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산책할래?
감정의 굴레에 빠진 이들을 위한 에세이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는걸.
무슨 안 좋은 일 있어?
[...]
아, 그냥 왠지 모르게 우울해?
맞아 그럴 수 있어. 이유 없이 우울한 날도 있지.
그런 거 있잖아, 아침에 일어났는데 괜히 상쾌하지 않은 날.
모든 것이 완벽한데 무언가 하나 빠져있는 듯한 날.
충분히 그럴 수 있어. 나도 그런 적 많거든.
그런데 그런 날일수록 안으로 웅크리기만 하면 안 된대.
너라는 알 안에 닫혀있으면 우울함의 바람이 알 안에서 맴돌아 너 자신을 차갑게 만드니까. 흔히들 상상의 나래, 감정의 내리막길이라고 부르는 것들이지.
알을 깨고 밖으로 나와 따뜻한 햇살을 쬐어야 한대.
그럴 때마다 난 산책을 즐기곤 해.
나는 정처 없이 걷는 게 좋더라고.
나만의 산책 방법이 있는데, 특별히 너한테만 알려줄게. 맥주 한 캔 손에 쥐고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인디음악을 들으며 한강 변을 걷는 거야. 생각만 해도 설레네.
[...]
웬 산책이냐고?
음 산책을 하면 뭐랄까,
아무런 방해 없이 세상의 간섭 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내 발길이 이끄는 대로,
그렇게 걷다 보면 내 안의 안 좋은 생각의 흐름이 바깥으로 향하고 내면은 말끔하게 청소되는 듯한 기분이야. 기분도 한결 좋아지고 말야.
너도 함께 하면 좋겠어.
즐겁고 힐링되는 산책의 묘미를 너도 알았으면 좋겠어.
가장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찬 너만의 산책 방식으로 말이야.
너가 좋아하는 음악이 뭐야?
세상의 안 좋은 소리들은 음소거시키고 너가 좋아하는 소리들로 가득 채우자.
가장 좋아하는 장소라도 있어?
잘 모르겠으면, 아무런 버스나 타고 종착역에 가서 산책해보는 건 어때?
아, 음료는 뭐 마실까? 커피? 맥주? 음료는 내가 살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
너가 좋아하는 거 있으면 다 말해줘.
[...]
응 그거 좋다. 숲에 있으면 맑은 공기도 쐴 수 있잖아. 거기 옆에 홍차가 맛있는 카페도 하나 있어. 소개시켜줄게.
너가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하는 산책이라면.
너를 가두는 생각을 털어버릴 수 있는 산책이라면.
척하지 않는 진짜 네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산책이라면.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날이 습하든 건조하든
언제든 어디서든 좋아.
그러니까,
나랑 산책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