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있는 스피치를 위하여

by 우선열


'고운 말을 쓰자' 나이 들어 생긴 나의 좌우명이다. 세상이 돈짝만 하게 보이고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젊은 시절엔 말보다 행동이 먼저였다. 말의 중요성을 미처 깨닫지 못했었다고 변명하고 싶지만 기실은 오만이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무엇이든 내 손안에 있을 줄 알았다. 실패는 게으른 자거나 어리석은 자의 변명 같았다. '하면 된다'가 나의 좌우명이었다. 좌충우돌 부딪치며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노력해야 성공하지만 노력한 사람이 전부 성공한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굳이 실패한 자의 넋두리나 변명이라고 폄하하지는 않겠다. 남 보기에 실패한 것 같고 불편한 삶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내 삶이다.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고 누구의 평가도 소용이 없다. 나 자신이 소중하다. 길가에 핀 풀꽃 하나도 온실 속의 화초도 한 번뿐인 삶이다. 어느 것이 소중하다고 말할 수 없다. 자신만이 의미를 알 뿐이다.

세상을 뒤흔드는 삶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내 위치를 찾는 삶을 살고자 한다. 가장 먼저 찾은 것이 말하기이다. 고운 말 쓰기는 아무런 제약 없이 나 하나의 노력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것만 같았다. 거친 말 안 쓰기부터 시작했다. 성정이 약한 편이라 거친 말에 노출된 적은 별로 없었다. 이런 말을 자제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때로는 거친말이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나를 위해 기꺼이 거친 말을 해준 지인 때문이다. 나도 누군가를 위해 그런 말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 참지 않으려 한다. '군자 대로 행(君子大路行)'이라는 공자님 말씀도 때로는 '소로 행(小路行)'으로 패러디 되는 세상이다. 때와 장소에 맞는 거친 말은 고운 말보다 효과적이다. 그러니 고운 말 쓰기도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듣는 사람이 인정할 수 있어야 고운 말이 된다. 칭찬이 고깝게 들렸다면 고운 말일 수 없고 겸손이 도가 지나치면 비겁해지기도 한다. 말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관계의 온도다. 말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강남시니어 센터의 '품격 있는 스피치' 강의를 신청한 이유이다. 사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점점 빨라지는 말 습관 때문이다. 빨리빨리 시대를 살아오면서 성과주의에 익숙하다 보니 남들이야 이해하건 말건 내가 하는 말만 쏟아붓는 이상한 습관이 생겼다. 한번 고착화된 습관은 고치기도 힘든다.

이유야 어떻든 이제' 품격 있는 스피치 '를 배우는 시간이 생겼다. 첫 시간 강의를 들었다. 첫 시간부터 강의 내용이 매우 충실했다. 머릿속에서는 알고 있었지만 행동하지 못하던 일들이 예리하게 파헤쳐 졌다. 기본이었다. 성대 보호를 위한 복식호흡, 모음에 정확한 입모양 만들기. 받침 건너뛰지 않기. 밀듯이 발음을 하면 힘 있는 발음이 된다. 질문에 대한 답은 결과 포함된 짧은 세 문장 이하가 좋다. 알고 있으면서 실천하지 못했고 쉬운 듯하지만 실천은 어려운 일들이다.

이제 초심으로 돌아간다. 서둘지 않고 복식 호흡부터 익히겠다. 모음의 입모양을 지키고 받침을 끝까지 발음하며 밀듯이 소리를 낸다. 질문에는 결론부터 간단하게 상대방이 지루하지 않게 답해야 한다. 역시 깨우치기는 했지만 연습은 어렵다. 하루 한 번씩 연습하는 것도 잊고 만다. 고운 말 쓰기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