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나 자신보다 더 잘 알아 소름 끼친다는 유튜브의 알고리즘. 이 알고리즘이 흥부전의 제비처럼 좋은 영상을 하나 물어다 주었다.
어느 날 유튜브를 유영하다가 김경일 교수님의 무기력증에 대한 강연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최근 들어 지루한 나날을 보낸다고 느끼고 있던지라 자연스럽게 영상을 시청하게 되었다. 영상에서는 먼저 무기력증이란 번아웃과 근본적으로 다른 상태라고 말했다. 번아웃은 과도한 업무로 인해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를 의미하는데, 무기력증은 무언가를 하려는 에너지는 충분하지만 마땅한 표출 수단이 없는 상태이다.
시험 기간에 생각 없이 유튜브를 들여다보는 것, 허구한 날 게임에 몰두하는 것. 이러한 행동들 모두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이라기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간편한 방법으로 넘치는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것이라 설명한다. 다시 말해, 에너지를 의미 있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번아웃이라 착각해 이러한 행동들을 휴식의 일환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무기력증의 정의에 입각하여 해결책 또한 제시한다. 바로 에너지를 표출할 의미 있는 방법을 찾는 것, 다른 말로 해서 에너지의 방향성을 바로잡는 것이다. 나에게 특정 의미가 있는 방법이어야 한다. 그러니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거나 내가 지금 해야 하는 것 중 하나이어야 한다. 이 둘의 조화를 맞춰서,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의미 없이 낭비되지 않고 적절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분배해야 한다. 물론 무기력증의 굴레에 빠진 몸을 이끌고 해결책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가장 큰 단계이지만, 전체적인 방향성을 설정하고 그 흐름에 몸을 맡긴다면 무기력증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게 된다.
최근 들어 스스로를 무기력증이라 진단하였다.
극도로 피곤하거나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상태가 전혀 아님에도, 의미 없는 서핑을 반복하거나 그저 올라오는 영상을 들여다보기만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휴대폰 사용시간 어플을 살펴보니, 주말에는 유튜브 시청시간이 계속 3시간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몸은 의지가 없었고 방법도 알지 못했다. 그러던 중 위 영상을 시청하고는 새롭게 마음을 다잡았다.
방향성을 찾아보기로 했다. 먼저 질문을 던졌다.
"지금의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을까? 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빨래 바구니 안에 놓여있는 산더미 같은 빨래들이 보였다. 무엇보다도, 일단 현생을 살며 지금의 나를 챙기기로 했다. 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미뤄둔 빨래와 관물대 및 주변 정리를 했다.
그러고는 다시 침대에 앉아 위 질문을 다시 던져보았다. 흥미가 생기는 일, 하고 싶은데 의지가 없어하지 못했던 일을 하면 의미는 자연스레 뒤따라올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시점 상으로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살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에 관심이 생겼고 필요성 또한 느꼈다. 나가서 옷은 어떻게 입을지, 방은 어떻게 새롭게 단장할지, 돈은 어떻게 벌지 등등. 이런 고민들을 실제로 검색해보고 적어보며 실행 단계 직전까지 계획하는 것에 힘쓰기로 했다. 전역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을 에너지의 방향으로 설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던 중, 앞으로의 무기력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내 삶 전반에 있어 쏟을 에너지의 방향성을 정해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기적인 방향성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장기적인 방향성을 고민해보고 싶어졌다. 과연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초점을 맞추며 고민해보고, 지금까지 내가 즐기고 좋아했던 취미나 일들도 돌이켜보았다.
여러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나온 답은 한 문장으로 일축되었다.
“일적으로는 대단한, 내적으로는 행복한 사람이 되자.”
너무나도 단순하고 짧은 문장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도달하기 위한 고민들을 내가 직접 했기에 이처럼 간단한 문장에도 큰 울림을 받았다. 굳이 풀어서 써보자면, (일적으로 대단한:)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며 꾸준히 자기 계발을 거쳐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내적으로 행복한:) 주변과 따뜻함을 나누며 그로부터 내적 만족감을 얻으면서 나 자신의 행복도 꼼꼼하게 챙기자는 의미이다.
위 문장을 이뤄내기 위해 어떤 일에 에너지를 스스로 파악해 찾아올 수도 있을 무기력증을 미리 극복해내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나만의 방법에 꽤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좋은 효과가 있으리라 믿고 있다.
무기력증의 골이 얼마나 가파르고 깊은지 알기에, 조금이라도 빠지지 않도록 한 발짝씩 신중하게 내딛으려 한다. 어떻게 조심히 걸어 나갈지에 대한 다짐을 공유해보고자 글을 적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