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이마트 쓱 데이가 끝났다. 섭섭했지만 롯데 마트에서 6일부터 12일까지 땡큐절 2차가 있어 견딜만했다. 롯데 마트는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1차 땡큐절을 끝내고 다시 2차 땡큐절을 시작했는데 이제 그마저도 끝났다. 혹시나 하고 기다려 보는데 조용한 걸 보면 더 이상 행사가 연장될 것 같지는 않다.
쓱데이와 땡큐절은 대형마트에서 열리는 연례행사로 식품과 생활일용품이 대폭 할인된다. 한 푼을 아껴 써야 하는 알뜰 주부들에겐 좋은 기회가 된다. 비싼 가격에 닫히던 지갑이 슬쩍 열릴 수 있다. 자칫 가성비를 핑계로 과소비가 될 염려는 있다. 현명한 주부라면 지갑단속을 철저히 했겠지만 물건 값에 아둔한 나 같이 어설픈 주부는 1+1 같은 할인문구에 현혹되고 만다. 가벼워진 지갑을 감당해야 한다.
당분간은 장바구니가 가벼워질 것이다. 세일 기간 동안 사들인 먹거리가 남아 있기도 하지만 세일기간이 끝나고 하루 사이에 두 배 비싸진 물건을 선뜻 사들기엔 심리적 저항을 견뎌야 한다. 대부분 식료품이나 일상용품이니 오래 견디지 못한다. 당분간 씁쓸하지만 이내 진정될 터이고 비싼 물가에 불만을 늘어놓으며 장 보는 일상을 회복할 것이다.
대형마트에서 기획한 이 행사 기간에는 시장에서도 반값에 물건들을 팔았다. 경쟁력을 잃지 않기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 했을지는 모르지만 시장에서도 비교적 싼 가격에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파장 무렵 시장에서는 '이래도 되나 ' 싶을 만큼 헐값이었다. 덕분에 맛있는 과일을 실컷 먹을 수 있었다. 신선과일이나 채소는 오래 보관이 어려우니 이제 곧 정상가에 익숙해져야 한다. 정상가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광풍이 한번 불고 나면 물건값에 진실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 바가지를 쓰고 있는 것만 같다
땡큐절이나 쓱 데이라 특별히 싸게 판다지만 손해 보고 팔지는 않았을 것이다. 땡큐절 이전의 정상가라고 위로해 보지만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다. 갑자기 비싸진 물건이 달갑지 않다. 이 기간 동안 혜택을 받았다기보다는 평소 물가에 대한 의심이 든다. 반값 행사 없이 평소에도 적절한 가격으로 사고팔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적절한 가격이라는 게 애매하기는 하다. 수요 공급의 원칙이 있다지만 변수가 많다. 생산지에서의 거리, 선호도, 정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막에서 물과 산꼭대기에서 라면은 비쌀 수밖에 없다.
요즘은 산에서 취사금지이니 등산 시에 라면을 먹을 수는 없지만 라면의 장점은 날로도 먹을 수 있다. 생라면을 부숴 과자처럼 먹어 본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해 봤을 것이다. 돌도 소화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청소년기의 일이거나 등산배낭에 라면이 필수인 이유 중 하나이다. 라면은 비상시에 날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비상식량으로 저장해야 한다. 반값 라면이 반가웠다
자의 건 타의 건 물건값은 이렇게 변할 수 있다고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심리적인 박탈감 해소는 쉽지 않다
쥐고 있던 막대 사탕을 놓친 어린아이 같이 허망한 기분이다. 대형마트 쪽에서 보면 물에 빠진 놈 건져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심정이기도 하겠다. 한 껏 편의를 봐주었더니 고마운 줄 모르고 불평만 일삼는 것만 같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제부터는 정상가에 익숙해져야 한다. 세일 기간 동안 가볍게 들 수 있었던 샤인 머스캣을 눈팅만 하고 지나간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넉넉히 사 쟁여 놓을 걸 그랬다는 후회가 잠시 들다가 이번 달 생활비 정산할 걸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든다. 반값이라며 흥청망청 사들인 물건값이 산더미가 되어 있다. 한 달 생활비가 전부 소진되었다. 자의 반 타의 반 세일 기간이 끝난 후 나의 소비생활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비싼 물가에 한번 놀라고 줄어든 생활비 잔고에 두 번 놀란다. 가성비에 현혹된 대가는 내가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