처음부터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아이가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잔잔하지만 뿌듯함을 담고 있는 맛을 경험하면 점점 더 독서란 것의 의미를 마음속에 담아낼 수 있게 된다. 처음부터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어렵지만 조금씩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빠르고 자극적인 정보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재미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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