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에서 AI 동화책 만들기를 배우고 있다. 하루 한 시간씩 단 4주 만에 동화책을 완성하는 수업이다. 솔직히 동화책을 하루 한 시간씩 단 4주 만에 후딱 만들어 낸다는 것을 믿기는 어려웠다. 동화를 쓰려면 알맞은 주제를 정하여 주제에 맞는 소재를 꾸리고 흥미 있게 구성하여 아이들 수준에 맞게 편집하고 글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거나 찾아내야 한다. 주제를 정하는 것만도 몇 날 며칠 걸릴 수 있는 문제이고 주제가 정해졌더라도 글이 술술 풀리리라는 보장은 없다. 소재에 걸려 애매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클라이맥스를 설정하여 구성하는 일도 예삿일은 아니다. 더욱이 동화는 보기 좋게 그림을 배치하여야 한다. 글과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찾아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러니 내 실력으로 하루 한 시간씩 4주만에 동화책을 만든다는 건 도저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다.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아름다운 동화 한편쯤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평생 하면서 살았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일 뿐이었다. 하지만 AI과 함께라지 않는가? 신출귀몰, 도깨비 방망이 같은 AI의 도움을 받는다면 못 할 것도 없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머리 싸매고 만들어야 하는 스토리를 AI 이 만들어 준다는 사실이 고무적이었다. 글을 쓴다고는 하지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동화를 쓰는 것은 지난한 숙제였다. 오르지 못할 나무라 지레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AI이 동화를 써준다니 믿고 싶었다. 사람을 능가하는 인공 지능도 있다지 않는가? 그 힘을 믿어보고 싶었지만 수업 시작과 동시에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꿈이었나 깨닫게 되었다. AI은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라 도구일 뿐이었다. 사용자가 잘 사용하지 못하면 제대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어떤 동화를 쓰고 싶은지 말하지 못하고 '동화책 써줘'하는 명령어 만으로는 좋은 글이 나올 수 없었다. 나만의 생각과 감성을 전달해야 글을 만들 수 있고 나만의 문체를 입혀야 제대로 된 내 글이 될 수 있다. 소제와 주제에 대한 고찰도 내 몫이었다.
아차 싶었지만 배는 이미 떠나 있었다. 단체 수업에서 나만을 위해 방향을 돌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좋은 동화를 포기하고 일단 따라가 보기로 했다. 동화책을 엮는 방법이라도 익혀두면 언젠가 내 글이 완성되었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으리라는 속셈이었다. 이제 3주 차를 끝냈다. 다음 수요일이면 내가 만든 연습용 동화책이 완성되어 나올 것이다.
정확히 창작 동화의 완성은 아니다 . 동화책 만들기를 배우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과정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캔바를 다루는 전반적인 과정을 익히지 못하고 원하는 부분만 빌려다 쓸 수 있었다. 마치 가짜를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내가 만드는 게 아니라 캔바 속에 저장된 몇 개의 프레임을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고르는 안목과 솜씨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나만의 스토리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이고 나만의 그림이 아니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그림이다.
물론 4주간 열심히 따라와 준 나 자신이 기특하기는 하다. 캔바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것 또한 나쁘지 않다. 다만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도구는 사용하는 사람이 능숙하게 사용해야 제 역할을 다한다. 자칫 잘 못 사용하면 다이너마이트처럼 엉뚱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AI 은 도구일 뿐이다. 아직은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구. 사용하는 사람들이 백번 조심해야 한다.
결국 AI으로 동화를 완성하는 일은 전처럼 글만 잘 써서는 안되는 일이다. 좋은 소재로 능숙하게 글을 써내는 솜씨와 거기 알맞은 그림을 그리거나 찾아내어 캔바를 이용하여 구성하고 다듬어야 한다.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한바탕 어지러운 봄꿈에서 깨어난 기분이다.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깨어 있으면 꿈을 이룰 수 있다니 깨어 있을 일이다. AI 이 모든 걸 해줄 수 있다는 꿈에서 깨어나 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동화책을 만드는 4주간의 일상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지만 꿈에서 깨어 났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이제는 꿈을 이룰 일만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