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고 화려한 연말 케이크, 홈베이킹의 정점이라 할 만하다. 이날을 위해 홈베이킹을 배우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홈베이킹이 가장 빛나는 때는 생일과 연말이 아닐까.
우리 고유의 음식이던 떡을 해 먹던 시절도 다르지 않았다. 즐거운 일이 있을 때 특히 생일이나 연말이면 떡을 했다. 인정 많은 우리 사람들은 떡을 해서 동네 이웃들과 나누는 걸 좋아했다. 떡 접시를 들고 골목을 한 바퀴 돌던 추억은 우리 세대의 공통된 기억이다. 맛있는 떡만큼이나 아름다운 추억이다.
이제는 떡 대신 케이크가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왔다. 보기에도 화려하고 달콤하지만 나눔의 정을 담았던 옛 전통에는 미치지 못한다. 빵은 ‘나’를 위한 음식이지 ‘우리’를 위한 음식이 아니다. 요즘은 케이크가 먹거리보다 장식품이나 놀이 도구처럼 쓰이기도 한다. 생일날 케이크를 들고 장난치는 모습은 하나의 놀이가 되었다. 먹거리를 귀하게 여기던 예전의 마음과는 많이 다르다.
케이크는 어쩐지 겉치장에만 신경 쓰는 여인네 같다. 보기엔 근사하지만 곧 싫증이 난다.정성껏 만들기보다 화려하게 포장된 제품을 사는 쪽이 편하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홈베이킹을 하지 못하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솔직히 말하면 서툰 솜씨 때문이다. 소나 호랑이를 그려도 돼지가 되고 마는 ‘곰손’이다. 예쁜 케이크를 꿈꾸었지만, 결국 제멋대로 생긴 못난이 호떡이 되어버린다. 내게 케이크 만들기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 되고 만다.
그래도 “못생겨도 맛은 좋아.” 이 말 한마디가 커다란 위로가 된다. 예쁜 케이크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건강한 먹거리를 내 손으로 준비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화려한 홈베이킹은 아니더라도 몸에 좋고 맛있는 건강 간식 하나쯤은 만들 수 있다.
간단하고도 영양 가득한 당근찜이다. 비타민이 풍부한 당근과 단백질이 많은 콩고물의 조합이니 영양 면에서는 단연 으뜸이다. 나이 들수록 침침해지는 눈과 줄어드는 근육을 위해 꼭 필요한 음식이기도 하다. 당근을 깨끗이 씻어 동글동글 썬 뒤 찜통에 살짝 쪄서, 익은 당근을 콩가루에 굴리면 조리 끝. 마치 인절미 같은 당근찜이 완성된다.
물론 연말이나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 어울리는 음식은 아니다. 평일에도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일상 간식이다. 특별한 날은 1년에 몇 번뿐이지만, 평범한 날은 매일 이어진다. 그만큼 가까이 두고 즐길 만한 음식이다.
생일날 먹자고 삼일 굶는 어리석음보다 오늘 한 끼를 잘 챙겨 먹는 것이 더 현명하다. 연말연시, 겉만 화려한 케이크 대신 속이 든든한 당근찜으로 건강을 챙기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