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름으로 74

부동산 영업사원 7

by 우선열

윤 부장 부서가 통째로 회사 이동을 하였다

늦게 계약이 터진 이 차장이 연속 계약을 터뜨려 부장 자리에 오르게 되었고

선수 직원을 놓친 윤 부장은 승진에서 밀린 회사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윤 부장의 소문은 업계에도 널리 퍼져 있어 스카우트 제의가 많이 있었으니

상무 승진을 약속받았으며 회사를 옮길 수 있었다

윤 부장이 임원이 되어 회사를 옮긴 것이다


정차장과 문 차장은 윤 부장의 오른팔 왼팔을 자칭하는 선수 직원이 되었다

윤상무가 된 윤 부장과 함께 회사를 옮긴 정차장과 문 차장은 직원이었지만

회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선수급 직원 실세였다

웬만한 부장은 그녀들의 텃세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만큼 그들은 계약을 뽑아내기도 했다


"언니, 언니가 아는 권사님 계약했다는 이야기 듣고 나도 동창에게 전화했다

오랜만이라 반갑기는 한데 땅 이야기를 하려니 좀 부담스럽기는 했어

땅 이야기를 듣더니 친구가 부러워하는 거야, 자기도 뭐든 해 보고 싶은데 뭘 해야 될지 모른다잖아

딱 1 단계야, 그래서 회사에서 배운 대로 했지, 땅은 임자가 따로 있다, 좋은 땅은 아무나 살 살수 있는 게 아니다, 이거다 싶으면 바로잡을 수 있는 안목과 용기가 필요하다,

안목은 내가 키워 났으니 너는 용기만 내라, 땅 보면 너도 좋아할 거다.

우리나라에선 땅 가지면 땅땅거리고 산다,

벼락부자들은 모두 땅 가지고 됐다, 하고 얼굴 보러 나오라 했지, 혹시 모르니까 백만 원 가지고 나와라

다른 곳에 팔리면 사고 싶어도 못 사는 경우가 있으니 가 볼 때까지만 다른 곳에 팔지 않도록 잡아 놓아야 한다. 그렇게 내사를 오고 나니 일사 천리야 , 개발 계획도 펼쳐 놓고 주변 사항 설명해 주니 땅을 보고 싶다는 거야, 준비해온 백만 원 입금시키고 답사 진행했지,

그런데 언니, 연고나 114나 단계가 필요하긴 해,

114는 초기에 다지기가 중요하지만 연고는 나중에 굳히기가 힘들더라고

5단계를 거친 114 고객은 결론을 빨리 내리는데 일 단계에서 온 지인은 결정할 때 망설이더라니까

다지기를 못 한 거야,

브리핑 들은 후 답사를 재촉하고 답사까지 진행 해놓고는 남편이 반대한다면서 꽁무니를 빼더라고

처음 해 보는 투자라 두려운 거지, 윤 부장한테 배운 게 있잖아, 두려워하는 걸 잡아 줘야지

내가 큰소리쳤지, 너 남편 이상하다, 네가 술 먹거나 노름하느라 돈 쓰는 거 아니고

가족의 미래를 위해서 투자하겠다는데 못하게 하는 건 이상한 거 아니니

그런 답답한 남편하고 사느니 이혼해 버려,

네가 이번에 투자해서 한몫 잡으면 집 나간 남편이 기어 들어올 걸

나도 어디서 그런 목소리가 나왔는지 몰라, 책상을 치며 업장이 흔들릴 정도로 큰소리를 쳤다니까

큰소리치고 나서 미안하기도 하고···, 진심으로 사과했지, 너무 좋은 기회라 나도 모르게 큰소리가 나왔다고

친구가 처음엔 놀라더니 내 말에 수긍이 갔나 봐, 결국 다시 나왔다니까

그런데 언니, 그 애 말이 내가 큰소리친 게 믿음이 가더래,

처음 투자라 망설이고 결정을 못 했는데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거야

알고 보니 남편이 반대한 게 아니고 친구가 망설였던 거지, 남편과는 별거 상태래 "


정차장의 태도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정차장을 달라지게 만든 건 윤 부장의 교육이었을까?

같이 입사해서 114 내사는 그녀가 먼저 시켰는데 부서가 달라지고 나서 정차장은 114 실력이 부쩍 늘었다

정차장 만큼 그녀도 돈 버는 일이 시급했다

IMF에 사업이 망하기는 정차장 남편이나 그녀의 남편이나 마찬가지였다

실의에 빠진 남편을 보다 못해 그녀가 일자리를 찾은 것도 같았지만

정차장은 수입을 철저히 자기가 관리하는 반면 그녀는 첫 계약이 터지자 수당을 몽땅 남편에게 주었다

실의에 빠진 남편에게 어떻게든 힘이 되고 싶었다

남편의 환한 얼굴이 기쁘긴 했지만 이렇게 그녀가 벌어서 살아갈 수만은 없을 거 같아 불안하기도 했다

남편도 빨리 일자리를 찾았으면 좋겠으니 차라리 위기감을 좀 더 조성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다행히 그녀의 남편은 술도 안 마시고 가정에 등한한 편은 아니었다

