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매일 보내는 편지
자 이제 다시 사냥터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양공은 자신이 총애하던 몇몇 시종만 데리고 사냥을 나갔어. 대신들은 데려가지 않았지. 시종은 왕의 곁에서 수발을 드는 사람들이고, 대신은 나라의 일을 함께 의논하는 사람들이야. 사극을 보면 왕의 양옆에 쭉 서서 “전하, 아니되옵니다.” 하고 말리는 사람들 있지? 바로 그런 사람들이 대신이야. 하지만 늙은 대신들이 따라오면 이것도 안 된다고 하고 저것도 안 된다고 참견할 것이 뻔해. 눈치 보지 않고 먹고 마시며 마음껏 놀고 싶었던 거지. 그래서 신하들은 데려가지 않고 마음 맞는 시종들만 데리고 나온 거야. 그렇게 신나게 놀다가 다음 날이 되어서야 사냥을 나섰어.
그런데 양공의 눈에 커다란 돼지 한 마리가 보였어. 양공은 아끼던 시종에게 이렇게 말했지. “저 멧돼지를 쏘아라.”
그런데 시종이 이렇게 대답했어.
“멧돼지가 아닙니다. 팽생입니다.”
팽생 기억나지? 노나라의 환공을 죽인 죄를 뒤집어쓰고 사형을 당했던 그 힘센 장사 말이야. 양공은 화가 나서 멧돼지를 향해 화살을 쏘았어. 그런데 그 멧돼지가 사람처럼 두 발로 서서 울부짖었다고 해. 《사기》를 지은 사마천 할아버지는 이렇게 기록해 두셨어. 정말 이런 일이 있었을까? 아니면 양공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죄책감이 이런 기이한 장면을 만들어 낸 걸까? 어찌 되었든 양공의 마음이 이미 크게 흔들리고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여. 사람은 잘못을 저지르면 아무리 숨기려 해도 마음속에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거든.
놀란 양공은 허둥지둥하다가 수레에서 떨어졌고 발까지 다쳤어. 신발도 잃어버리고 말았지. 화가 난 양공은 사냥을 그만두고 궁궐로 돌아와 버렸어. 그때 궁궐에는 왕의 물건을 맡아 관리하는 시종들이 따로 있었어. 왕의 신발을 관리하는 시종, 모자를 관리하는 시종, 겉옷을 관리하는 시종이 모두 따로 있었단다. 신기하지? 그럼 신발을 잃어버렸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었을까? 신발 하나쯤 왕이라면 새로 만들면 될 것 같지? 하지만 양공은 화도 나 있었고 원래 마음씨가 좋은 사람도 아니었어. 그래서 신발을 관리하던 시종에게 몹시 무거운 벌을 내렸어. 신발을 관리하는 시종은 불이라는 사람이었어. 양공은 불에게 채찍을 무려 300대나 치게 했다고 해.
연칭, 관지보, 그리고 공손무지는 양공이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리고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궁궐을 습격하려고 움직이기 시작했지. 그런데 궁으로 가던 길에서 매를 맞은 시종 불과 마주쳤어. 불이 말했어.
“지금 궁 안 사람들을 놀라게 하면 쉽게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저도 복수하고 싶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처음에는 모두 의심했어. 하지만 불이 채찍에 맞아 찢어진 등을 보여주자, 더 이상 의심하기 어려웠어. 살이 터지고 피가 말라붙은 자국이 등에 길게 남아 있었거든. 그렇게까지 맞은 사람이 과연 양공을 위해 목숨을 걸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그들은 결국 마음을 바꾸었어. 불에게 먼저 궁 안으로 들어가서 안의 상황을 살펴보고, 언제 공격하는 것이 좋을지 알려 달라고 부탁했어.
그런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어. 불은 궁 안으로 들어가 양공을 문 사이에 숨겨 주었어. 그리고 양공의 측근들과 함께 공손무지 일행을 막으려고 싸우기 시작했지. 하지만 준비도 부족했고 병사도 많지 않았어. 결국 양공을 지키던 시종들은 하나둘씩 모두 죽임을 당하고 말았어. 이제 공손무지는 양공을 찾기 시작했어. 그런데 아무리 궁 안을 뒤져도 양공이 보이지 않았어. 그때 어떤 사람이 문 사이로 사람의 발이 보이는 것을 발견했어. 아무리 숨어도 발끝까지 숨길 수는 없었던 거야. 결국 양공은 그 발 때문에 들켜 버렸단다. 팽생의 귀신을 보고 놀라고, 신발까지 잃어버리고, 마지막에는 문틈 사이로 보인 발 때문에 숨어 있던 자리까지 드러나고 말았어. 그리고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했단다.
그런데 엄마는 이 장면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져. 왜 하필이면 발이었을까? 발은 무엇을 상징하는 걸까? 엄마도 아직 잘 모르겠어. 그래서 이 부분은 엄마도 더 깊이 생각해 보고 싶은 장면이야.
이제 공손무지의 세상이 되었어. 양공은 죽고, 궁 안에는 무지의 사람들이 가득했거든. 겉으로 보면 이제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였어.
그런데 정말 그럴까?
공손무지의 세상은 오래 갈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