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낙천적인 기질이다. 웬만한 일은 "액땜했다 쳐" 하고 쉽게 넘어가 버린다 어쩌면 이 낙천성이 잦은 실수를 불렀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는데 결과는 보잘것없다. 지금 누리고 있는 삶도 평균 이하이다. "나도 열심히 살았거든" 말할 때마다 부끄러워진다 .
특히 성공한 사람들이 "성공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에요. 그만큼 노력한 결과입니다" 하는 말을 들으면 나 자신이 초라해지기도 하고 분통이 터지기도 한다. 나도 나름 더 열심히 살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 한다.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 상황에서는 다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본다. 분통이 터질 수밖에. 옛날이 그립기는 하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더 잘해 낼 자신이 없다
한때는 그런 낙천적 기질이 실패의 원인인 것 같았다. 실패할 때마다 이를 악물고 와신상담의 자세로 자신을 다그쳤다면 실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노력만으로 안되는 일이 많다. '진인사대천명', '운칠기삼' 이런 말들이 뒷받침한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벗어 날 수 없는 일들이 많은 게 세상 이치이다. 비교적 순탄하게 살아온 사람들은 그들의 운에 감사해야 하는 일이지 실패한 사람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경제학자 브랑코에 의하면 태어난 나라가 1인당 평균 소득의 절반 이상을 결정한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우리는 세계 20% 안에 들어가는 운 좋은 사람들이다.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가 나머지 소득의 30%를 결정하고 부모가 주는 환경 영향까지 고려하면 개인 성취도의 80~90%는 운이고 노력할 수 있는 건강도 집중할 수 있는 환경도 부모의 영향이 크다. 성공의 대부분이 운이라는 말이다.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 실패했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 운이 나빴을 뿐이다.
내 운에 실패의 기운이 강하다고 해도 원망만 하지는 않으려 한다 .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려 한다. 가끔 초라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게 나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지금이 오히려 편하다. 성공해서 내 것을 지키기 위해 아웅다웅해야 한다면 그리 행복한 노년이 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늘그막에는 욕심도 주니 더 이상 가지고 싶은 것도 없다 . 많이 가지고 머리 싸매며 관리할 일이 없으니 다행이다.
가끔 초라해지기는 한다. 나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베풀지 못할 때이다. 축하하는 마음이 아무리 크더라도 꽃 한 송이 건넬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 대부분 축하의 무게는 돈 봉투의 두께로 결정된다. 말로만 인사치레를 하는 것보다는 정성을 보이는 게 마땅하다. 다만 돈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단돈 만 원으로 하루를 살아야 하는 사람도 있고 한 끼에 백만 원이 넘는 식사를 하는 사람도 있다. 올여름 빙수 논쟁은 그 한단면을 보는 듯하다. 18만 원짜리 망고 빙수를 먹는 사람과 만 팔천 원 빙수도 못 먹는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 만 팔천 원은 이틀 치 생활비 일 수도 있고, 18만 원은 한 달 생활비가 될 수도 있다. 만 팔천 원 카페 빙수도 버거운 나는 1800원 마트 컵 방수로 여름을 났다. 만 팔천 원 카페 빙수를 대접받으며 초라해졌다. 갚을 수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앞으로 가야 한다. 이제껏 액땜을 하고 왔으니 이제부터는 나아질 일만 남았다. 초라해진 나에게 내가 하는 말이다. 실수가 잦은 내 변명일 수도 있다.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더 잘해낼 자신이 없으니 이제 앞만 보고 갈 수밖에 없다 "액땜했다 쳐" 이 말이 앞으로 나가는 원동력이 된다.실수 해도 괜찮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