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안 해도 주말엔 바쁘다. 주말엔 쉬어야 한다는 마음도 있고 뭔가 특별한 일을 해야 할 것도 같다. 바쁘면 바쁜 대로 한가하면 한가한 대로 안절부절이다. 이즈음엔 한가해진 주말이 늘어나고 있다. 일단 경조사가 현저히 줄었다. 젊은 층 인구는 늘지 않고 노인들은 오래 산다. 결혼 적령기도 옛말이 되어 만혼이 늘고 결혼 여부마저 선택사항이라 한다.
아이들도 현저히 줄었다. 유모차는 이제 아이들용이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늙은 몸을 기댈 수 있도록 진화되었거나 강아지들이 타고 있다. 세월보다 빠르게 풍속이 변한다. 주말에 대기하던 경조사가 줄어드니 주말 무렵이면 무얼 해야 하나? 마음이 바쁘다.
이번 주말엔 오랜만에 결혼식 초대를 받았다. 적령기가 따로 없더라도 우리 또래 자녀들이 이즈음 결혼하는 일은 드물다. 빠르게는 손주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친구들도 있으니 이번에 자식의 만혼을 치르는 친구는 걱정이 많다. 자고로 잔치는 떠들썩해야 한다. 즐거운 웃음소리가 넘쳐나고 덕담이 오가야 하건만 초대할 사람들이 많지 않다며 열일 제치고 결혼식에 참석하라는 협박성 메시지를 받았다. 공연히 우쭐해져 너스레를 떤다 " 이번 주발엔 바빠, 결혼에도 가야 하고"
결혼식은 공군 호텔이다. 평범한 결혼식장이 아니니 호기심도 한몫한다. 마치 내가 제복을 입은 군인 같기도 하다. 한편에 마련된 크리스마스 장식에 환호한다. 축제 분위기가 고조된다. 곳곳에 비행기 모형을 보며 선택된 자의 우월감을 맛보기도 한다.
"아들 결혼했니? 언제 하니?" "이 소리가 제일 난감했습니다. 드디어 오늘 그 질문에서 해방됩니다. 현명하고 예쁘고 착한 우리 며느리 고맙습니다" 신랑 아버지 축사의 일부이다. 그 기쁨이 전달되어 덩달아 미소 짓다가 마음 한구석이 뜨끔해진다. 이건 내 일이기도 하다. 미장가인 결혼 적령기 아들이 있다. 아들에게는 적령기라도 내게는 늦은 개혼이다.
"아직은 아들 나이가 있잖아, 서두르고 싶지는 않아" 해왔건만 이젠 그런 변명도 통하지 않을 듯하다. 만혼인 시대를 감안하더라도 결혼하기 이른 나이는 아니다. 어느새 마음속에 정해둔 적령기를 넘어서고 있다. 매의 눈이 되어 결혼식장을 다시 살펴본다. 예복을 입은 아들 모습이 눈앞에 나타나고 하객 접대에 정신없이 바쁜 내 모습이 보인다. 싱숭생숭 마음이 바빠진다. "걱정 마세요, 알아서 할게요" 하던 아들 말을 떠올리며 현실의 나로 돌아오니 빙산의 일각처럼 이제는 드러나 버린 아들의 결혼과 마주해야 한다. "아들 결혼했니? 언제 하니?" 예사로이 듣던 그 말이 난감하게 들릴 것만 같다. 마음이 가장 바쁜 주말이었다