돈을 가져다주었을 때에도 기뻐하기는 했지만 미안해하기도 했다

몇 번이나 고생시켜서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아니야, 힘들기는 하지만 일 배우는 것도 재미있어"

그녀가 오히려 남편을 위로해야 했다

남편의 병원비까지 감당해야 하니 돈은 밑빠진 독처럼 한없이 들어가는데

몇 푼 안되는 급여는 영업 지원비라 하여 알게 모르게 영업활동에 쓰도록 압력을 받았다

어렵더라도 윤 부장을 따라가는 게 낫지 않았을까 후회가 일었다


그녀는 찬찬히 114 교육 매뉴얼을 읽어 보았다


1단계 친근감 조성, 2단계 공감대 형성, 3단계 자금 파악, 4단계 주도권 파악, 5단계 반대 급부,

6단계 신청금 입금 및 내사 유도, 7단계 쳐내기,

고객의 심리 상태를 보아가며 적당한 단계를 밟아가면 계약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한다

정차장은 이 매뉴얼에 익숙해져 있었나 보다

그녀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했다

자신만 도태되어 가고 있는 듯했다

자신이야말로 돈이 시급했다, 병원에 있는 남편, 아이의 학비까지 고스란히 그녀의 몫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의 남편은 다리 절단의 위기에서 벗어나 기적적인 회복을 하고 있었다

절망에 빠졌었던 만큼 남편은 회복 재활 치료에 열심이었다

고집스럽게 이혼을 강요하더니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녀를 의지해 왔고 미안해하기도 했다

건강만 회복하면 무슨 일이던 해서 가족을 지키겠노라고 다짐을 하기도 했다

남편은 그녀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남편의 사업이 잘 될 때에도 그녀는 생활비 이상을 욕심내지 않았고

부득이 사업을 도와야 할 때도 영업이익보다는 봉사에 가까운 일 처리를 하곤 했다

그런 그녀가 이악스러운 영업 세계에 뛰어 들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 것이다


윤 부장이 빠져나갔지만 회사는 그런대로 다시 자리를 잡아 갔다

큰 말이 없으면 작은 말이 행세한다더니 1등 부서가 없어도 회사 매출은 전과 동일하게 유지되어

공포감을 조성하여 불안을 야기하던 윤 부장이 없는 업장이 오히려 안정된 느낌이기도 했다

윤 부장 부서에서 승진이 된 이 부장은 제법 알차게 부서를 이끌었다

윤 부장이 직원을 빼돌리는 치사한 짓을 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뚝심 있게 부서를 운영했다

오래 직원 생활을 한 경험도 있고 윤 부장의 철저한 교육을 받은 덕도 있었다

이 부장의 덕 있는 성품을 알고 있는 직원들이 자진해서 입사를 하기도 했다

영업 능력은 있지만 리더의 기질이 부족한 사람들은 부장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직원의 부서장 승진을 회사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이유는

한직원의 영업능력도 잃고 부서 운영에도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자신의 계약에도 차질이 없고 부서도 잘 이끌어 나가는 성공 케이스이다


이 부장의 승승 장구로 회사에서는 부서장은 외부 영입이 아니라

자체 내 승진을 하겠다며 직원들의 사기를 돋우었다

수당 수입이 대부분인 영업이니 부서장이라 하라도 급여가 많이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부서원을 관리하는 관리 수당이 있으니 계약을 잘하는 좋은 직원이 있으면 수입이 급격히 늘어날 수도 있다

이 부장의 영업실적에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영업실적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그녀도

귀가 솔깃하기는 했다


정차장은 회사가 날로 커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12 부서 중 한두 부서가 매일 오가니 자극이 되기도 하고 적응이 돼가고 있어

영업회사에서 자리 이동은 당연한 일이며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도 자리 이동이 필요한 일이라 한다

한 회사에 오래 있으면 긴장감이 떨어지니 회사를 옮겨 보는 일도 괜찮다며 그녀를 부추겼다

114 계약 후 수당을 받을 때마다 연락을 받으니 그녀도 본인만 정체되어 있는 것 같은 아쉬움이 있었다

정차장은 평균 한 달에 한 건은 완전하게 마무리를 하는듯했다

"언니 우리는 쌍두마차야, 내가 한 건 하면 문 차장이 한 건 쓰고야 만다니까

부장은 있으나 만나지 뭐, 벌써 몇 명이 바뀌었는지 모르겠어

우리는 윤상무가 있으니까 부장한테는 별 관심이 없어

부장이 정착을 못하니 신입 직원들도 오래 있지를 못하네, 부장 따라가버리기도 하고

그런 부장 따라다녀봤자 배울 것도 없을 텐데"

정차장은 회사 임원 같은 어투였다

그녀만 정체되어 있는 거 같은 불안감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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