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받은 생일 선물?”이라는 말에 잠시 당황했다. 내 생일은 양력 8월이니 벌써 석 달이 지났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삼 개월 전을 ‘최근’이라 할 수 있을까? 생일처럼 연중행사에 ‘최근’이라는 말을 붙이면 삼사 년 전까지도 포함될까? 그래도 삼사 년은 ‘최근’이라 하기엔 어폐가 있다. 여러 생각이 오갔다.
이참에 ‘최근’이라는 말의 정확한 뜻을 짚어보았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얼마 되지 않은 지나간 날부터 현재 또는 바로 직전까지의 기간’이라 정의하고 있다. 나무위키에는 ‘최근’의 사용법에 대해 장황한 설명이 있다. ‘최근’은 명확한 시점이 없어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게 쓰이며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현재를 기준으로 하루 이틀, 몇 달 전, 심지어 연 단위로도 쓰인다. ‘최근 10년’이라는 표현도 있으니 말이다.
같은 ‘최근’이라 해도 사용 시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예컨대 ‘2014년 3월의 최근’과 ‘2014년의 최근’은 서로 다른 시점을 가리킨다. 결국 ‘최근’이라는 표현은 사용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분석력이 필요하다. 주의할 점은, ‘최근’이라는 말은 그 시점에서는 맞는 표현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틀린 정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적인 정보가 오가는 자리에서는 사용을 피해야 한다.
‘최근’이라는 표현 자체가 일정한 기준이 없는 시간대를 나타내므로, 그 단어가 들어간 내용은 불확실해질 수 있다. 다만 작품 속 시간처럼 기준이 명확한 경우에는 문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주기적으로 열리는 게임 콘텐츠나 e스포츠 대회에서는 ‘최근’이 리다이렉트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상은 나무위키에서 내가 요약한 ‘최근’에 대한 설명이다. 그러니 ‘최근 생일’이라는 표현은 글을 쓸 때나 리다이렉트 개념으로는 사용할 수 있겠다. ‘최근에 받은 생일 선물’이라는 말도 생일이 1월인 사람에게 무방하게 쓰일 수 있다. 다만 그 말이 주는 심리적 괴리감은 쓰는 사람의 몫이다.
솔직히 태어난 지 7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생일 선물이 그리 특별할 리는 없다. 이제는 무언가를 새로 소장하기보다는 있는 것도 줄여야 할 때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식품 선물이 많아지는데, 아무리 유효적절해 보여도 건강식품이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 아무거나 먹을 수는 없다. 사랑과 정성이 깃든 선택이라 해도 개인차를 고려하지 못한 선물은 부담이 된다.
나는 골고루 맛있게 먹는 식사가 건강의 바로미터라고 믿는다. 건강식품은 내게 무용지물이다. 선물 받은 건강식품들은 베란다 구석에 쌓여 있다. 정성이 깃든 물건이라 해도 반갑지 않다. 70평생 찍은 사진도 정리해야 하고, 애지중지 모은 책들도 처분해야 하는 실정이다.
생일 선물의 형태도 바뀌어야 한다. 요즘은 물건 대신 여행을 보내주는 경우가 많다. 물건이 아니라 경험을 쌓는 일이니 괜찮은 선물이다. 다만 신체 활동이 부자유스러워지면 그 역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올해는 생일 선물로 상하이를 다녀왔다. 그러고 보니 이번 해, 그러니까 최근 생일에는 특별히 기념할 만한 선물들이 있었다. 상하이 여행과 책상 선물이었다. 책상 선물은 처음엔 난감했다. 책상은 내게 일종의 꿈이었다. 햇빛 좋은 창가에 큰 책상을 마련하고 싶었지만 전제 조건이 있었다. 좋은 글을 쓸 자신이 생겼을 때 마련하리라 마음먹었었다. 무지개처럼 도달할 수 없는 꿈이라 여겼는데, 꿈을 깨니 이루어졌다고나 할까?
물론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도 아니고, 햇빛 좋은 창가의 너른 책상도 아니었다. 좁은 내방 한구석에 작은 책상이 놓였을 뿐이다. 처음엔 꿈이 깨진 듯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책상 앞에 앉아 꿈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막연히 꾸던 꿈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듯했다.
작은 앉은뱅이 책상에서 시작된 내 꿈은 이제 조금 큰 입식 책상에서 자라고 있다. 책상을 선물받은 후 공모전 입상 소식과 등단 소식도 들었다.꼭 책상 때문만은 아닐지라도 어째튼 책상이 생기고 나서 나온 결과들이다. 괄목할 만한 성과는 아니지만, 통과의례처럼 거쳐야 할 과정이라 여긴다. 자랄 수 없는 꿈이라 생각했는데,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어쩌면 이번에 받은 생일 선물, 책상이 인생 선물이 될 수도 있겠다. 다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내 노력이 더 필요하겠다. 선물은 결국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같은 마음이어야 한다. 마음이 닿을 때, 그 선물은 물건을 넘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