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마지막 주말

by 우선열

9월 마지막 주말',이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을 놓친 듯하다

세월은 늘 그렇게 지나가 버린다.

잔뜩 기대를 하며 하며 맞았다가 허망하게 흘러 가버린다.

잡을 수도 기다릴 수도 없이 놓치고 만다

9월을 맞이하던 날을 기억한다.

출발은 늘 또 그렇다

매번 기대에 차지만 결기가 앞서 마음만 바쁘다.


오늘이 9월의 마지막 주말,

9월을 보내려면 아직 남은 날들이 있다

"우리에겐 아직 2척의 배가 있습니다" 하던 이순신 장군처럼 비장해진다

무언가 해내야 할 것만 같다

때맞춰 울리는 전화벨, 화면을 확인하다가 화들짝 놀란다.

기다렸다기보다는 기대했던 전화였다

먼저 전화를 걸고 싶었으나 무언가 좀 더 준비해야 할 것만 같은 조심스러움에

치일 피일 미루고 있었다.

반가우면서도 먼저 전화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교차 했다.

9월이 내게 마지막 흔적을 남기고 싶은가 보다


우연이 인연으로 발전하는 건 쉽지 않다.

필연이 될지 우연으로 스쳐고 말지 고비를 넘기는 시간들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커피를 배우는 수업에서 만났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만으로도 스쳐 지나가기엔 아까운 인연이었다

서로 인연의 고리를 탐색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유난히 살가운 분도 있고 정이 많아 헤어짐 자체를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우연이 필연으로 승화할 조짐이 보였지만 쉽게 나설 수는 없었다

누군가 만들어줄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길지 않은 수업 시간이었지만 커피를 향한 마음이 하나가 되는 소중한 순간들 만으로도 충분했는데

그 시간의 기록으로 신인상을 타고 과분한 축하까지 받으니 우리의 끈끈함은 깊어졌다.

전화벨이 또 다른 시작이 될 것만 같다


우리는 커피라는 매개체 외에 글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제 막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한 초보가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는 원로 작가를 만난 것이다

공식적인 자리였다면 미관 말석인 내게 주워질 수 없는 기회이다

커피로 맺어진 인연이었기에 뛰어넘을 수 있는 시공간이다

'좋은 글이네요, 이렇게 서정적인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열심히 써보세요"

그녀의 격려가 천군만마를 얻은 듯하다

수채화같이 맑고 따뜻한 여운이 남는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을 돌아본다


이바램은 울림이 깊은 서사성 있는 글을 만날 때마다 초라해졌다.

가벼운 감성에 흐르고 있는 것 같아 의기소침해진다

"나다운 글이어야 해" 작심을 해보지만 시대의 조류를 따라야 하는 초보이다

두터운 벽을 만나는 듯했다

시대가 서정보다 시사를 원한다는 말은 변명일 수도 있다

좋은 글이라면 그런 수식이 붙을 리 없다

아직은 좀 더 연습이 필요할 뿐이다

지금은 아주 먼 길로 보이지만 가다 보면 언젠가는 도달할 수도 있으리라

도달하지 못한들 또 어떠랴

가는 길에 예쁜 야생화 한 포기 보고 감회가 남달랐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내 둔한 감성을 일깨워 주는 것이 있다면 어디서든 쉬어 가려 한다


9월 마지막 주말의 전화 한통이 허망하게 흐른 시간에 족적을 남긴다

9월의끝은 새로운 10월의 시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