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을 앞두고

by 우선열

세상살이 뜻대로 흐르지만은 않는다. 굽이굽이 숨겨진 복병들이 우리를 당황하게 하고 때로는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도 한다. 2025년 새해를 맞아야 하는 12월에 나는 다소 허망했다. 두 분 부모님이 안 계신 첫 번째 새해가 된다. 여전히 밥 먹고 자고 웃고 울지만 예년처럼 새해를 달가워할 수만은 없었다 .'죄인이 밥을 먹어도 되나?" 동생의 한마디가 귓가에 맴돌았다. 잡을 수 있다면 어머님과 함께한 그 시간 속에 남아 있고 싶었다. 무기력하게 새해를 맞을 참이었다.

그때 어머님이 말씀하시던 "글 잘 쓰는 둘째 딸"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오 남매 중 어머니의 아픈 손가락이었을 나를 지켜보시며 어머님은 그 말씀으로 스스로 위로를 받으신 듯하다. 의기소침해진 나를 볼 때마다 그 말씀을 하시곤 했다. 그 말씀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어머님 영전에 흡족한 글 한편 올려야겠다. 그렇게 나는 2025년을 시작했다.

이제 다시 12 월을 맞는다. 지난 한 해를 돌아 보고 새해 계획을 세워야 하는 시기이다. 굳이 나이 70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나이를 먹으면 그냥 어른스러워질 줄 알았건만 그렇지는 않다. 마음은 여전히 17세, '나이'먹는 것이 서글픈 것은 몸은 늙되 마음은 늙지 않는 데 있다'는 말을 실감한다. 여전히 12 월이 싱숭생숭하다.

2025년은 흡족하지는 않지만 부족한 대로 글로 인한 성과를 보았다고 할 수 있다. 등단도 하고 작은 상도 탔다. 남들이 보기엔 초라한 발자국이지만 내게는 하나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가 된다. '이제 와서' '이제라도' 하며 수없이 망설이면서 주변에 맴돌던 일에 첫 발자국을 찍은 듯하다. '이제 와서'가 의미하는 험난함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힘이 넘치던 젊은 시절에도 할 수 없었던 일이기도 하고 올해 겨우 첫 발자국을 찍었을 뿐인데 심한 갈등을 겪어 내야 했다. 글을 써야 한다는 원초적인 문제는 아니었지만 세상사 근본보다는 잡다한 곁가지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게 된다. 아직도 그런 일에 휘말리며 흔들리고 있다. 흔들리고 있음을 알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2025년에 첫 발자국을 찍었으니 2026년에는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풍랑 심한 바다에 조각배 한 척 띄운 듯하다. 아직은 등대조차 발견할 수 없다. 이 12월이 다 가기 전에 방향만큼은 잡아 보려 한다.

2026년도 예외 없이 흔들리며 곧추서며 힘든 발자국을 내딛겠지만 멈춰 서지는 않으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방향을 잡아야 한다. 목표지점을 알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하다. 할 수 있다면 2026년에는 정확한 목표지점을 발견할 수 있는 한 해였으면 한다. 솔직히 자신은 없다 지금으로서는 그냥 작은 내 배 한척 가질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과분하다. 근처에서 고기도 잡고 파도도 타며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푸른 파도를 외면할 수만은 없다. 거친 파도와 싸우며 앞을 향하는 멋진 모습을 어머니께 보여 드리고도 싶다. 나이 70을 훌쩍 지났건만 이렇게 아직도 어머니의 품이 그립다. '글 잘 쓰는 둘째 딸' 이 말이 나를 앞으로 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걸 깨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