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찾기

by 우선열



우리는 일상에서 ‘행복’이라는 말을 습관처럼 사용한다. “행복하세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라는 인사말에 익숙하지만 막상 “행복이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마치 유행가 가사처럼“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잖아요”라는 말이 떠오른다.
네이버는 행복을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껴 흐뭇한 상태’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는 사람마다 상황마다 시기마다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사랑받는 것이 행복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것이 행복이다. 청마 유치환은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했고, 나태주 시인은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을 행복이라 노래했다.
행복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다. 남과 비교할 수 없다. 오히려 “행복이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남과 비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의 밭 콩이 더 커 보이고, 다른 사람의 잔디가 더 푸르게 느껴질 때, 우리의 만족은 흔들리고 기쁨은 사라진다.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
행복은 청마 유치환이 우체국 창문 앞에서 편지를 쓰던 순간처럼, 아무런 방해 없이 혼자만의 은밀한 시간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 아닐까.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곳을 향해 노력해가며 만족을 느낀다면 이미 우리는 행복한 것이다. 다만 남과 비교하는 순간, 행복은 멀어지고 작아진다. 불만이 생기고 욕심이 생긴다.
어릴 적 어머님과 할머님께 들은 말이 있다. “소중한 것은 깊이 간직해야 한다.”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면 남몰래 간직해야 부정타지 않고 이루어진다고 하셨다. 새벽에 정화수를 떠놓고 가족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던 그 간절함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행해졌다. 소박하고 은밀한 그 마음의 깊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머님의 그 간절함 속에 행복이 있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 역시 비교할 수 없다. 그것은 오롯이 내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이며, 사랑받는 순간부터는 ‘누구의 사랑이 더 크냐’는 비교가 시작된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처럼, 비교와 경쟁은 행복을 위협한다.
하지만 하느님은 한 개의 문을 닫는 순간 다른 문을 열어 놓는다고 하셨다. 비교와 경쟁이 힘들게 느껴지면 그것은 불행의 시작이지만, 그것을 통해 자신을 단련할 수 있다면 또 다른 도약의 기회가 된다. 이웃의 밭뿐 아니라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시야의 확장이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는 말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우물 안 개구리로서의 행복보다 밖으로 나와 넓은 세상을 보는 것이 더 큰 행복일 수 있다.
어머님의 정화수는 내 어머님만의 것이 아니다. 세상 모든 어머님들의 것이지만, 내 어머님의 정화수만이 나를 위한 것이다. 다른 어머님들의 정화수를 넘보거나 부러워해서는 안 된다. 오직 내 어머님의 정화수에 담긴 기원만이 나를 향한 것이다. 행복도 그러한 것이 아닐까.
나에게도 그런 은밀하고 소중한 시간이 있다. 바로 새벽 글쓰기 시간이다. 세상이 잠든 고요 속에서,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글을 쓴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다. 그저 쏟아져 나오는 생각과 감정을 활자 위에 내려놓을 뿐이다. 힘들었던 일, 감사했던 일,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이 글이 되는 순간, 복잡했던 머릿속이 맑아지며 묘한 평안과 만족감이 밀려온다. 마치 고인 물을 퍼내고 맑은 샘물을 새로 채우는 듯한 치유의 시간이다. 이 순간만큼은 남의 시선도 경쟁도 비교도 없다. 오롯이 나 자신에게 침잠하여 내 삶을 소중하게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이 새벽의 글쓰기가 바로 내가 지금, 여기에서 느끼는 가장 사적이고 충만한 행복이다. 나만 느낄 수 있는 그것. 흘러가는 구름 한 조각, 스쳐가는 바람 한 줌, 찬란하게 쏟아지는 햇살. 늘 곁에 있지만, 어느 순간이 되어야 비로소 느낄 수 있다. 행복은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나를 향한 시선이 아니라 남과의 비교에 있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는 내게 침잠해 볼 일이다.지금 여기서 내가 행복을 느끼는 일을 찾아보자. 행복을 누리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