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8
사실 근 4년 동안 교육업에 종사하면서 컴퓨터를 전공했던 경험과 교육생들을 이해하는 마음에서 서비스를 운영했던 다양한 일들에서 얻은 경험이 누구보다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까지 만들어왔던 과정 하나하나가 성공적으로 이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했고, 그에 따른 객관적인 성과도 높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좌절의 경험이나 실패의 경험도 많았지만 이미 해보았던 과정 심사에서 대차게 떨어질 줄은 몰랐다.
그만큼 나에게 다가오는 충격은 컸다.
우선 탈락이라는 결과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디서부터 해결해 나가야 할 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과정에 대한 내용이나 인터뷰 관련사항에 대한 짤막한 피드백은 받을 수 있었지만, 정확하게 어떤 일로 현재의 결과를 가져왔는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과정을 심사하는 곳에 이메일로 회신을 보내는 일이었다. 우리가 제출한 과정에 대한 심사가 어떠한 점에서 부족했는지, 개선한다면 반영이 가능한지 말이다.
생각보다 이메일 회신은 늦어졌고, 근 2주일 가까이 기다렸다. 돌아온 답변은 요약하자면 이러한 내용이었다.
"귀사에서 진행하려는 교육과정에 대한 부분은 K-Digital 트레이닝 사업에 적합한 과정으로 보이나 귀사에서 해당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운영 경험이 적고, 강사 등의 배치가 적절치 않아 이번 과정 심사에서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이의신청 프로세스를 통해 과정에 대한 재심사를 요청할 수 있으나, 금번 사업에는 참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메일을 받고 전체 메일을 몇 번이고 다시금 살펴봤다. 심사처에서 이야기하는 부분에 대해 정말 우리가 부족했었는지, 우려가 될만한 사항이 있었는지 말이다.
솔직히 인정할만한 부분이 없진 않았다. 변명이지만 공고가 나온 후 1달 이내에 과정설계부터 내/외부 인력, 상세 운영 계획까지 정말 챙길 것이 많았고, 대부분은 준비상태로만 계획하고 있었으니 내부에서 볼 때도 위태로워 보이는 것들이 외부에서는 부실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1달을 꽉 채워 준비한 만큼 아쉬움은 너무 많이 남았다. 그러면서도 그럼 이전과 같이 동일한 형태로 교육을 운영한다고 했다면 통과했을까라는 생각도 계속 잔상처럼 남아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어감이 조금 부정적이지만 이의제기 신청을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우리가 보완할 수 있는 부분들은 보완하고 그대로 부족하면 다음번 신청에 다시 도전하면 되리라 생각했다. 3일간 이의제기 신청에 필요한 자료들을 찾고 보강하고 인력계획이나 운영계획도 어느 정도 수립하여 심사처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최종 탈락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지만, 아마 난 이때부터 회사 밖으로 뛰쳐나가고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