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by 우선열




행복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지만 행복한 기분은 느낄 수는 있다.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일도 행복한 일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눈물이 핑 도는 행복도 있고 몰입의 경지에서 오는 행복도 있다. 대부분 행복할 때 미소를 짓기는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때로는 실소도 있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가장 슬픈 미소는 억지로 지어야 하는 미소이다. ‘5초 미소’라고 불리는 이 미소는 자신이 원해서라기보다는 타인의 권유나 강요에 의한 것일 경우가 많다.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처음 고객을 만날 때 짓는 미소가 대표적이다.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억지로 지어야 하는 미소지만 꽤 효과적이라 한다. 사람의 속성에는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행복을 느껴서 미소 짓는 게 아니라 미소 짓다 보면 행복한 기분이 드는 경우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미소를 만들어 보내다 보면 자신도 즐거워지고, 기분 좋아진 상대방의 미소에 부메랑 같은 효과를 보는 것이다.
나는 잘 웃는 성향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나의 웃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한다. 친구들 모임에서 웃음판이 벌어지면 "어쩐지, 선우가 있었구나."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정작 나는 그리 유머러스한 편은 아니다. 요즘 유행하는 아재 개그들도 듣고 좋아하기는 하지만 금방 잊어버려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 못하고 말을 재미있게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다른 사람 말에 재치 있게 반응하는 편도 못된다. 다만 잘 웃기는 한다. 아재 개그는 잘 기억하지 못하니 들을 때마다 새롭게 재미있고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의 말을 듣기를 좋아한다. 대화에 재치 있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감탄을 금치 못 한다.
복지관에서 있었던 일이다. 복지관 시설 이용 인터뷰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유튜브 채널이라 한다. 아무리 영상 시대라 하지만 내 모습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복지사의 권유를 못 들은 척할 수도 없었다. 슬쩍 옆 사람에게 넘겼다. "김 회장님 하시면 나도 할게요. 우리 같은 강의 듣거든요."
김 회장이 말했다. "미안합니다. 나는 아직 노인이 되려면 2년 남아서요. 2년 후 노인이 되면 그때 인터뷰할게요." 그 말에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터뜨렸고, 복지사도 거절당한 기분이 아니라 기분 좋게 다른 사람을 섭외할 수 있었다. 나도 즐겁게 웃으며 좋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행복이라고 하기엔 2% 부족했다. 행복은 즐거움에 얼마간의 충족감이 더해진 감정이 아닐까 한다.
길 가다 우연히 마주친 야생화에 기쁨을 느낄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꽃' 같은 이치이다. 꽃이 제자리에 있어도 느끼는 기분은 그때그때 다르다. 보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달라진다. 웃으면 행복해질 수 있기는 하지만 모든 웃는 모습이 행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잘 웃고 웃어서 행복해지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웃지 않아도 행복해지는 경지, 그런 경지를 좋아한다.
그런 행복은 힘이 세다. 잠꾸러기였던 나를 새벽 기상이 가능하게 한다. 나이 들면 잠이 없어진다니 그 덕을 보는 것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는 눈을 뜰 때 행복하지는 않을 것 같다. 부족한 잠에 대한 불평이 먼저 쏟아져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새벽 기상이 행복하다.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눈을 뜨면 누가 부르는 것도 아니건만 재빨리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 컴퓨터를 켠다. 그때부터 새벽 시간은 혼자만의 시간이 된다. 일필휘지 글이 잘 써지면 더 좋겠지만 이제 글쓰기 연습생이니 그런 일은 많지 않다. 하얀 화면에 한 줄 글도 쓰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시간이 더 많다. 즐겁다기보다는 힘겨운 시간이지만 싫지 않다. 어렵기는 하지만 '뭔가 하고 있다'는 충족감이 있다. 그건 미소보다 강하다. 단순한 즐거움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부족하지만 내면에서 차오르는 힘이라고 할까. 새벽 시간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에는 미소 짓지 않아도 행복하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에게 몰입하는 그런 충족감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