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보다 잿밥

by 우선열

염불보다 잿밥이지만, 그 잿밥이 내 삶을 바꿨다. ‘심심해서였다’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제는 없다는 걸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내 생활의 일부가 된 것이 있다. 바로 내 블로그다. 어느덧 10년 차 블로거가 되었다.

블로그 지수나 각종 데이터를 보면 내 블로그는 그리 성공적이지 않다.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이름뿐인 블로그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을 묵묵히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은 분명 존재한다. 인플루언서가 되지는 못했지만, 하루 한 편 이상 꾸준히 포스트를 올려온 힘이다. 그 힘은 염불보다 잿밥에서 나왔다.

인터넷이 활개를 치던 시절, 나는 안타깝게도 컴맹이었다. ‘까짓 인터넷 몰라도 살 수 있다’며 큰소리쳤지만, 생활은 점점 불편해졌다. 결정적인 계기는 아들의 입대였다. 군 밴드에 가입하지 않으면 아들의 소식을 알 길이 없었다. 깔고깔고 또 까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 가까스로 밴드에 접속했지만 능숙하지 못한 인터넷 기기 사용은 큰 장애물이었다. 크고 작은 불편을 견뎌야 했다.

당시 내 나이는 60세를 넘겼고, 인터넷 기기를 사용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밴드에 접속할 때마다 낯설고 두려웠다. 우선은 기기와 친해지는 것이 급선무였다. 우연히 블로그를 알게 되었고 블로그가 구원투수가 되어 줄 것만 같았다. 서점에서 『블로그 이렇게 하면 된다』와 『어르신이 배우는 컴퓨터』 책 두 권을 사서 한 페이지씩 더듬더듬 읽으며 블로그를 익혔다.

처음 포스트를 올리던 날의 감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컴퓨터 자판에 몇 자 적었을 뿐인데, 생면부지의 이웃에게서 반응이 왔다. 어디 사는 누구인지도 모르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우리는 이웃이 되었다. ‘멀리 사는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처럼 블로그 이웃들은 내게 인척보다 더 가까운 존재가 되어갔다. 인터넷 기기 사용법, 사진 올리는 법, 필요한 지식들을 친절히 알려주었다.

조금씩 블로그에 재미가 붙자 본래 목적이었던 컴퓨터 공부보다는 글 쓰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염불보다 잿밥인 셈이지만, 글쓰기는 생각보다 강력한 힘이 있었다. 새벽마다 나를 컴퓨터 앞에 앉게 만들었다.어느샌가 'From.블로그 님'의 질문에 답하는 글을 쓰는 것도 아침 일과가 되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누군가 제목을 내어주는 글을 매일 쓰는 것은 문장 수업에 큰 도움이 되었다.

혼자 전전긍긍 써 내려간 글을 재미있어해주는 이웃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되었다. 블로그 지수로 따지면 10년 경력에도 아직 초보 수준이지만, 10년 동안 글쓰기는 조금씩 늘었다. 3년 전부터 시작한 글쓰기 공부 덕분이다. 처음엔 책과 유튜브로 독학하다가 요즘엔 오프라인에서 훌륭한 선생님과 좋은 문우들을 만나고 있다. 등단도 했고, 공모전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블로거로서의 성장은 미미했지만, 잿밥은 제대로 찾은 셈이다.

아직은 미숙한 글이지만,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새벽 5시 기상을 놓치지 않는다. 이만하면 성공적인 ‘염불보다 잿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