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멀리하려는 핑계
책을 도대체 왜 읽어야 할까.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고,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소용이 없다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한편에는 이에 대해 수없이 질문을 한다. 책을 읽어서 얻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묻는 이유는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는 대답을 바라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것에 대해서도 유용성이 있는지를 따지지 않고는 좀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책을 읽었는데 그것이 그다지 커다란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그것처럼 후회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전혀 읽지 않았는데 좋은 성과를 낸 사람이나 독서를 많이 했는데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사례에 끌리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모두 독서를 하는 것보다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효용성이 없는 길은 애초에 가는 것보다 가지 않는 것이 낫다.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그것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더 이익이 된다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백성들이 있고 사직도 있는데, 어찌하여 꼭 책을 읽은 뒤라야 배우는 것이라고 하겠습니까?"
공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 때문에 말재주가 있는 사람을 내가 미워하는 것이다" 《논어 선진편》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만큼 독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공자의 제자 자로도 반드시 책을 읽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은데 왜 굳이 책을 읽어야 하느냐고 스승에게 따져 물었다. 그에 대해 공자는 나는 그렇게 말을 꾸미는 사람을 미워한다고 짧게 대답했다. 왜 스승은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를 자세하게 밝히고 그저 미워한다고만 말했을까. 독서라는 것은 실제로 읽고 스스로 느끼는 가운데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다른 사람이 납득시키려고 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공자는 이미 알았을 것이다. 자세히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간결한 대답으로 그쳤던 것이다. 그러나 미워한다는 말 안에는 그럼에도 읽어야 한다는 간절한 스승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다.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는 독서를 하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따져 묻다 보면 독서를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왜냐하면 읽으면 좋다고 말하는 사람만큼이나 읽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 왜 좋은지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증명을 확인하고, 실제 성적에 얼마만큼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은 공자가 싫어하는 일이었다. 독서는 의미 있어 보이거나 혹은 의미 없어 보이는 것을 따지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 것은 이유를 따지고 시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밥을 먹고 잠을 자야 하는 것처럼 꾸준히 실천해야 하는 것일 뿐이다. 성현은 독서를 해야 하는 마땅함에만 힘을 실었을 뿐이다. 마땅함 안에는 이유가 필요 없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 대해서도 부모들은 짬을 내서 독서를 시켜야 할지 아니면 다른 것을 해야 할지 언제나 마음이 쓰인다. 하지만 성현의 말에 따르면 독서는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고, 마땅한 일이다. 아이들의 모든 행위는 성적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책을 읽는 것은 그 자체로 구구절절 설명할 수 없는 대단히 많은 유익함을 주는 것이다. 그것이 앞으로 도움이 될지 말지 따지기 전에 책이 생활 속에 젖어들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안 읽어도 되고,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라면 또한 안 읽어도 된다. 하지만 성현이 말한 좋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라면 더 이상 이유를 묻지 말고 마땅히 읽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전에 우선 손에 책을 쥐는 것이 먼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