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앞두고
‘걱정해서 걱정이 없다면 걱정이 없겠네.’
걱정의 정의다.
걱정이란 게 이렇게 무용지물이며 끝이 없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늘 그 수렁에 빠져든다.
인지상정이라 해야 할까.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처럼 발상의 전환을 하거나, 아예 잊어버리는 게 낫다.
하지만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한 가지 걱정거리가 사라지면 다른 걱정거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오늘 저녁은 뭘 해 먹을까?’ 하는 사소한 고민에서
지구 온난화나 세계 평화, 심지어는 우주 생명체의 존재까지 걱정의 영역은 끝이 없다.
하다못해 ‘걱정 없는 날’이 걱정스러울 때도 있다.
오늘은 추석 전야. 명절 준비가 한창이다.
이번 명절은 유난히 길다.
명절 전보다 명절 후에 휴일이 길게 이어지니 그야말로 황금연휴라 할 만하다.
연휴가 길면 길수록 준비할 일도 많아지고, 짧으면 짧은 대로 서두르게 된다.
명절이 지나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한결 편하게 쉴 수 있다.
요즘은 고향을 찾기보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
공항이 붐비고, 고향길 못지않게 관광지로 향하는 길도 막힌다.
미리 계획을 세운 이들은 그나마 여유가 있지만, 준비할 틈도 없이 연휴를 맞은 사람들은 또 그런대로
‘어떻게 보내야 하나’ 걱정이 길어진다.
모든 근심과 걱정은 욕심에서 비롯된다.
날씬해지고 싶은 욕심은 다이어트 걱정을 낳고,
천석꾼은 천 가지,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에 싸인다.
화재 현장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집주인을 보고
집 없는 거지가 아들에게 “우린 불탈 집이 없으니 걱정이 없다”고 위로할 수 있는 것도 걱정의 역설이다.
욕심을 버리면 세상이 편해질까?
그렇지도 않다.
불탈 집이 없는 거지는 한 끼 식사와 그날 밤 잠자리를 걱정해야 한다.
반대로, 불이 날까 노심초사하면서도 더 좋은 집을 사려는 게 인간이다.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만족한 돼지보다 고민하는 사람이 낫다.”
이미 연휴는 시작됐다.
집 구석구석 먼지를 털고 겨울맞이 준비를 할까,
아니면 모처럼의 연휴에 여행을 떠나볼까.
쌓아둔 책들을 읽으며 방콕의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겠다.
책도 읽고, 여행도 하고, 집 정리도 하고 싶다는 이 마음, 결국 또 욕심이다.
따지고 보면 일 년 365일이 휴일인 백수이건만, 마음만 바쁘다.
이런 해프닝이 있으니 명절이 즐겁다.
걱정해서 걱정이 사라질 리 없지만,
이런 소소한 걱정들이 있어 삶은 윤기가 돈다.
걱정에 매이지 말고, 걱정을 즐겨야 한다.
오늘 아침의 최대 걱정거리는 ‘추석 음식이 맛있게 될까’다.
재료도 준비됐고, 익숙한 솜씨이니 별 탈 없겠지만
그래도 맛있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 욕심이 아마도 올해 추석을 더 맛있고 즐겁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