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예뻤다’ 드라마를 보며 20대 나를 만난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하지만 난 근무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섰다. 정리가 안된 집안을 보니 몸과 마음이 우울함이 가득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정리가 안된 집청소보다 내 몸이 우선이었다. 몸을 챙기지 않으면 바로 쓸어져 못 일어날 것 같았다. 천근만근인 몸을 이끌고 욕실로가 샤워를 했다. 따뜻한 물에 몸을 풀었더니 노곤한 몸이 저절로 소파의 품에 안겨버렸다. 그렇게 기대어 멍 때리고 있는 나의 모습을 아들이 보며
“엄마 우리 그냥 간단하게 밥 시켜 먹고 쉬자~ 엄마 지금 나랑 데이트!!! 힘들 것 같아.” 한다. 아들이 보기에도 엄마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저녁이라도 편하게 먹으라는 중1 아들의 말이 위로가 되었다. 잘 키웠다. 우선희!!
토요일이라고 아들과 신시가지 나가서 저녁을 먹고 데이트를 하며 보내기로 했는데...
힘든 투석실의 일은 주말을 주말로 느껴지지 않게 만드는 참 신기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아들이 먼저 나의 상태를 알고 친절하게 말해주니 고마우면서도 괜히 마음에 미안함이 생겼다. 아들의 마음을 나도 위로하고 싶어서 치킨이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야식을 배달시켰다.
“아들 치킨 시켰다.”
“하하 완전 좋아!” 주말 저녁은 치킨이 진리인 것 같다.
치킨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아들이 좋아하는 뮤지컬 노래도 들으면서 즐겁게 저녁 시간을 마무리했다.
밤 시간이 되면 사춘기 아들은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 유튜브 시청을 신나게 하다가 잠든다.
다른 날 같으면 나도 내일이 주일이고 바로 월요일 출근이라서 11시쯤 잠자리에 든다. 하지만 오늘은 월요일 off라는 이유로 조금은 소파와 tv랑 친구가 되고 싶었다.
나는 요즘 신장내과 투석실에 간호조무사 알바 근무를 하고 있다. 월요일에 off를 받는다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이다. 즉, 알바는 막내라는 소리이다. 그럼 off신청에 1순위는 나의 권한이 아니다. 수선생님과 간호선생님들이 off를 정하고 그제야 정할 수 있는 나의 off. 이번에는 수선생님께서 연속으로 푹 쉬라고 월요일에 off를 주셔서 이렇게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일까? 몸은 천근만근인데 기분은 날아갈 것 같다. 아들도 오늘 낮 동안 게임과 유튜브 시청을 많이 해서인지 금방 잠자리에 들었다.(공부를 저렇게 열심히 했다면 이 엄마는 더 행복할 텐데... 그래도 건강하고 밝아서 엄마는 행복하다. 사랑한다. 아들~)
이게 무슨 일인가? 아들이 나보다 먼저 잠을 자다니~ 홈스쿨링(아들은 중등검정고시를 혼자 준비 중이다. 즉 홈스쿨링은 예쁘게 포장한 말이라는 것이다.)을 하는 아들은 밤낮이 바뀌고 나보다 더 늦게 잠을 자는 게 기본이다. 이런 날은 드물다. 아주~ 완전 신나!!
그럼 이제는 내 시간이다. 혼자 이 시간에 무엇을 할까? 편의점에 가서 캔맥주 하나와 맛있는 천하장사를 사 와서 먹을까? 혼자 배달음식은 무리이다. 그럼 ~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커피 한잔과 로맨틱 코미디 영화 한 편 보는 것 ~ 탁원한 나의 선택에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기분이 좋아져서 그런가? 무거웠던 몸은 새털처럼 가벼웠다. 이렇게 사람은 간사하다. 아니 엄마 우선희는 간사하다. 그래도 행복한 걸 어찌하리오.
최신 영화 중 괜찮은 영화가 있나 영화 코너를 찾으려고 무심코 tv채널을 틀었는데 리모컨 버튼을 정지해 버렸다. 지금 봐도 유쾌했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나의 최애 드라마가 1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드라마가 시작을 알리는 BGM이 흐르자 나의 과거가 주마등처럼 지나가는데 설렘과 열정적인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보고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때보다 지금 나는 잘 살고 있고, 그 고통의 시간을 지나왔다는 안도감 때문인 것 같다.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무척이나 달게 느껴진다.
나를 이렇게 설레게 만든 최애 드라마는 2015년 9월에 반영해서 11월에 끝난 ‘그녀는 예뻤다.’이다. 이 드라마를 처음 봤을 때도 나의 20,30대 초반이 너무 그리웠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나의 옆에는 장난꾸러기 아들이 곤히 자고 있었고, 나는 삶에 지쳐(아들은 뛰어다니기 좋아하는 5살이고, 한창 가정 경제가 휘청해서 일한다고 바쁘던 시기였다.) 쓰러져서 TV을 봤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엄마이지만 내 청춘도 사랑하는 시기였기에 로맨스 부분 대한 내용이 나의 이야기랑 너무 비슷하다고 생각해 그때 삶을 후회도 많이 했던 것 같다. 나도 저렇게 예쁜 사랑을 했을 텐데... 그렇다고 내가 여자주인공은 아니다. 하지만 여자주인공처럼 매력적이고 싶었던 20대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는 너무 힘들어서 그런가 그 기분이 꼭 겨울처럼 추웠던 기억이다. 하지만 지금 이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나는 이제는 이 쌀쌀한 가을 날씨에 달콤하고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는 기분을 선사해 주는 드라마로 새롭게 기억될 것 같다.
아직도 드라마에 설레는 나. 나는 이런 내가 참 좋다. 마음이 아직 젊다는 소리 같아서 말이다. 착각이질 몰라도... 설렘을 품고 쿠션을 가슴에 끌어안고 드라마를 시청했다. 대사를 외울 정도로 좋아했던 장면을 기다리며 열정적이었던 20, 30대 우선희를 안아본다.
‘그녀는 예뻤다’ 드라마의 내용은 이러하다. 어린 시절에서 출중한 외모를 가졌는데 성장하면서 유전적 요소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주근깨 뽀글 머리 ‘역대급 폭탄녀’로 외모 ‘역변’의 과정을 거친 혜진과 어린 시절에는 뚱뚱하고 사고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던 ‘초절정 복권남’으로 정변 한 성준. 첫사랑과 재회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이다.
내가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은 로맨틱하기도 하지만 드라마의 요소요소가 내가 겪은 경험들과 맞물려서 대사까지 기억났다. 어쩜 꼰대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지 몰라도 ‘나도 저렇게 살았는데...’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이 드라마를 더 사랑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