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치다가 쥐잡는 소도 있다더니-
“뒷걸음치다 쥐 잡는 소도 있다더니”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2025년 10월 22일, 중앙일보에 ‘12시간 줄 서 2분 본다, 중국 국보 1호 청명상하도 앞 장사진’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자금성 고궁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맞아 열린 특별전에서 10년 만에 공개된 작품이었다.
‘청명상하도’는 송나라 화가 장택단이 북송 수도였던 변경(지금의 허난성 카이펑)의 청명절 풍경을 그린 그림이다. 폭 24.8cm, 길이 52cm의 비단 위에 814명의 인물, 28척의 배, 60마리의 가축, 30동의 건물이 등장한다. 겨울에서 봄, 여름으로 이어지는 도시의 일상이 정교하게 펼쳐진다. 중국에서는 ‘국보 1호’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상징적인 작품이다.
변하의 홍교 위에 가마꾼과 말 탄 관리들이 오가는 장면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12시간 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고궁 관계자들은 화장실 갈 틈도 없다. 10시간 기다려 단 2분 본 사람도 있고, 7시간을 기다렸지만 끼어들기로 다툼이 벌어져 관람을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애호가들은 “이번을 놓치면 100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며 예약에 혼신의 힘을 쏟는다. 전시는 이달 29일까지다.
내가 처음 청명상하도를 만난 건 올여름 늦더위 덕분이었다. 9월 중순, 여름 더위가 한풀 꺾일 법한 시기였지만 올여름은 기세가 등등했다. 수은주는 연일 치솟았고, 상하이 예원 거리에서 산 유일한 기념품이 더위를 피하기 위한 부채 였다. 작은 손부채로는 성이 차지 않아 가게에 진열된 것 중 가장 큰 부채를 골랐다. 펼치면 상반신이 가려질 정도의 크기였다.
크지만 가벼운 부채는 여러모로 유용했다.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는 건 물론, 햇빛 가리개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자외선 차단 효과는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햇빛을 막기에 충분했다. 바람도 세서 한 번 부채질로 주변 두세 명이 함께 시원해질 수 있었다. 중국 여행 내내 효자 노릇을 했다.
중국 문화에 밝은 문우가 “이거 청명상하도 아니에요? 아주 유명한 그림인데요”라고 했지만 청맹과니인 나는 알아보지 못했다. 황금빛이 유난해 다른 이들의 시선을 끌었고 그게 오히려 부끄럽기도 했다.
중국 여행을 다녀온 지 한 달여, 흥분은 가라앉고 추억이 그리워질 즈음이다. 신문을 도배한 청명상하도가 바로 내 부채 속 그림이다. 소가 뒷걸음치다 쥐 잡는 것보다 더 우연한 일이었다. 덕분에 청명상하도에 대한 지식은 쉽게 잊히지 않을 듯하다.이런 뒷걸음질, 한 번쯤 해볼 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