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
성장기의 나에게 경제면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말이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돈은 천한 것이라 여겼다
청렴결백이 최고의 가치였으니 돈이 없을수록 정신은 고매해진다는 논리였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베개하고 누웠으니 즐거움이 그 안에 있고
의롭지 않게 부귀를 누림은 뜬구름 같다 '는 공자님 말씀이 중심에 있었다.
전후 모두가 가난한 시절에는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가난해도 욕심 없이 부지런하면 되는 줄 알았다
세월이 흐르고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력한 결과
잘 사는 나라가 되면서 점차 빈부의 격차가 커지고 가난한 사람과 부자의 경험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돈 만이 할 수 있는 경험도 있다.
그게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지만 어떤 종류의 좋은 일은 돈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광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생긴다.
뛰어난 의인이라면 내가 굶어도 남에게 양식을 양보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가장 평범한 속인이다
내 배가 불러야 남의 사정을 헤아릴 수 있다
이게 또 문제다
배가 부르면 또 다른 욕심이 생기게 된다
더 좋은 걸 먹고 싶은 것이다.
단순히 내 욕심뿐만은 아니다
사회의 변화도 한몫한다.
굶주림을 겨우 면한 내 앞에 진수성찬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질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할 것 같다
'나물 먹고 물'마시는' 일에도 차이가 있다
무공해 갓 캐낸 청정 나물을 먹고 깨끗한 천연수를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농약을 어떻게 씻어낼까 고심하며 하루 묵은 시든 나물이라도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공자 같은 성인이 아닌 이상 갈등이 생긴다
밭에서 금방 뽑은 싱싱한 무공해 유기농 작물은 아니더라도 농약 걱정은 안 하고 싶다
이렇게 굶주린 사람을 보는 눈은 한 번 더 뒤로 물러나고 만다
내가 생각한 가치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삶이 되고 만다
청렴결백이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가난이 사람을 초라하게 만든다
사람 노릇의 잣대가 돈의 액수에 따르는 시대가 되었다
결혼식장에서도 친분 관계보다는 돈 많은 사람이 상석을 차지하게 된다
동창회에 가도 더 이상 편하지 않다
어린 시절의 추억보다 현재 더 많이 누리고 있는 사람 들에 의해 분위기가 좌우된다
이런 것을 탓할 수는 없다
무슨 일이건 돈 없이는 할 수 없다
결혼식에서 축의금을 받지 않고 싶지만 축하하러 온 사람들을 굶겨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국수 한 젓가락이라도 먹이고 싶은 마음이다
장례 식도 결혼도 안 하면 되겠지만 그건 사람다운 삶이라고 말할 수 없다
본인의 의지대로 하는 의지 굳은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나는 그냥 아주 평범 한 소시민일 뿐이다
보통 사람들만큼 사람답게 살고 싶다
베푼 만큼 받고 싶고 받은 만큼 갚고 싶다
나물 먹고 물 마시는 내 생활을 주변에 강요할 수 없다.
남이 해준 것만큼은 갚아야 한다
청빈이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열심히 벌어야 한다
많이 벌어 잘 쓰는 게 안 벌고 안 쓰는 것보다 낫다.
문제는 열심히 벌고자 했지 먼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벌려고 애쓸수록 돈은 도망가는 것 같다
돈이 사람을 쫓아야지 사람이 돈을 좇으면 패가망신하는 수가 있기도 한 게 세상 이치이다.
어린 시절부터 경제 교육을 잘 받고 돈과 친해져야 했다
안빈낙도 안 벌고 안 쓰는 게 아니라 많이 벌어 잘 쓰게 가르쳐야 했다
동시대를 살며 같은 교육을 받았어도 많이 벌어 잘 쓰는 사림이 있는 걸 보면
반드시 교육이 나빴던 것만은 아니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역량의 차이도 있겠다
그런 면에서 나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기도 하다
뒤늦게야 이 사실을 깨달았으니 아둔하기도 하다
안타까운 건 내가 아쉬워하는 이 교육을 자식에게도 하고 만 것이다.
세상은 자꾸 더 복잡해지는데 구태의연한 교육을 받은 자식들은 얼마나 황망할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래서 가난이 대물림되나 보다
사람 노릇 못하는 게 아쉽기는 하나 마음만은 간절하게 사람답게 살고 싶으니 그것으로 위안 삼아 보련다
적어도 나쁘게 돈 벌어 혼자만의 안위를 위해 쓰는 사람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도박이나 노름이나 중독이나 지나친 사치 허영 등 사회 지탄을 받을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돈은 열심히 벌어서 잘 써야 가치가 있다
황금을 보기를 황금같이 하라 기회가 있다면 우리 후손들에게는 그렇게 가르치고 싶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살천할 수 있는 부자가 되라고 가르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